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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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18. 6. 1. 04:05

 

 

5월은 서둘러 갔고 이제 막 6월에 와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6월에 닿은 게 아니라,

우리의 의지로 새달을 맞았으므로 당당합니다.

 

6월엔 수동적일 수가 없지요.

지구 북반구에 발 딛고 사는 생명을 가진 그 어떤 것도 

잎을 내고 손을 흔들다가

문득 튼실한 가지 하나을 뻗습니다.

 

6월의 숲은  날마다 녹색으로 덧칠을 하는 듯

흑녹색이 됩니다.

이름하야 이곳이 흑림이지요.

......

 

하필 이런 때에 저는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릅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극의 그 끝에 또 다른 극은 있다고나 할까요.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불편과 냉대를 부르고,

급기야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떠나게 됩니다.

 

 

수동의 극치이자,

문학의 잔혹성을 말 할 때 더 좋은 예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지요.

그야말로 변신입니다.

6월과 변신, 마치 하지에 동지를 생각하는 듯 멀지만

가장 뜨거운 6월이 그레고르들에게는

더 춥고 더 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6월 초하루가 기다립니다.  

뜨겁게 태우는 나날들을 보내시길.....

 

 


 

 

아무렇지도 않게

/김종미

 

 

여기는 꽃밭이라는데
꽃에 앉았던 나비가 포르르 날아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슴에 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나는 놀란다
움직일 수도 없고 나비를 잡을 수도 없다
살인자를 쳐다보는 아기의 푸른 눈동자
그 속에 내가 비친다
나는 교묘히 머리를 써서 나비를 잡을 수도 있고
한 송이 향기로운 꽃인 듯 아량을 베풀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어리석게 손을 휘젓는 바람에 나비는
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무게도 없는 나비가 잠깐 가슴에 앉았다 날아갔는데
한순간이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웠다

 

 


 

 

 


 

산나리꽃

/임영조

 

지난 사월 초파일

산사에 갔다가 해탈교를 건너며

나는 문득 해탈하고 싶어서

함께 간 여자를 버리고 왔다.

 

그런데 웬지 자꾸만

그 여자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잠시 돌아다 보니 그 여자느 어느 새

얼굴에 즈근깨 핀 산나리가 되어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또

내가 사는 마을까지 따라와

가장 슬픈 한 마리 새가 되어

밤낮으로 소쩍소쩍

비워둔 내 가슴에 점을 찍었다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 없는

검붉은 문신처럼 서러운 점을

 

 

 

 

                         

 

 

식용 들풀/꽃들을 왼손에 들었지요.

토끼풀,Vogelschnabel,타임,금잔화,꿀풀,질경이,Gruenkohl,Gundermann,민들레,Katzenminze, 참나물.........등등 

 

  • 이쁜준서2018.06.01 00:36 신고

    6월이 열리는 아침 시간입니다.
    사진에서 글에서 싱그러운 6월 내음새가 납니다.

    답글
  • 논정2018.06.01 00:44 신고

    뜨겁게 태우는 날
    노가다 현장은
    추운날도 뜨겁게 보내는데
    한여름은 뜨겁고도 뜨거울것 같네요

    답글
    • 숲지기2018.06.01 01:22

      햇볕이 어찌나 쎈지, 저는 벌써 등을 그을렸습니다.
      평소엔 불편이 없다가도 샤워를 하거나 댕을 대고 잠을 잘 때는
      등 쪽이 많이 쓰립니다.

  • 사슴시녀2018.06.01 05:32 신고

    핑크빛 당아욱, 붉은 크로버 그리고 꿀풀...계절을 마무리하는 펜지 조차도
    잊지 않으시고 낑겨주신 숲지기님의 따뜻하신 애정과
    6월을 반기는 꽃들이 곱디 곱습니다! ^^

    답글
    • 숲지기2018.06.01 13:13

      당아욱, 참 예쁜 이름입니다.

      각 나라마다 식물이름이 달라서,
      생각이 안 나는 것을 그냥 아는 것만 썼습니다.
      한때는 일일이 찾아서 썼지만 말입니다.
      팬지가 생각나지 않아서 계모꽃이라고 쓸까 했었지요 ㅎㅎ

  • joachim2018.06.01 22:28 신고

    Kommt nun das Treffen(Kim und Trump) zustande oder nicht, was ist deine Prognose? Ich bin da eher skeptisch!! Und wie geht es dir?

    답글
    • 숲지기2018.06.01 23:07

      Hi,
      ausser Sonnenbrand und Bremsestich, geht es mir sehr gut.
      Ich hoffe dir genauso gut.

      Ja, Das Treff
      wie du sagst, wird es nicht so einfach sein .
      Wir alle wissen, im schlimmsten Fall wird es jedoch wieder auf Null gehen.

      Dann,
      Kim wird alle Methoden anwenden, um dem Schicksal von Saddam und Gaddafi zu vermeiden.

  • kyk2018.06.02 10:50 신고

    숲지기님, 안녕하세요.
    옆동에 사는 한국인 가족이 독일에서 공수해 온 미나리를 무쳐서 저희 집에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유럽에서도 한국 교민분들이 먹으려고 미나리나 명이 나물 같은 것을 키우는가 보네요.
    여기 인도도 한국 교민분들이 상추를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거든요.
    유럽처럼 미나리나 명이나물은 너무 더워서 안되겠지요? ㅎㅎㅎ

    답글
    • 숲지기2018.06.02 11:47

      마드라스 날씨엔 글쎄요 뭐가 자랄까요?
      우리나라 한여름식물은 다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상추, 미나리도요.
      명이는 이른 봄에만 숲과 들에 나오는 것인지라
      그건 안 될 것이고요.

      교민들이 우리 작물을 키우는 이유는, 가게에서 팔지를 않기 때문인데
      조그만 상자에라도 한번 직접 길러 보세요, 장점이 많습니다.
      생활정서에 가장 좋고요, 신선한 식재료와 가정경제까지 도움을 줍니다.

  • shinilc2018.06.02 15:38 신고

    햇빛을 많이 담아 숲속도 점점 청년기로
    접어드는 듯 하는 6월이네요..
    어제 오늘 연일 계속 강렬한 햇빛이 내리쮀고
    무더운 기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혹시 시인? 이신듯...
    흑림도 점점 어른이 되는군요..
    6월도 행복하세요~~^^

    답글
    • 숲지기2018.06.03 01:15

      질문을 하셨으니 답을 드립니다.
      요즘은 시 쓴다는 게 흔한 일이 되었지만,
      30년 전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학 재학시절에 문단에 나갔고요, 딴은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썼던
      그때가 비교적 화려했네요.

      하지만 지금은 오랜 해외생활로 많이 소외되어 지냅니다
      보시다시피...ㅎ
      (매월 초하루 시들을 싣는 것도 신작시들을 읽기 위한
      제 나름의 꼼수로써 기획한 것입니다) [비밀댓글]

    • shinilc2018.06.03 16:53 신고

      역시나 시인 이셨군요..
      앞으로 좋은 시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비밀댓글]

    • 숲지기2018.06.04 10:47

      오,
      신일님......
      제가 비공개글로 썼습니다요.

      고맙습니다.

  • 추풍령2018.06.02 19:42 신고

    멀리 지구의 반대편에 계시면서 달마다 한국의 참신한 시를 모아 소개하시네요.
    머나먼 이국에 사시니까 조국의 고운 시들이 더 더욱 가슴에 닿은듯 하신가 보지요?
    시와 무관한 이 사람도 딴나라에서 그 옛날 정취가 느껴지곤 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6.03 01:27

      추풍령님께서 읽어주시니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글로 쓰여진 글은 비단 시가 아니어도 늘 소중하게 여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산하는 한글 시들을 대하는 게 좋습니다.
      매월 초하루 글을 올리는 것도 신작시를 더 찾아 읽으려는 저만의 기획의도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꼼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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