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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6월에 읽는 시 본문
이슬
/이기철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저 순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먹은 맘 없었으므로
저 순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락이 어딘 줄 모르므로 공중에 매달릴 수 있었다
누굴 한 번 지독히 사랑한 적도 미워한 적도 없었으므로
저리도 투명한 몸일 수 있었다
숨어서 지내는 일생이 전부인 물방울
피마저 하얘서 물방울인 이슬
가시에 찔리면 제 피를 어디에 잠궈 두나
산에 사는 작은 새여
/ 장석남
감꽃이 나왔다
신문을 접고 감꽃을 본다
참 먼 길을 온 거다
벽에 걸린 달력 옛그림엔 말 씻는 늙은이 진지하고
살찐 말은 지그시 눈 감았다
어디서 나비라도 한 마리 날아와라
날아와서 말 끌고 가라
성밖 막다른 골목 어귀에 자리 잡고 살지만
번거롭다, 밥이나 먹고 사는 일이야 간단할 것인데
이 눈치 저 눈치 며칠째 이 小市民을 얽어맸다
나비라도 한 마리 훨훨훨훨훨 지나가라
내 맘 끌고 가라, 아무 말 하고 싶지 않다
사람 소리 드문 산속으로나 들어갈까?
그러나 거기는 세상을 엿본 자나 들어갈 수 있는 곳!
세상을 관통한 자만이 들어가 피빨래를 해서 들꽃으로
들꽃으로 낭자히 널어놓는 곳!
지난해엔「산수화」를 읽으며 잘 살았지
산에 사는 작은 새여,
지금도 꽃 피고 꽃 지는가?
지금도 지금도 꽃 피고 꽃 지는가?
- 장석남,『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문학과지성사, 2005)
어느 사랑의 기록
/남진우
사랑하고 싶을 때
내 몸엔 가시가 돋아 난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은빛 가시가 돋아나
나를 찌르고 내가 껴안는 사람을 찌른다
가시 돋친 혀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핥고
가시 돋친 손으로 부드럽게 가 속슴을 쓰다듬는 것은
그녀의 온 몸에 피의 문신을 새기는 일
가시에 둘러싸인 나는 움직일수도 말할 수도 없이
다만 죽이며 죽어간다
이 참흑한 사랑 속에서
사랑의 외침 속에서 내 몸의 가시는 단련되고
가시 끝에 맺힌 핏방울은 더욱 선연해 진다
무성하게 자라나는 저 반란의 가시들
목마른 입을 기울여 샘을 찾을 때
가시는 더욱 예리해 진다 가시가 사랑하는 이의
살갗을 찢고 끝내 그녀의 심장을 꿰뚫을 때
거세게 폭발하는 태양의 흑점들
사랑이 끝나갈 무렵
가시는 조금씩 시들어간다 저무는 몸
저무는 의식 속에 아스라한 흔적만 남긴 채
가시는 사라져 없어진다
가시 하나 없는 몸에 옷을 걸치고
나는 어둠에 잠긴 사원을 향해 떠난다
이제 가시 돋친 말들이
몸 대신 밤거리를 휩쓸 것이다
..............................
..... 6월,
그 이름 만으로도 풋풋한 초록 냄새가 난다.
수채화로 말하자면 지난 몇 달간 연두색을 쓰기에도 머뭇머뭇했었다면
이제 보란듯이 짙은 초록 붓텃치를 해도 좋은 6월이다.
..... 한여름밤 가든파티를 열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여름맞이 기운을 다 쓰고 있다.
파티에 쓸 오이와 고추 상추는 여전히 모종도 못 하고 베란다에서 발만 여전히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인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잔디는 거의 숲이 될 지경으로 웃자랐다,
이제 내 힘으론 안 되고 전문 가드너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처지이다.
몸은 하난데 여기저기 일복이 툭툭 터진다.
이런 연유로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텃밭의 시녀로 사느라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했다 여름엔.
이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ㅎㅎ
..... 연애시에 끌린다.
한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던 시어들인데 말이다.
몸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듯,
결핍된 언어들을 몸에 마음에 주사하며 읽었다.
시인들께 감사드린다.
..... 사진은 독일의 흑림(슈발츠발트, 블렉포러스트), 깊은 산골 길가 풍경으로
이틀 전 칼브(헤세의 고향마을) 근처 치과에 다녀오며 찍었다.
건초를 보관하는 꼬마집(휘테)들이 그 길 그 동네를 지키며 근처 나무들이 웃자라기도 하고
이미 오래 전에 피고 졌을 배꽃이 또한 한창인 흑림에서는
봄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