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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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악보를 못 읽는 명 연주가

숲 지기 2018. 2. 27. 07:31

 

세상에는 악보를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이 말은 시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나눌 때 만큼이나 공허하다.

악보와 시, 한때 줄기차게 함께 하였지만 지금은 남처럼 지낸다.  

마음의 밭을 갈 때 더러 이랑 아래에 슬쩍 묻어버리는 사람이름처럼

안 본지 꽤 되어도

그립지 않다.

 

 

 

 

지난 주말 세미나(음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에서 만난 피터는

짬짬이 나는 휴식시간에 즉흥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것으로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이 친구 이번 행사엔 진행까지 맡아서 동분서주했는데

바쁜 중에도 내가 살짝 불러 내었다.

 

"피터, 전에 네가 연주한 곡 말야 누구꺼야?

악보는 있어?"

"작곡가? 그런 거 없어,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

 

"?? 그렇다면 니가 작곡까지?"

대답대신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시늉을 해보이다가 대뜸,

"있지, 나는 악보도 못 읽어."

의아해 하는 나의 표정을 읽었다는 듯,  그는 재차 얘기하였다.

"나 악보 볼 줄 모른다구!"

"피터, 네 말이 사실이라면 소위 말하는 천재구나 넌 !"

"아냐 그 반대, 악보도 볼 줄 모르는.... 하하 "

 

 

피터와는 그렇게 잠시 웃고 돌아섰지만 그와의 대화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살 수도 , 꿔올 수도 없는 그 무엇을

그 친구는 가졌고 나는 가지지 못하였다.

불평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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