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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7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꽃 주위를 맴돌던 벌이 어떻게 꽃의 영역에 발을 내딛으며,
연인인 벌을 맞아서 나직이 떨던 꽃들은 또 얼마만에 꽃잎을 오므리는지를 보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나절에 일어납니다.
7월은 꽃에게도 벌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한때이지요.
시들을 빌어 오면서 쓰신 분들께 존경과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올해 마당의 보레취꽃들과 그들의 연인 벌 한마리
깻잎 반찬
/김순진
깻잎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실에 꿴 깻잎뭉치처럼 뭉쳐 살고 싶다
서로 떨어져 국수 수제비를 먹고 살다가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따끈한 쌀밥 한 술 산다고 우기며
깻잎을 얹어주고 싶은 사람
아래 있는 깻잎 꼭지를 젓가락으로 잡아주고 싶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깻잎장아찌가 서로 붙어 잘 일어나지 않을 때
밑장을 지그시 눌러주거나
먹고 사는 일을 거들어주고 싶은 사람과
이웃하며 살고 싶다
ㅡ시집<복어 화석>
그것은 거의 연극
/이성복
아버지 놀이에도 지친 아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꿉놀이
막이 내려도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도 연극
오이꽃이 웃는 것도 연극
고통은 밤하늘에 떠올라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아래 또 熱氣(열기) 나는 풀잎 엉클어져
숨소리 거친 골짜기,
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
그것은 거의 연극,
막이 내려도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수평선
/문태준
내 가슴은 파도 아래에 잠겨 있고
내 눈은 파도 위에 당신을 바라보고 있고
당신과 마주 앉은 이 긴 테이블
이처럼 큼직하고 깊고 출렁이는 바다의 내부, 바다의 만 리
우리는 서로를 건너편 끝에 앉혀 놓고 테이블 위에 많은 것을 올려놓지
주름 잡힌 푸른 치마와 흰 셔츠, 지구본, 항로와 갈매기, 물보라, 차가운 걱정과 부풀려진 돛, 외로운 저녁별을
ㅡ<발견> 2018, 여름호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최백규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
꺼지라며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
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
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단 한 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너의 종교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몇
평의 바닷가와 마지막 축제를 되감을 때마다
나는 모든 것에게 거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누군가 학교에 불이 났다고 외칠 땐 벤치에 앉아 손을 잡고 있었다
운명이 정말 예뻐서 서로의 벚꽃을 떨어뜨린다
저물어가는 여름밤이자 안녕이었다, 울지 않을 것이다
―계간 <시산맥> 2015년 가을호
-
마지막 사진의 꽃에는 벌이 보이지 않습니다.
답글
늦은 오후가 되어서 벌도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갔고, 꽃들도 저러다 밤이 오고
그런가요?
필사를 하신다 것을 알고서 숲지기님께서 올리신 시를 몇번을 읽습니다.
매달 새 시를 올려 주시고, 그 시를 관심 깊게 읽게 되고, 감사드립니다. -
네 편을 다 이야기하는 건 건방지겠지요?
답글
숲지기님 마음, 시를 보시는 시간들도 헤아려보면서 저더러 고르라면 김순진 시인의 "깻잎 반찬"입니다.
어쭙잖은 저도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났을 것입니다.
그런 호사를 누리며 여기까지 와서는 쓸쓸히 앉아 있게 된 것입니다.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렇게 해준 마음으로 행복하기를 바라고 싶습니다.-
숲지기2018.07.15 16:22
끊임없이 사색하고 자기 정화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교장선생님,
순도 99쩜9프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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