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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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겨울제라늄과 폭설

숲 지기 2024. 1. 21. 06:38

 

 

 

지난 한주는 폭설로 채웠다. 

화요일 이른 새벽부터 거의 전투처럼 눈과 맞섰었다.

눈비가 밤 사이 내리다가 새벽의 기온 급강하로 인해 

차 앞유리가 거의 밤탱이처럼 두툼하게 얼었다. 

제때에 일터에 가야 한다는 생각 외엔 달리 없었고,

백야로부터 밝아오는 새벽의 푸른 순간이 어땠는지는 기억에도 없다. 

 

그날, 그 이튿날 또 그 다음, 다다음인 어제까지 

연일 창유리 얼음을 긁고 이불처럼 덮힌 눈을 벗겼을 뿐만 아니라

눈길과 빙판길을 번갈아 운전했었다.

제설차가 아무리 부지런해도 막무가내로 계속되는 폭설엔 능력부족이었고,

어떻게 날마다 유독 새벽에만 폭설이 내리던지......

 

 

 

 

 

 

한주 동안 폭설에 기진맥진하던 사이

제라늄 몇 송이가 피었다.

주말엔 꼼짝 않고 누워만 있어야지 했을 때 

거짓말처럼 축복처럼 햇살이 나왔고

그 햇살을 등지고 이렇게 제라늄이 웃고 있었다.

 

 

 

 

 

살구꽃처럼 순한 첫 꽃도 피었다.

잎들 뒤에는 무수히 많은 꽃망울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또한 그동안 모르던 일이었다.

 

 

 

 

 

 

 

 

 

 

아, 맞다

제라늄이 앞다퉈 핀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와글와글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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