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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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서랍/초하루 시편지

5월에 읽는 시

숲 지기 2023. 5. 1. 07:28

 

봄 편지 

/ 곽재구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 곽재구,'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2019

 

 

 

 

뿌리

/문태준

뿌리는 무엇과도 친하다

꽃나무와 풀꽃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엉켜 있다

냉이가 봄쑥에게

라일락이 목련나무에게

꽃사과나무가 나에게

햇빛과 구름과 빗방울이 기르는 것은 뿌리의 친화력

바람은 얽히지 않는 뿌리를 고집스레 뽑아버린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풀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옮겨 감았다

 

 

 

 

 

배추

/ 이정록

 

성진이 별명은 배추다.

동물을 찾는 시험 문제에서

배추를 골랐기 때문이다.

배추가 동물인 까닭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배추는 꼬랑이가 있잖아요!

김치로 변신해서 겨울잠까지 자잖아요!

꼬랑이 있고, 겨울잠 자면

동물 맞잖아요!

- '공정한시인의사회', 2023년 2월

 

 

 

.....................

 

..... 봄꽃 핀 길 오가며 몇 번 스쳤는가 싶은데  4월이 갔다.

눈길 닿는 곳마다 꽃뭉치들이 그리움의 부피처럼 피어 올랐다. 

 

..... 시인들께 감사드린다.  

 

..... 하산하며 지나친 과일꽃밭 사진은 우연히도 석양 즈음이다.

저 보이는 것들 중 아픔없이 핀 꽃이나 상처없이 돋아 난 잎이 있을까

그러므로  5월,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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