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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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19. 4. 1. 00:11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고영민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
여자가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
잘 정돈된 이야기


빌려온 꽃
빌려온 나비, 빌려온 노래
빌려온 시간들
빌려온 우산들


사랑에 대한,
이별에 대한 이야기


흰 연기,
흩어지는 구름
뛰어가는 다리


나무는 누군가의 척추
꽃은 누군가의
성기


ㅡ한국동서문학 2019, 봄호

 

 

 

 

 

) -->호수

/문태준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 --> 

 

ㅡ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2018

 

 

..............................................

 

 

세상에 시가 있어서 위안이 된다. 봄이 온날 꽃들이 들떠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다행인 것처럼. 집동물을 키운 적이 없는 지인 J씨, 집쓰레기통에 떨어져 많이 다친 어린 다람쥐때문에 동물병원에 다닌다더니 완쾌되어 오늘 숲으로 보냈단다. 전례없이 전화와서 연신 '잘 되었지 뭐' 라면서도 간간이 울컥한지 헛기침을 해댔다. 긴 통화에 듣기만 하였다 나는, 딱히 해줄 말도 없어서........ 주말 지나서 헝겊다람쥐라도 하나 사줄까? 모른 척 있을까?

 

  • 노루2019.04.02 03:30 신고

    문태준 시인의 "호수"에서 이 두 줄만 빌려 써도 될까요?
    그 시가 일깨워준 어떤 그리움의 꼬리표로요: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벌써 초하루 시편지?!" 했네요.
    실은 사월 1일 데드라인으로 며칠 끙끙댔으면서도요.

    답글
    • 숲지기2019.04.03 11:41

      데드라인 ㅎㅎㅎ
      너무나 익숙한 단어입니다.
      지금쯤은(마감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섰을)여유롭게 즐기시겠지요.

      '물 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사모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시집,
      이 시집이진열된 서점에 들러도 여러 번 스치며 구경만 할 뿐 아마 당장은 구입하지ㅡ않을 것 같습니다.


  • 장수인생2019.04.02 09:34 신고

    4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봄꽃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한주보내세요^^

    답글
  • 파란편지2019.04.07 03:14 신고

    박형준 시인의 '겨울 호수를 걷는다'가 일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우리" 중의 한 명은 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이승에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사정이 좋은 시간에 사라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박형준 시인의 저 호수에서 "우리" 중 다른 한 명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시간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9.04.07 23:18

      먹먹해집니다.
      한번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 때, 이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요.
      가기 직전에 정신을 모아 작별인사라도 하는 게 예의같다가도
      그렇게 하면 생각없이 클릭하시게 될 정든 분들께
      일말의 슬픔을 드리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요.

      하지만 제때에 인사를 하고 예의바른 작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 간 저의 지인들을 보면 말입니다.

    • 파란편지2019.04.08 02:52 신고

      저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근데 인사는 하려고요......

    • 숲지기2019.04.09 12:41

      어찌 답글을 달까, 고민했습니다.

    • 파란편지2019.04.09 14:46 신고

      고민은 뭐하려고요.
      전 그냥, 어중간할 때 "이제 영영 문 닫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하려고요. ^^

    • 숲지기2019.04.30 16:33

      저는 압니다요 교장선생님 고민하신다는 것을요.
      죄송합니다 아는 척을 해버려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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