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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흑림의 늦가을 꽃들 본문
꽃을 보려던 것이 아닌데
그 곳에 가면 철마다 꽃이 피었고,
꽃을 구하지 못할 땐 풀들에게 습기를 빌어
얼음꽃이라도 보였어.- 291018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에
남은 마당꽃들을 주섬주섬 옮겨 왔다.
우리는 며칠을 더 함께 할 것이다.
꽃들은 나를 보고
나는 꽃들을 보고
이 글을 보수하며 소박한 꽃사진 몇장을 첨가했다.
시든 코스모스를 고르고 남은 꽃들을 다시 꽂고.
뻗은 잎들이 야만스러워서 길이를 뗐던 게 요 위의 사진.
몹시 추웠던 어제, 텃밭에서 구제해온 꽃들.
길쭉한 것은 오크라, 여전히 씨앗들이 들어 있는 상태이다.
꽃을 꽂을 때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내가 보기 좋게" 꽂는 게 정석이지 싶다.
색이나 모양으로 고르는 대신,
꺾어온 것들은 그들 자존심을 고려하여
모두 다 꽂았다.
이름이 '돼지감자'라나.
멀쑥하니 큰 키에 앙증맞은 작은 꽃이 열리니
이름만큼 엉뚱하다.
마른 후에도 금빛을 잃지 않는 저 꽃잎을 좀 봐.
그림 소재로 쓸까 했지만
저 해석 불가능한 형태로 말라버리는 꽃잎들의 해학을
따라갈 재간이 없었다.
다행히 카메라가 있어 찍지만,
왜들 저러는지
속마음까지 알기엔 여전히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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