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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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한포기생명

철없는 나뭇가지 하나가

숲 지기 2018. 10. 4. 23:06

 

 

 

코스모스 꽃꽂이 하면서 나뭇가지 하나도 겸으로 꺾었었다.

코스모스들은, 꽃들의 속성이 그러하듯 오래 전에 시들었고

여전한 나뭇가지만 덩그렇게 사각 푸른 꽃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전에 물갈이를 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철없는 나뭇가지,

물 속에 뿌리를 내려 부단히 팽창하고 있었던 것.

 

 

 

 

 

 

어지간한 슬픈 영화가 아니면 눈도 깜박이지 않는 내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눈에 소나기를 내렸다.

방 주인이 얼마나 모자라는 인간인지 알기나 한지,

창가 작은 유리병에 뿌리까지 내리다니

어쩌자고,

뭘 믿고......

 

 

 

 

 

 

가지를 꺼내서 접시에 눕히니 이런 모습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심어주는 일 밖에,

달리 무슨 방법이 있을까.

 

 

 

 

 

 

슬픈 물살이를 끝내고 새 흙터에서 창밖 경치를 감상 중이다 

철 없으나 용감한 나의 나뭇가지가.

좀 크면 흑림 숲에 터를 옮겨 줄 거야.

 

 

 

  • eunbee2018.10.04 19:56 신고

    오마나나나~^^ 장해라.
    기특하고 용감한 저 나뭇가지를 보니
    대뜸 떠오르는 말, 수처작주!! ㅎㅎ
    주인님을 똑닮았네요.ㅋ

    담긴곳에 터잡고 살아내려는 저 의지,
    제가 배워야 해요.

    향기가 좋은 편백나무 닮았어요.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 더러 보여주삼~^^

    답글
    • 숲지기2018.10.04 21:59

      그쵸,
      은비님 보시기에도 신기하시지요?
      저 나뭇가지 향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 뿐 이름도 모르고요.

      드문드문 잎이 난 게 맘에 들어서 꽃과 같이 꽂았는데,
      뿌리가 났습니다.
      놀랍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자라는 동안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치 강아지 자라듯 반년 만에 어른나무가 되면 어쩌나
      생각합니다.
      그러진 않겠지요?

      주인 닮았단 말씀,
      철없는 건 꼭 같아요 .

  • 노루2018.10.05 02:58 신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지만
    저 '철든' 나뭇가지, 처음부터 숲지기님
    같은 하늘을 알아보고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ㅎ

    답글
    • 숲지기2018.10.05 13:47

      참 바보예요, 저 곳은 그냥 물 속이었는데 말이죠.
      저 광경이 왜 슬프고 애틋한지
      되물어보고 있습니다.
      튼튼하게 뿌리내려도 좋은 기름진 땅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멀건 물 속이이라는........
      저의 처지인 것만 같았지 싶습니다.
      노루님의 고맙습니다. 제가 나무에게도 들려 줄께요.

  • 사슴시녀2018.10.08 09:50 신고

    삽목 성공 하셨네요!
    보기엔 향나무 같아요, 영어론 Ceder라고 하던가요?
    일부러 하시지 않아도 이렇게 뿌리를 내려주니
    요녀석은 "수처작주"를 아주 잘아는듯 합니다! ㅎ
    독어는 모르고 영어론 숲지기님은 Green Thumb이십니다요! ^^

    제가 요즘 삽목에 빠져 있어요, 심고 심은걸
    작은가지로 시작은 했는데 성공 할진 모르지만...
    요즘 하고 있는 삽목은 무화과, 당뇨초, 수국, 타이 바질.. 요렇게 하고 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10.08 15:15

      저 나뭇가지는 보신대로 우연이었고요,
      말씀하신대로 했더니 바질리쿰 가지에서 뿌리가 났습니다.
      벌써 흙에 심기까지 했던 걸요.

      삽목은 몇가지 규칙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름날 심지 않는 것입니다.
      보름날은 치아치료나 수술도 하지 않지요.
      아스트로메디친 이론입니다.
      권장하는 기간이 그믐 즈음입니다.
      참고하십시오.

    • 사슴시녀2018.10.08 21:57 신고

      네?? 그런 이론이 있었나요?@@
      보름이라면 음력 15일이고 그믐은 월말경인죠?
      제가 음력도 모르고 한자뜻도 잘몰라서요? ㅠㅠ

      뭘 몰라서 날짜도 안보고 걍 막했어요 ㅠㅠ

    • 숲지기2018.10.09 21:40

      네,보름 그믐을 바로 알고 계세요.
      중세나 그 이전엔 팽배했던 이론이지만 지금은 잊혀지는가 싶은 이론입니다.
      농사나 뱃사람, 숲사람들은 그 근본을 붙잡고 있고요.
      기회가 되는대로 블록에 소개드리겠습니다.
      저도 지극히 기본적인 것 외엔 공부를 따로 해야 합니다.

    • 사슴시녀2018.10.09 22:11 신고

      맞아요, 미국인 이곳에서 밀물과 썰물을 음력에 기준하고 있어요.
      이곳사람들은 달의 중력을 관찰하고 계산해서 쓰고
      밀물, 썰물을 사용 하지만 동양 특히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상생활에도 널리 사용하는줄은 대부분 모를꺼예요!
      식물의 발근과 발아에도 달의 중력이 작용 하는줄은
      저도 전혀 모르던 부분 입니다.
      이부분 상당히 흥미롭고 좀더 자세히 알고 싶네요!^^

    • 숲지기2018.10.11 22:53

      현대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잊혀져 가는 게 많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원하는 이들에 한해서 찾을 수가 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동양의 음력보다 더 철저하게
      이들 이론을 적용하여 살지 싶습니다.
      앞으로 저도 공부하는대로 맞는 주제가 있으면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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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백나무 종류 같은데
    기특한 생명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나무의 속성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뿌리
    지상부 나무가 멋스럽고 아름다운 꽃을 많이 피울수록
    수고하는 뿌리가 있다는 사실
    우리는 잊고 지냅니다.

    우리 사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손길 덕분에
    편안하게 행복을 구가하며 사는 것은 아닐런지요.

    그런 분들께
    감사합니다
    존중합니다
    사랑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10.11 23:00

      숲해설가님 반갑습니다.


      편백나무라고 하는군요.
      향이 매우 짙고, 독특합니다.

      숲과 나무를 존중하시는 아음을 엿봅니다.
      저는 숲지기는 아니지만 숲지기가 지어서 살던 집에서 삽니다.
      느낌이 좋아서 그 명칭을 빌어 이렇게 '숲지기'라고 자칭했고요.

      수고하는 뿌리가 맞습니다.
      저는 감자농사를 짓는데,
      위의 말씀처럼 뿌리의 숭고함에 숙연해질 때가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 파란편지2018.10.13 09:51 신고

    눈물을 흘리셨군요!
    그럴 만도 하지만, 저 '철없는 나뭇가지'는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해서 꺾곶이를 시켜주시려는가 보다.'
    저 녀석은 지금 안심하고 지내며 잘 자라겠지요?
    참 좋은 인연이네요.

    답글
    • 숲지기2018.12.01 02:12

      오,,,, 그랬습니다.
      지금은 흙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참 괜찮은 저의 식구이지요.
      이것만으로도 이번 크리스마스는 축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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