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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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귀두씨와 수녀님

숲 지기 2019. 9. 8. 00:11

 

어깨선이 고운 한국인 J씨의 남친 이름은 귀도(Guido)씨,

한국에서 독일로 잠시 방문차 오신 수녀님께서

그만 '귀두'라고 불러버리셨단다.

 

독일어에 깜깜이신 수녀님이 귀두라 하시는 거나

한국어에 깜깜인 귀도씨가 으례히 제 이름으로 여기는 데까지는 상상이 간다.

문제는 J씨, 마치 남친이 가진 일부를 호명하는 듯 들려서 

고민고민 하다가

 "귀도인데요 수녀님,-....."라고 몇 번 교정을 해 드렸다 하였다.

수녀님께는 생소할 수도 있는 단어라는 걸 이해한다면서.

 

용무를 보고 우리나라로 귀국을 한지 두어달 되신 수녀님은

가끔 묻는 한결 같은 안부에

"그래 귀두는 잘 지내니?" 라고 하신단다.

 

여차하면 한국의 사위가 될 지도 모를 귀하신 귀도씨와

나와는 동갑이시지만, 수도자의 고매한 인격을 두루 지니신 수녀님의 일화를 

굳이 블로그에 쓰고 있다.

수녀님이나 귀도씨에겐 알고 있다는 내색 조차도 못하면서.

참 응큼하다 나도.

 

J씨와 수녀님 귀도씨,

갑자기 보고싶네.

국수먹고 배탈이 단단히 난 이 야밤에.

 

 

 

 

 

오크라꽃

 

 

 

 

  • eunbee2019.09.09 14:00 신고

    귀도 씨, 인상적인 이름이에요.
    제겐 이태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의
    멋진 아빠로 기억에 담겨진 이름이라우.^^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그같아야 한다고 늘 추천하지요.

    귀두는 몰라서 구글링해 보았어요.ㅎ
    그런데 인삼뿌리의 머리 부분도 그렇게 부르던데...
    인삼 머리로만 알고 있었네요. 입때껏.ㅋ

    답글
    • eunbee2019.09.09 14:00 신고

      배탈, 뚝!!!^^

      오크라꽃은 호박꽃 사촌 같아요. 호박문중의 귀족 쯤...

    • 숲지기2019.09.09 17:58

      은비님 오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은데 인삼뿌리는 처음 듣습니다요 하하
      잠두는 압니다, 누에 머리죠.
      여튼 다른 뜻을 모르셨었다니 수도하시는 수녀님과 동급이시네요 은비님.

      귀도라는 이름이 드뭅니다.
      '귀도 웨스터벨레'라고 하는 FDP 당수까지 한 정치가가 있었죠,
      우리나라 작가들의 통역일 하던 국제 미전에서 그와 사진도 찍었는 걸요.
      혈액암으로 갔습니다 몇년 전에......

    • 숲지기2019.09.09 18:02

      제 위장이 워낙 저질인데
      괜한 걱정을 그립니다요. 고맙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식물인데요,
      오크라는 꽃망울만 보여줄 뿐, 활짝 핀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사진의 저 모습을 보이곤 다음 날 이미 져있답니다.

  • 파란편지2019.09.10 14:59 신고

    '귀도'나 '귀두'나 그게 그거 같은데요?
    '귀두 씨'. 어감도 괜찮은 것 같고요.
    다만 본인이 알면 좀 황당하긴 하겠고요.
    어쨌거나 한 편의 소설 같고 시 같습니다.
    참 좋은 얘기여서 이 얘기가 실린 이 블로그가 부럽습니다.
    수녀님도 보고 싶고요.

    답글
    • 숲지기2019.09.10 16:49

      하하 그쵸 ㅎㅎ
      그럴 성질이 아님에도 선뜻 발음을 하기가 그렇습니다.
      귀도씨를 보면 자꾸만 이 일화가 떠오르는데
      뭐라 설명하기도 궁하고 해서
      그냥 실실 속으로 웃고 맙니다요.

      수녀님은 귀국하셔서 한국에 계십니다.
      순수하시고 온화하시고요,
      사전에 써 있는 '수도자'의 뜻에 가까운 모습을 하신 분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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