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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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한포기생명

크리스마스에 씨앗부자가 되다

숲 지기 2018. 12. 28. 09:14

살다 보면 눈물이 핑 돌 만큼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있지요.

엉겁결에 큰 선물을 받은 산골꼬마가  

맨 처음으로 보이는 반응은 엉엉 우는 거잖아요.

대륙 너머에서 제 이름으로 보내신 수 ~ 많은 씨앗들을 보는 순간

저는 딱 그 산골꼬마의 모습이었답니다.

 

 

 

 

 

얼마만에 읽는 손편지인지요.

예쁘고 정성스런 손편지로 첫 줄에 '숲지기님'이라 쓰셨지요, 물론 저를 뜻하신 것이고요.

저의 초대손님들(한국어를 읽을 줄도 모르는)에게 편지를 번역하며 막 자랑 중이랍니다.

 

 

 

 

 

 

 

 

블로그의 친구님께서 귀한 씨앗들을 보내셨다고 하셔서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터였습니다. 

사실은 12월 중순부터 기다렸는데, 아 글쎄 성탄 이브에 딱 맞춰서 제 우체통에 오셨지 뭡니까.

자세히 보면, 우편요금도 아주 큼직하게 지불하셨습니다. 황송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고이 모셔두고 성탄예배를 갔습니다.

징슈필 형태의 성탄극을 보고 노래하고..... 하는 동안에도 씨앗을 보내신 아름다운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요.

 

자, 순서를 마치고 가볍게 귀가하여 저 흰 봉투를 열었습니다.

 

 

 

 

 

 

짜잔~~~!

하하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나, 이렇게 많은 종류들이 봉투 안에 들어 있었죠,

그것도 귀하디 귀한 이름의 씨앗들 뿐입니다.

 

 

 

 

 

 

이 이름들을 보세요, 태어나서 처음 만난 식물도 많습니다.

잔대 황기 지치 전호.... 등등

 

 

 

 

 

 

 

씨앗 색깔이 사파이어 보석처럼 녹색, 청색들도 있습니다.

언젠가 태국 파타야 바닷속이 저렇게 예뻤지요.

 

 

 

 

 

 

 

제가 부탁드린 것은 결명자와 명이, 이렇게 딱 두가지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무, 열무, 강원도 옥수수 등은 고국을 떠나온 뒤에 도대체 만난 적이 없었죠.

 

 

 

 

 

 

 

뿐만 아닙니다,

오, 한국에서 일부러 사오셨을 야채씨앗도 보내셨습니다.

왼쪽 위엔 향부터 기가 막힌 XXL크기의 김입니다.

 

 

 

 

 

 

볕 좋은 날, 무무는 씨앗들 둘러보는 일에 푹 빠졌습니다.

씨앗을 보며 행복해 하기로는 저 또한 무무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 씨앗들을 손수 채취해서 말리고 일일이 담아서 이름 쓰고.... 하셨을 사슴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제부터 씨앗부자입니다.

보내주신 씨앗들은

  • 씨앗들
  • 잔대씨앗
  • 지치씨앗
  • 황기씨앗
  • 결명자씨앗
  • 명이씨앗
  • 무씨앗
  • 대파씨앗
  • 오이씨앗
  • 도라지씨앗
  • 진선노랑배추씨앗
  • 가을무씨앗
  • 아욱씨앗
  • 참당귀씨앗
  • 조선상추씨앗
  • 강화순무씨앗
  • 땅두릅씨앗
  • 열무씨앗
  • 고들빼기씨앗
  • 아삭이고추씨앗
  • 백다대기오이씨앗
  • 애호박씨앗
  • 참취씨앗
  • 냉이씨앗
  • 곰취씨앗
  • 강원도찰옥수수씨앗
  • 전호씨앗
  • 돌산갓씨앗
  • 맛깔오이씨앗
  • 곤드레씨앗
  • eunbee2018.12.28 04:51 신고

    와우~~~~~~
    역시 사슴님!!!
    이걸 보고 또한번 킹왕짱 사람사랑쟁이 꼼꼼쟁이
    식물사랑쟁이였음에 감탄합니다.^^

    축하해요, 숲지기님.
    저런 선물을 받으셨으니
    오는 봄을 안달하며 기다리게 되셨네요.ㅎ

    저는 저 새싹들을
    느긋하게 기다리겠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12.28 14:20

      저런 굉장한 선물은 아마 제가 세계에서도 유일하지 싶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갖고싶은 식물들인데,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요.

      사슴님이 멋지신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고요,
      주신 씨앗들 보며 마음이 설렙니다.
      그렇죠, 아직 멀었지만
      따뜻한 날을 벌써부터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 은비님.

  • 사슴시녀2018.12.29 20:38 신고

    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봄이 겨울뒤에 온다는 사실때문에
    긴긴 겨울 조차도 슆게 넘길수가 있네요!
    살면서 기분 좋은일이
    키운 씨앗을 키우고 싶어 하시는 분들과
    조금씩 나누는것입니다.
    저도 여러분들께 많은 씨앗들을 나눔 받았지요.
    다른분들께 받은 고마움을 저도 숲지기님과 조금 나눴구요.
    씨가 발아한후 예쁜 성장과정을 즐겁게 지켜보실수 있고
    수확해서 맛있게 즐기실 숲지기님을 생각하면
    많이 행복합니다!
    봄을 꿈꿀수 있는 겨울이 있어서 좋아요!

    제 엄마가 항상 제게 말씀 하셨어요.
    "받은 고마움을 다시 같은분께 돌려 줄수가 없을때가 있어
    그런데 그 고마움을 다른분께 나누는것이
    그 고마운 은혜를 갚는 방법이야..." 라고 ☺

    답글
    • 숲지기2018.12.30 13:56

      사람들은 천사와 조우하기를 간절히 꿈꿉니다.
      꿈 꾼다고 다 이루어지는 게 절대 아니고요.

      제가 '천사를 만났다'고 느끼는 이유가
      사슴님께서 어머님으로부터 이어받으신 성품 덕분이시네요.
      주신 수 많은 씨앗을 심어 가꾸고 거둘 때
      저도 사슴님 어머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겠습니다.

  • 파란편지2018.12.30 01:57 신고

    눈이 아파 제대로 세지 못하였습니다. 스물여덟? 스물아홉?
    그 선물이 성탄 전야에 도착했으니 더욱 뜻깊었을 것 같고요.
    그 숲마을에 이 나라의 식물이 함께 자라겠구나, 생각하니까 그것도 뜻깊은 일일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12.30 14:00

      교장선생님 정확히 보셨습니다.
      숲으로 이사온 이 씨앗들을
      저는 뿌리고 또 바라보겠지요.

      사람이 가지는 기쁨으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저의 자랑이 좀 과하지만 교장선생님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파란편지2018.12.30 14:25 신고

      이미 읽은 이야기일까요?
      제가 여기저기 썼거든요.

      예전에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단편소설이 소개된 어느 유명한 소설가가
      서울 어느 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근무했는데
      그 학교 보건교사가 그만 그 국어선생님을 사랑하게 되었더랍니다.
      도시락도 싸오고 아직 세탁하지 않아도 좋을
      그 유부남 선생님 속옷 빨래도 해주고 그랬지만
      그런다고 사랑이 이루어질 수도 없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남미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버렸는데
      어느 해, 국어 선생님은 잘 있는지 편지와 함께 코스모스 씨앗을 보냈더랍니다.
      "이 꽃이 피거든 우리가 함께 거닐던 그 가을길을 떠올려보기 바란다"며......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시사철 따뜻한 나라여서 코스모스가 그만 사시사철 피었고,
      보건 선생님은 그렇게 사시사철 피어나는 코스모스를 보며
      사시사철 국어 선생님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오래전, 어느 해였는지...... 월간 "현대문학"에서 읽은 애기입니다.
      잘못 얘기하면 우스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너무나 애잔하고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숲지기님께서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을텐데........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문학이란 이런 것인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되지만
      제가 근무한 학교에서 만난 아름다운 보건교사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거나 아니거나
      인연이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일 수 있을 것입니다.

    • 숲지기2018.12.30 14:32

      오, 교장선생님의 경험담인가 했는데
      출처를 적으셨습니다 하하

      사시사철 피는 코스모스로 확실히 댓가를 지불하게 되었네요
      그 유부남 선생님께서는요 하하
      사람의 빚을,
      사랑의 빚을 꽃 보는 일로 갚아야 하다니요.

      그 코스모스가 아직도 피고,
      아주 여러 곳으로 번졌겠지요.
      참 아름답고도 기막힌 이야깁니다.

  • 이쁜준서2018.12.30 20:59 신고

    참 여러가지 씨앗을 보내 주셨네요.
    참 많은 씨앗들이 왔네요.
    저가 상추 대파 씨앗을 찾아보니 대파 씨앗, 조선상추 씨앗,
    맛깔오이 씨앗, 오이씨앗, 산나물에 드는 씨앗들도 보이구요.
    그 흑림의 땅에서 숲지기 농부가 새해 봄부터 농사 지으실 것이라.
    저도 기대가 됩니다.

    저는 모종을 해마다 채취해서 농사 지으시는 그 토마토가 좋아 보였습니다.
    대파는 참 매력적이더라구요.
    모종을 길러서 모종으로 다시 심어야 하고, 몇달을 늦은봄부터 가을까지
    자라서 대파가 되고, 모종을 비스듬하게 눕혀서 심어 놓아서 바로 자라면서
    흰 대궁이가 더 길게 자라고등등 저가 대파가 자람을 좋아 합니다.

    멋진 교류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8.12.31 02:49

      솔직이 말씀드리면
      저는 다시 태어나도 누군가에게 이토록 대단한 일을 할 수 없지 싶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이렇게 귀한 씨앗들을 이렇게나 정성스레 보내셨습니다.
      베풀며 살지 못했는데,
      저도 본받아서 나누고 도우며 살도록 가르쳐 주셨습니다.

      대파를 직접 심은 적은 없지만
      이쁜준서님 심으셨던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예뻤던 걸로 기억합니다.
      네, 토마토는 내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씨앗을 내어 심을 겁니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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