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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시계,고여있어서 고마운 것들

숲 지기 2019. 10. 10. 00:23

 

'지금 몇 시지? '라고 되물을 때가 있다.

해를 볼 수 없는 꿀꿀한 날들은 이런 물음이 더 잦다.

 

시간이 궁금해지는 계절이 왔고

서랍에 둔 적이 있는 주머니시계*들이 뇌리에 떠올랐다.

수집을 한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어르신(에리카 할머님의 언니) 가실 때 유산처럼 받아 둔 

아주 오래된 물건들이다.

그분도 그분의 증조 어르신께 받았다 하셨었다.

 

 

 

은소재의 오메가시계, 꺼멓게 묻었던 녹을 닦아주었더니 꽤 근사해졌다.

 

 

작은 글씨로 금의 용량이 쓰여 있는 시계, 즉 금시계인 셈.

 

 

 

몸에 시계를 지니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던가?

손목이 무겁고 성가셨던 이유도 있고 

아 맞다, 손을 씻느라 벗겨두고 떠나온 출장지(들....)가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시계 없음'을 견뎠던 것 같다.

다행히 얼마 후에 손전화가 생겨서 '없음'으로 인한 불편을 상쇄하게 되었지.

 

 

 

 

3개의 주머니시계 중 왼쪽 것은 뚜껑이 없다.

유리도 없었는데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새로 끼워주었다.

 

 

 

 

 

 

 

 

 

 

 

 

이 가운데 녹 슬고 때 묻은 하나를 닦고 광을 냈다.

 

때를 벗기고 보니 썩 괜찮다. 

얇고 가볍고(약 250g) 무엇보다 만지작거리기에도 딱 좋아.

 

 

 

 

 

 

 

요즘은 부쩍

진영논리로 의견이 난무하다.

속에서 소화하고 거른 것이 돌맹이처럼 단단한 이론이 되었을 때ㅡ,

그때 '썰'로 풀어주면 좋을 것을...... 

 

이럴 땐 고여서 서랍을 지켜준 이들이 고맙다.

그것이 시간을 알리는 시계일 땐

이같은 모습들이고.

 

 

 

 

 

 

비슷한 것들을 더 수집할 생각도, 이 시계들을 어떻게 할 생각도 없다.

이들로써 만족할 따름이다

가끔 꺼내보고 먼지 닦아주고........

 

 

 

 

 

 

 

*

주머니시계(Taschenuhr)는 1675년 영국의 카알(Karl)2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때까지는 기껏해야 목에 걸고나 다니던 것을 그가 처음으로 조끼 주머니에 시계를 넣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늘날처럼 시계를 손목에 차기 시작한 것은 1차대전 직전)

 

위에 보이는 Omega는 1832년부터 생산을 시작하여 1960년대에 중단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수집가들이나 알아주는 주머니시계이다.  

가격대는 천차만별, 별별 보석까지 들어간 고가의 것부터 저 위에,

오늘 떄 벗겨 준 것처럼 허름한 가격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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