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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5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봄 편지
/곽재구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국수처럼 쏟아지는 잠
/김중일
한 사발의 잠에 국수를 말아 먹는 밤에
비가 무시무시하게 쏟아지는 밤에
폭식의 밤에
썩은 이빨처럼 까만 창문들 사이에 끼어
지구가 시커멓게 벌어진 입처럼 둥근
지구가 천공의 빗줄기를 태풍처럼 둘둘 말아
한 젓가락에 후루룩 끌어당기는 밤에
영문도 모르고
땅과 바다에 묻힌 사람들은 배가 부르다
지구처럼 지구만큼
터질 듯 배가 부르다
영문도 모르고
살아 있는 나는 배가 고프다
부재자의 잠은 완전히 침수되고
들고나올 살림이 하나도 없는
부재중인
한 사람의 잠에 국수를 말아 먹는 밤에
- 시집 ´만약 우리의 시 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 문학과지성사 2022
생각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김환식
윤오월
초순인데
모내기 끝난 들판이
야단법석입니다
윗마을
아랫마을
청개구리들 다 모여 앉아
갑론을박 의견만 분분합니다
더러는
못난 내 흉도 보고
더러는 지들 잘난 체도 하고
또 더러는
가당찮은 입씨름으로
밤 깊은 줄도 잊고 소란을 피웁니다
그런 풍광을 추억하며
나는
좁은 논둑길에 넋 놓고 앉아
생각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아득히
캄캄한 무논만 바라봅니다
- 시집 '생각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황금알 2022
不醉不歸
/허수경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
..... 5월에 잘 당도하셨는지, 봄비에 젖은 초저녁에 안부 묻는다.
..... 4월의 끄트머리 어느 새벽 초행 언덕길, 아침보다 먼저 비가 내렸다.
계획된 일정 탓에 멈춰 설 순 없었지만, 꽃잎비 뿌릴 땐 아주 천천히 운전하였다.
언덕이 순해서 그늘이 있어도 (마음 베는 일 없이) 순했을 봄 언덕길,
그녀도 어쩌면 저 비슷한 길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허수경
..... 걷기에도 보기에도 꽤 괜찮은 저 언덕지대는 하이델베르크와 하일브론 사이에 있다.
-
시를 다 읽었습니다.
답글
첫번째 시에 제 속에 있는 감정들이 들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요즈음은 제 정원에는 한 아름의 꽃들이 피는 화분들이
피고 지고 이어지더니 이젠 서너개 화분도 곧 낙화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붓꽃잎들이 자라고, 그 위로 바람이 한들거리면서 지나고,
오늘 작약꽃들이 피는데 햇살이 확 퍼지는 11시경에야 그래도
활짝은 아니고, 활짝이 아니어서 더 이쁘고 고운 꽃을 피는
것을 의자에 앉아서 녹색들, 꽃들, 작약꽃 피는 모습도 보고
놀았습니다.
그렇게 앉아 놀면 참 행복해 집니다.
5월부터는 휴유증에서도 벗어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
"강에 물 가득/흐르니 보기 좋으오"
답글
처음 부분에서 '아, 이건 연서구나!' 싶었습니다.
마치 옛날 어느 선비의 한문 연애편지를 번역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문득 나도 이런 연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서글프게도 이젠 다 틀렸습니다.
이런! 허수경 시인은 또다른 봄편지를 썼네요.
저런 편지 받으면 저 같으면 헤어날 길 없는 길로 들어섰을 것 같아요.
헤어나지 못하면 뭐 어떨까요... -
김환식 시인의 시는
답글
2연이 아니면 아이들도 참 좋아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 풍광을 추억하며"
추억하다니... 전 그 지긋지긋한 어린 날들을 추억하지 않았습니다.
더러 개구리들이 저렇게 떠들어대는 곳에 혼자 가 있으면
그제야 그 지긋지긋한 날들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 나라에서 그 흑림 전체를 말끔하게 대청소 한 줄 알았습니다. -
style esther2022.05.02 12:29 신고
특별히 허수경 시인을 좋아했어요.
답글
지금도 두 권 가지고 있거든요..
마음이 불안해져서 곧 찾아보려구요.
풀뽑기 하섰다니 바쁜 봄의 일상을 시작하신듯 하네요.
일하셨다는데 뭔가 안심이 됩니다..좋은 오월 되시길… -
ㅎ 깔끔하고 단정한 저 길을 달리려면
답글
우선 세차부터 해야 될 것 같네요.
허수경 시인의 저 시를 읽고서는 엉뚱하게도
예전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렸지요.
처음 만난 S양에 취했지만 정신을 아주 놓지는
않아서, 선약이 있는 처지에 그냥 친구나 될 수는
없는 걸 생각하고, 기지를 발휘해 그녀와
친구 B 와의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주선했던,
우스운 일화를요. -
12일 동안 줄창 걷다가 돌아오니 집 뜰에 봄이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턱하니 앉아 있네요.
답글
지난 겨울 동안 죽은 것 같았던 목련이 꽃을 화짝 피우고 나를 반겨 주었습니다.
드라이빙 하기 딱 좋은 길입니다. 터벅터박벅 걸어도 좋을 것 같구요. 가다 지칠 때
히치하이킹하면 태워 줄려나?-
숲지기2022.05.11 01:07
걷는 여행 무사히 마치셨군요.
의지의 한국인이십니다!
12일간이면 짧은 여정은 아니셨을텐데요.
저 길은 걷기에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길에서 손 드는 사람을 아직 한번도 태운 적이 없지만
크리스님이시라면, 크리스님이신 줄 안다면
물론 태워드리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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