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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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읽는 시

숲 지기 2024. 7. 2. 00:26

 

 


감자꽃 필 무렵 

/ ​허림

 

아날로그 시계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고 있다

감자꽃이 피었다

내면 광원 월둔 골짜기

안개 풀리면서

땅 속 감자가 여무는 동안

안부 편지 한 줄 쓰지 못했다

산그늘 먹물로 풀리는

그날 저녁

밥은 먹고 사냐는 문자를 받았다

- '말 주머니'  북인, 2014

 



가난한 풍경
 / 조동례

외롭다는 이유로
세상 등지고 싶은 사람 하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건
그도 배고프고 나도 배고팠던 것
세상을 등진 그가
나에게 한 발짝 다가오면
벼랑을 등지고 사는 나
물러설 곳이 벼랑이어서
벼랑이 한 발짝 가까워지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 하나로
물러설 곳도 나아갈 곳도 잊고
주머니에서 풀씨 몇 개
비상금처럼 털어내고 있다
하마터면 나도 외롭다는 말을
탈탈 털어놓을 뻔했다

- 조동례,『달을 가리키던 손가락 』(삶창, 2013)

 



은유의 숲

 / 배한봉

피고 지는 것이 꽃의 말이라면

날고 우짖는 것은 새의 말

사람이 따라 흥얼거리면 노래이고

기록하면 시였다

자연의 모든 말은 은유였으니

사람의 말도 은유였다

모든 말이 시와 노래였던 때는

사람도 자연이던 때

토끼와 뻐꾸기와 구름과 별

달과 해와 바람 모두 한 식구였다

사람이 도시를 만든 뒤부터

집 잃은 제비는 돌아오지 않았고

이슬은 별빛을 품지 않았다

회색 풍경 속의 텅 빈 곳이여

나무의 말 다람쥐의 말 들으며

나는 오늘 산을 오른다

물통을 앞에 놓고 옹달샘 가에 줄 선

새벽 산골짜기의 우리여

은유였던 사람의 말 기억하는

숲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흥얼거리면 노래 받아쓰는 시

은유의 숲에 들면 누구나

자연이 된다 눈짓도 인사도

싱싱한 자연의 말로 살아난다

- 배한봉,『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문학의전당, 2006)

 

 



..........................

 

 

..... 새벽 6시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신비롭다.

마당일을 끝낸 늦은 오후 호미를 씻으며

오늘 하루도 감사하게 되기를....

7월 초하루이자 휴가의 첫날,

월요일도 이렇게 근사할 수 있다니,

기분좋게 낯설고 또한 넉넉하다.

 

..... 주말동안 잡초를 뽑고 정돈을 한 텃밭,

소나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연분홍을 곁들인 수려한 흰꽃은  친구 우술라가 준 우무스카텔러살바이Muskatellersalbei (Salvia sclarea),

허브의 한 종류.

 

..... 독일은 때아닌 추위(?)가 닥쳐서 지난 밤에도 난방을 하고서야 잠들었다.

며칠째 소나기가 복병처럼 출현하는 중에

딱 섭시 10도까지 기온이 내려갔고, 오늘 최고 기온은 14도,

이상하게 시작하는 7월, 긴팔옷을 두겹 입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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