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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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감자씨앗 얻기

숲 지기 2017. 4. 29. 00:29

 

의외로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서

휴면에 들어가기 전에 감자씨앗을 얻은 경험을 짧게 써 봅니다.

 

 

 

 

 

감자꽃이지요, 제가 찍은 걸 찾을 수 없어서 싸이트에서 찾아 올립니다. 제 꽃들과 제일 닮은 것으로 골랐는데, 보라색꽃이 퍽 예뻤지요.

 

 

 

 

 

위에 초록색 알들이 감자 식물에 달리는 열매입니다.

그러니까, 땅 밑이 아닌 땅 위의 감자식물 줄기에 달리고

감자 꽃이 지고 나면, 같은 자리에 이렇게 예쁜 열매가 열립니다.

 

저 열매들을 따서 서늘한 곳에서 꼬들꼬들할 때까지 말린 뒤 

잘라보면 작고 독특한 초록빛 끈적한 액체 속에 수 많은(열매 하나에 150-200개 정도) 씨앗이 나옵니다.

주의할 것은 각각의 열매마다 다른 유전자가 들어있을 것이므로 서로 섞이지 않게 구분하여

이들을 잘 펴서 건조시킵니다.

 

 

 

 

 

 

 

 

 

어느 자연식 세미나에서 배운대로 커피거름종이에 습기 가득한 씨앗을 폈습니다. 

씨앗들이 아주 작아서, 그냥 속열매를 넓게 펴 주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겁니다.

이들을 며칠 말려서 아래 사진처럼 봉투에 담고, 이름을 써주었습니다. 

 

 

 

 

 

 

 

 

 

제가 세미나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유전자들이 서로 교차되는 것은 이 씨앗이 만들어질 때 뿐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감자와 감자가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저 씨앗들을 심었더니 아래와 같은 종류가 뒤섞인 감자들이 출생했습니다.

 

봉투에 담겨 있는 씨앗들은 언제든 씨감자가 될 수 있고, 

심었을 때 나온 종류를 표기했기 때문에 역시 원하는 종류를 골라 심을 수 있습니다.

차곡차곡 모을 수 있는 제 씨앗재산이 되는 것이지요.

 

 

 

 

 

 

감자씨앗 채취에 대한 이론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감자열매에서 씨앗을 추출하여 심어서 씨감자를 얻고, 

그 씨감자를 이듬해 다시 심으면 새로운 감자 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요.

하지만 직접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는요.

그래서 저는 들어서 아는 것을 한번 실천해 보았던 것입니다.

 

아 그리고 저 감자들은 씨앗을 심어 얻은 1살짜리들입니다. 배운 이론에 의하면 1살짜리들은 씨감자처럼 아주 작아야 하지만 운이 좋아서인지 저렇게 큰녀석들을 수확했지요. 이 사실도 직접 시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 함초롬2017.04.29 11:09 신고

    정말 신기하네요. 감자꽃이 핀 것만 봐도 신기한데,
    그 꽃에서 열린 열매로 씨앗을 채취해서
    파종까지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답글
    • 숲지기2017.04.29 13:16

      감자꽃을 처음 보았을 때 탄성을 질렀습니다.
      보랏빛이 은은한 참 신비로운 꽃들이었습니다, 노랗게 뾰족한 꽃심도 독특했고요.
      해를 그듭하여 감자를 심다보니, 어떤 해는 저 혼자 피고 또 져있기도 했지요.

      님의 댓글을 보고 꽃사진을 곁들여 올렸습니다. 직접 찍은 것을 찾을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얼른 조달하였지요.
      감자는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지만, 비밀이 많은 식물 같아요. 풍부한 양식이 되지만
      싹에는 독소도 품고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함초롬님.

  • 함초롬2017.04.30 14:44 신고

    꽃사진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7.04.30 20:53

      감자꽃을, 그러니까 꽃으로도 제법 예쁘게 봐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凡草2017.04.30 15:42 신고

    한국 감자하고는 모양이 다르군요. 잘 보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7.04.30 20:52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감자 종류에 따른 분별력이 없어서, 먹어보아도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일반 가게에서는 대략 두 종류를 팝니다.
      단단하게 삶아지는 것(얇게 썰 수 있어서 셀러드 등에 이용), 파삭하게 삶아지는 것(으깨어서 사용하는 요리)이 그것들입니다.

      감자전문 가게에는 정말 많은 이름이 있고요.....(저는 딱 밖에 모릅니다)



  • 이쁜준서2017.05.15 17:43 신고

    참 신기한 일입니다.
    감자 꽃이 피고, 그 꽃에서 아주 작은 씨앗을 얻으시고, 그 아주 작은 씨앗이
    발아해서 저런 감자로 자랐다니 그 작은 감자 씨앗에서는 유전자에 따라서
    모양과 색이 다른 감자를 얻으셨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7.05.15 23:41

      저 역시 참 신기하고 신비로왔습니다.
      지금은 저 씨앗들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데, 밭에는 순종이라고 생각하는 종류만 심었습니다. 이유는요, 노동력이라고 해봤자 저 뿐이고, 땅이라고 해봤자 텃밭 뿐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푸른 감자열매가 열릴텐데, 모아두긴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심심한 어느 겨울날 씨앗들을 받을 것도 같아요.

  • 스누커2017.06.08 18:56 신고

    저는 그냥 감자 쪼개서 심어요.
    싹이 이미 난 거 버리면 그게 자라서 감자가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 '아무 감자나 농장' 운영중입니당. 흐흐

    답글
  • 숲지기2017.06.08 22:39

    슈누커님 다우신 발상입니다 ㅎㅎ

    저는 흑림 정원엔 쟤들 뿐이라서 잡종이 될 리가 없지만
    아랫동넨 많이 섞입니다. 그래서 씨감자는 순종인 흑림 것만 씁니다.
    농사지어서 햇감자 몇알 보내드리겠습니다.

    답글
    • 스누커2017.06.09 11:27 신고

      헉, 그 귀한 보라 감자를요......
      Vielen Dank im Voraus~!^^

  • William2018.06.29 17:14 신고

    감자 5파운드 사면 다 못먹고 남은 감자에 쌋이나서
    그냥 버리긴 아까워 쪼개서 심었더니 뜻밖에 좋은 수확이
    되었는데 꽃이 피면서 초록색 방울 토마토같이 열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버렸는데 씨를 받는군요.
    블친님 덕분에 배웁니다..
    그런데 한국 어느 감자농장에서는 꽃이 피면 약을 뿌려 제거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양분이 많이 꽃에 가면서 열매를 맺으니
    감자 자체가 부실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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