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이렇게 예뻤던 뽕나무가...... 본문

촌부일기/텃밭이야기

이렇게 예뻤던 뽕나무가......

숲 지기 2017. 4. 23. 05:27

 

 

그냥, 끓는 물을 끼엊은 듯 

초토화 되었습니다. 

4월 중순을 넘겼음에도 독일 전체에 영하 5~6도의 강추위가 기습을 했습니다. 

그냥 조금 추워진 것이 아닌, 아예 며칠간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던 겁니다.

 

그래서 제 마당과 농장의 죄없는 봄잎들이 

아무런 방비도 없이 그대로 얼어버린 것이지요.

 

 

 

 

 

 

너무 예뻤던 뽕나무예요, 앙증맞은 오디까지 키우던 뽕나무였는데 말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유일한 뽕나무일 거예요. 이름하여 귀하신 몸입니다.

 

 

 

예쁘게 싹을 피운 뽕나무는 용케 사진이라도 찍었는데

자랑으로 여기며 정말 많이 아끼던 감나무(처음으로 아주 여러 개 감꽃을 준비하는 듯했는데),

씨앗부터 심어서 5년을 키운 4그루 은행나무들의 새로 나온 잎들이 

모두 얼어벼렸습니다.

 

 

 

 

 

 

이 사진들이 약 5일 전인데, 지금은 다 얼어버렸어요. 

 

 

 

아, 또 있어요.

빛을 보고 잘 자라라고 집에서 싹을 내어서 농장으로 옮겨 놓았던 

애호박 4그루와 오이 2그루도 있습니다. 

얘네들은 흐물흐물 땅에 그대로 누워버렸더군요.

불쌍한 녀석들, 주인 잘 못 만난 탓에 

요절을 해버렸어요...

 

 

 

 

 

마음이 아파요 ㅠ

 

 

 

 

옆집의 포도나무들이었지요.

 

 

 

 

얘들도 마치 뜨거운 물에 한번 데쳐 놓은 듯 흐물흐물....ㅠ

 

 

 

 

 

 

 

 

취미 농장의 식물들임에도, 꽁꽁 얼어버린 봄잎에 대해 이렇게 슬픈데

전업 농부님들의 경우, 

기후 변화에 얼마나 예민해 하실지 상상이 됩니다.

 

 

 

 

 

 

 

 

농사 아무나 짓는 게 아닌 듯 하지요.

농부님들 존경합니다. 

 

  • 노루2017.04.24 05:44 신고

    아직도 추위가 안 물러갔나요?
    다시 날이 풀리면 그래도 많이들 되살아날 것 같은데요.
    특히 나무들은요.
    은행나무, 큰 상처 없이 무슨 일이 있었냐 싶게 잘 자라면
    좋겠네요. 감나무, 뽕나무도요.

    답글
    • 숲지기2017.04.25 13:45

      다행히 지금은, 아뇨 아직도 밤엔 영하로 떨어집니다 낮에만 섭씨 10도정도를 오르내리고요. 볕이 좋길래 거실의 제라늄을 돌벽 앞에 두고 며칠 밤을 지내도록 했더니
      그것마저도 얼었어요 ㅠㅠ

      감나무와 뽕나무는 여전히 아무 기척 없이 새 잎을 내보낼 생각도 않습니다.
      아, 이런 봄도 있구나 싶습니다.
      사실 그런데 저만큼 호들갑을 떠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들 천재지변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특히 큰 과일농장주들의 경우 피해가 클텐데 이곳 농부들은 긍정적이기만 합니다. 깊은 종교심때문일까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노루님.
      고맙습니다.

  • 스누커2017.06.08 18:58 신고

    오디 묵고잡다..........

    답글
    • 숲지기2017.06.08 22:25

      바바리아의 서울토박이님께서 언제 오디를 드셔보셨나요?
      독일 뽕나무 종자는 그냥 흔적 뿐인 아주 쬐끄맣고, 아무리 먹어도 배도 안 부르고...... 그렇습디다.

      뽕잎을 말려뒀는데, 필요하시면 드립니다.
      뽕잎차용으로 덖음을 한 것도 있고요.
      맛은 별롭니다, 특별한 애정이 없으면 슈누커님처럼 고상하신 분께서 즐기기엔.....

  • snooker2017.06.09 11:44 신고

    꺄아, 이겼당~!!^^
    북독일 유학 시절,
    오디 훔쳐 먹는 게 하루중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그란디요.....
    앗, 어디 가서 이르지 마세영. ㅎㅎㅎㅎㅎ
    (이미 40 년 가까워짐. 시효 지났음매.^^)

    오디 크기가 Brombeere 보다 컸고, 향도 엄청났어요.
    근데 거기 사람들은 안 따 먹더만요. 먹는 열맨 줄 모르던데.....
    감기랑 코 알러지에 특효약인딩~~

    엄청난 숲속에 뽕나무가 하염없이 펼쳐져 있었어요.
    숲을 벗어나면 곧 옥수수밭~!
    도둑질 일석이조......

    근데 둘 다 인간을 위해 심은 게 아니었더구만요.
    옥수수는 사료용이었음. ㅋㅋㅋㅋㅋ

    이상, 고상한 쉬눅커의 고상한 옛 행적 회상기였습니당.
    ........ 푸하하

    답글
    • 숲지기2017.06.10 23:01

      하하 여전히 고상하신 슈누커님,
      큰 오디가 열리는 그 북독일이 어딘지 알고 싶지만,
      제가 알아서 또 어쩌겠습니까요. 공소시효도 시났다고 하시는데 ㅋ
      그래도 가르쳐 주신다면 그 동네로 오디휴가를 가볼까 싶기도 합니다만 ㅎㅎ

      어릴 때, 오디가 많이 달리는 뽕나무가 있었어요.
      맛이 있어서 정신없이 따먹다 보면 손과 입이 시꺼멓게 되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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