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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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친구 생일초대 뒷얘기

숲 지기 2022. 10. 11. 22:27

 

 

우리 삶 속으로 바이러스악몽이 침투하고 몇년 만에 함께 한 친구 생일행사였다.

 

첫 느낌은, 어찌하여 우리가 이토록 초고속으로 늙어 있을까 였다.

우리도 우리지만  

요 몇년 사이 친구들 남편들은 폭삭 중늙은이가 되었다.

하긴 남얘기가 아니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월이란 깡패가 우리에게 뭔 짓을 한거야? 

 

농부의 정직한 팔둑에 그냥 웃음만 나온다.

밤 사진에서도 숨지 못하는 손마디는 돌을 만지는 조각가의 것만 같다.. 

 

 

 

 

 

나이먹는 문제를 푸는 중인 친구(왼쪽) 그 옆에 그녀의 딸, 그녀의 남편,그녀의 노모

 

 

친구네는 나이를 그저 먹는 게 아니란다. 

가족이 낸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이집 생일잔치 전통이라는 것.

친구는 족히 스무 개는 되어 보이는 단어쪽지 문제를  받았다. 

상징 단어가 적힌 쪽지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오늘부터 제 나이대로 인정된다. 

위의 사진은 친구 어릴 때의 사진첩을 뒤지며  상징단어에 딱 맞는 것을 찾는 중인데 

문제를 낸 딸은 물론 남편과 노모까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있다 .

쪽지에 적힌 문제의 예를 써보면 

"날아갈 듯 팔 벌린 세마리 용" "초록 만찬의 포만감" 등이고 

그에 대한 답사진은 가족 3명이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는 것과 들판에서 열매따기에 집중한 사진 등이다.

 

특이한 나이 통과례에 의아해 하는 나를 보고 친구 남편은 한마디 덧붙였다.

지금 푸는 중인 친구의 문제는 아주 약과라며

자신은 아주 심오한 미적분 수학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차라리 나이를 먹지 말까 하고 고민했었다 한다 .

(짐작컨대 그땐 이댁 아들이 고교 졸업반 직전이지 않았을까ㅎㅎ)

하하 얘네는 농담도 이런 식이다.

 

 

 

 

 

내가 선물한 장갑을 끼고 기뻐하는 친구. 

공교롭게도 목도리와 담요까지 지인들로부터 받았다. 

에너지파동이 작금의 관심사인데  

목도리와 장갑 만으로 친구는 생존할 수 있겠구나 라며,

우린 웃기고 또 웃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선물 주제를  '난방' 으로 통일하다니.......

 

 

 

 

친구 딸이 찍은 사진들. 왼쪽부터 친구들의 남편들, 나와 친구 둘, 친구어머님과 사위

 

효도 중인 사위(맨 오른쪽), 어찌 구겨야 할지 난감한 듯한 다리 사진이 참 그렇네 ㅎㅎ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친구 딸과 10대때부터 함께 산다 했었는데, 여전히 나이임에도 그사이 혼인을 하였단다.

가끔 친구네집에서 보이던 사내아이가 이렇게 식구가 되었고

우리는 그 사이 초고속으로 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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