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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산길을 내려오며 ) 본문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문태준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백자(白磁)와도 같은 흰 빛이 내 마음에 가득 고이네
시야는 미루나무처럼 푸르게, 멀리 열리고
내게도 애초에 리듬이 있었네
내 마음은 봄의 과수원
천둥이 요란한 하늘
달빛 내리는 설원
내 마음에 최초로 생겨난 이 공간이여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나는 낙엽처럼 눈을 감고 말았네
ㅡ<발견> 2018, 여름호-
......................
우리 사는 세상의 그윽한 대표 인칭대명사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늘 그러했겠지만 지금이 새삼스럽고,
바라만 볼 뿐 말이 없는 것 또한 새삼스럽다.
독일어에는 땅(Die Erde)이나 태양(Die Sonne)은 여성명사 '그녀'이다.
시인이 생각한 그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 대지가, 태양이,
지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애초에 그녀로 부터 받았을 리듬을
손가락 끝 맥박으로 듣는다.
(낙엽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서) - 숲지기
해질녘에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스스로 싱그러워진 포도밭 이랑에
햇살은 저마다에 금빛을 덧입혀 준다.
운전 중에 누른 장면이어서 원거리와 근거리의 선명함이 다르다.
사진이 이모양이다.
석양의 포도나무밭 언덕 풍경을 이렇게도 망칠 수가 있나!
수 많은 삐딱한 사진 중 그나마 반듯한 것을 골랐다는 거잖아 ㅎㅎ
연두색 크레용을 칠하고 문지른 듯한 게 근거리,
먼 숲에는 밤꽃이 피었다.
내리막 산길에 어둠이 깔리는 중에도 저 밤나무 숲을 마음으로 느릿느릿 걸었다.
숲을 다 내려왔을 때
있는 듯 없는 듯 실눈썹달이 떠서
나를 또 바라보고 있었다.
-
이젠 서둘러 산을 내려 왔다 하시는 말씀을 바로 알아 듣습니다.
답글
경작지에 다녀 오시는 길이구나 하고요.
한국에서는 비알 밭의 과일이 맛이 있습니다.
포도 밭이 경사져서 골로루 햇빛도 받겠고, 아주 맛난 포도가 생산 되지 싶어 보입니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백자와도 같은 흰빛이 내 마음에 가득 고이네 란
싯 귀가 마음에 닿습니다. -
joachim2018.06.17 22:14 신고
Morgen 14°° Sc gegen Suedkorea, du wirst das Spiel sicher anschauen!!! Ich auch und halte zu deinem Land.
답글 -
-
-
독일에서는 땅과 태양을 그녀라고 부른다니 멋진말입니다.
답글
하긴 땅을 어머니라고 부르기도하니 같은 맥락일 것같고요.
차를 타고 가면서 사진을 찍으려면 우리 아들 말로는 창문을 내리고 찍으면 풍경이 잘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창문에 비쳐진 풍경들이 뭉개진다고요.
우리집의 그녀는 지금 매일 밤 비를 맞으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또 다른 그녀는 부드러운 햇볕 대신 어두운 잠을 자게 만들고요.
흐린날이 많아서 그녀가 보이지 않습니다. -
시가 좋으네요.
답글
진짜에 이르기 어려워
그건 정말 어려워
라고 정현종 시인이 읊고("이 느림은"),
“실패하지 않는 시가 어디 있겠어요. 시 쓰기는
늪 속의 허우적거림처럼, 사막에서의 제자리걸음처럼,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않는 것"
이라고 이성복 시인은 말했(다)지만,
진짜에 이르지 못하는, 정확히 가리키기에는
실패일 수밖에 없는, 그러나 독자가 그 무언가를
보게 하는, 느끼게 하는, 그런 시가 좋더라고요.
내가 보는 '그녀'가 시인의 '그녀'와는 전혀 엉뚱하다
해도요.
사실, 이 시를 좋아하게 되는 게 이 시에서, 나는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그녀'를 연상하게 돼요.
내가 연상하는 '그녀'에 꼭 맞는 표현들은 아니면서도요.
이성복 시인의 시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를 이 시와
함께 읽어보게 되네요.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이성복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떨며 멈칫멈칫 물러서는 山빛에도
닿지 못하는 것
행여 안개라도 끼이면
길 떠나는 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지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외로운 것
오래 전에 울린 종소리처럼
돌아와 낡은 종각을 부수는 것
아무도 그를 타이를 수 없지
아무도 그에겐 고삐를 맬 수 없지 -
경치가 아름다운 자연을 앞에 두면 감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눈을 감게 되지요.
답글
그렇군요, 그녀가 나를 바라 보기에 그 그윽한 눈길을 평온한 눈길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는 것이었어요.
감동입니다.-
숲지기님, 창피합니다만 저는 시를 읽지 않은지 30여년은 된 것 같습니다.
굳이 해석이라고 하기 까지는 뭣합니다만, 이 시에서 떠오르는 '낙엽처럼'은
고엽이 되어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낙엽이네요, 아름다운 꽃을 피우던 과수원, 천둥으로 요란한 하늘과 새하얀 설원을 겪어온 나뭇잎이 떨어져 낙엽이 되어 모든 걸 내려 놓은 느낌.
이제는 그녀의 품으로 태초의 대지의 품으로 돌아온 낙엽.
지은이도 그 낙엽처럼 그녀의 포근한 품을 감촉을 느끼려 눈을 감아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제 멋대로 해석이네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나는 낙엽처럼 눈을 감고 말았네'
정말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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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산길을 내려오며)"라고 하셔서
답글
'아, 그 아름다운 계곡 어디쯤에서 내려오실 때 이쪽을 바라보는 어느 여성이 있었구나' 했었습니다.
문태준 시인의 서정시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도
이럴 적에 여성(이성)을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의 마음의 흐름을 들려주고 있어서
의심없이 내려왔는데
어? 아름다운 대지를 이야기하신 걸 보고는 뭐랄까요, 좀 부끄럽고 쑥스럽고 머쓱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있지.'
- 우리 사는 세상의 그윽한 대표 인칭대명사 '그녀'......
'그윽한'이라는, 멋진 단어를 보여주셔서 놀라움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본 것은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숲지기2018.06.22 20:53
시어나 문장들은 더 없이 쉬우나,
여러 다른 생각들로 읽혀지는 시를 좋아합니다.
아, 교장선생님도 남자시구나 ㅋ
내심 저도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미루어 보는 제 생각도 고질적인 선입견을 바탕으로 하였고요.
그리고 이어주신 댓글 말씀,
부끄럽고 감사히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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