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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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반세기를 뛰어 넘은 선물

숲 지기 2019. 12. 29. 08:27

 

 

이번 크리스마스에 이런 선물을 받았다.

커피와 관련된 어떤 걸 주려 했지만, 내가 선뜻 이 오래된 물건으로 바꿔서 가졌다.

반세기도 넘은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지인 오누이가 손에 잡고 그렸을 크레용이다.

 

 

 

 

 

 

 

 

뚜껑을 열면 이런 모양이다.

크레용은 부러짐 방지를 위해 투명한 플라스틱 막대를 끼웠다.

부러짐 뿐만 아니라, 몽당 크레용도 끝까지 사용할 수 있고 또 다른 장점 하나는,

손가락에 크레용 색상을 묻히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유치원 같은 델 다니지 않았던 나는, 크레용으로 뭔가를 그릴 수 있는 시기가 짧았다.

국민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까진 뭐든 그려도 되었지만,

4학년 부턴 상급학년이었으니.

 

 

 

 

 

 

 

앞의 크레용통보다 오래된 이것은 필통이다.

나폴레옹을 연상시키는 말을 탄 군인? 이 그려져 있다.

하필이면 필통에 이런 그림이 그려졌는지,

그 당시 아이들의 우상이었을까?

이 필통은 문구회사 파버-카스텔이 1960년까지만 생산이 했다.

 

 

 

 

 

 

 

필통의 안쪽.

A.W.Faber(문구회사 대표이자 백작 Anton-Wolfgang Graf von Faber-Castell)가 여러 군데 빽빽하게 써 있다.

필통의 실사용자이던 어린 학생들에게 저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만.....

안의 내용물은 내 것인데, 파버-카스텔 문구가 많네 우연히도.

연필, 연필심,지우개까지가 파버-카스텔,

만연필은 라미.

 

 

 

 

 

 

 

 

누군가의 유년을 함께 하였을 상자들,

만질 때마다 느낌이 좋다.

다른 어떤 장신구보다 나는 필통을 챙기는데,

얼마간 이들을 핸드백에 넣고 사용할 예정이다.

 

 

 

 

 

 

 

 

닫힌 필통을 핸드백에 넣고 걷다 보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다.

책가방을 들고 뛰던 유년의 기억처럼

경쾌한 소리이다.

 

 

 

 

 

 

 

 

 

핸드백에서 반 세기 전의 필통을 꺼내 보일 때,

가끔은 깜짝 놀랠 사람도 있을 거다.

아, 재밌어! ㅎ

 

 

  • 알 수 없는 사용자2019.12.29 06:11 신고

    한 해가 저무네요.
    흑림은 여전히 평화로워 보이고, 또 그러하기를 소망처럼 기원합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

    답글
    • 숲지기2019.12.29 12:11

      이방인님 사시는 개나다엔 눈으로 다 덮였지요?
      여기 블랙포러스트는 예년에 비해 포근하여서 눈도 내린 직후 거의 다 녹습니다.
      저도 꼭 같은 소망을 기원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파란편지2019.12.29 13:08 신고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일단 그 물건에 놀라고나서 숲지기님을 올려다보며 '뭐지, 이분?' 그럴 수도 있겠고요.

    비밀 한 가지.
    저는 가령 50색 정도의 색연필 셋트를 여럿 마련해놓고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선물 하면 좋겠지? 생각했는데
    워낙 좋은 아이디어여서
    아껴놓고 아직 한 번도 실행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언제 시도하긴 해야 하는데...... 세월만 갑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30 04:24

      교장선생님께서 간직만 해오신 그비밀 생각이 마음에 드는데,
      제가 먼저 써먹어도 되겠습니까?
      50가지 색상이니, 한 사람에 한 색상씩 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50번을 줄 수 있겠습니다.

    • 파란편지2019.12.30 07:51 신고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르라고.
      저도 그걸 실행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물론 여러 개 가지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 숲지기2019.12.30 11:08

      저는요, 하나만 가지라고 하겠습니다.
      독일인들은 그럴 경우에 예외 없이 하나만 고릅니다.
      어떤 색상을 고를지,
      아주 가까운 친구일 경우는 미리 예측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 파란편지2019.12.30 14:53 신고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두세 개 가지고 싶다는 사람을 보고는
      '어? 이 사람 봐' 하면 안 될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한 개씩만 가지게 하면 좋을 건 당연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 숲지기2019.12.31 01:14

      우리나라분들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볼 수있겠지요,
      그러나 독일인들은 제가 장담합니다, 먼저 하나 더 달라는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예외가 있다면, 아이를 동행했거나 할 때입니다.
      하긴 아이들도 취학 후엔 떼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 shinilc2019.12.30 09:29 신고

    걸을때마다 나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는
    어린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에 걸어갈때 나던 도시락안 수저 소리..와
    비슷하네요..
    옛추억을 소환해 주셨습니다..ㅎ
    오래된 물건을 잘 보관하기가 쉽지 않은데..
    버리기 쉬운 것들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니
    멋있어 보입니다..
    유명한 예술가의 손에 들려 있다면 값어치가 더 나가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답글
    • 숲지기2019.12.30 11:13

      저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빈 도시시락에 수저가 들어서 하교길에 늘 나던 소리지요.

      저 오래된 필구통은 이베이 등에서 거래가 되더군요.
      비싸지 않고요, 10~50 유로 쯤인 것으로 압니다.
      그렇죠, 피카소나 샤걀의 것이라면 경매에 붙을만 하겠지요 하하

      신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지나잼이 날로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 사슴시녀2019.12.30 09:37 신고

    딱 보고 알았지요 "색연필!"❤^^

    제가 어려서 그림 그리는걸 좋아했는데..
    제 급우중에 아주 부잦집딸이 있었어요, 어느정도 부자였냐면
    반짝 반짝 먼지하나 안뭍은 까만 자가용이 학교 정문앞까지 그녀를
    전용 운전기사가 등교를 시켜주는..
    전 걔하곤 말을 한번도 해본적도 없었는데
    미술시간에 이런 납작한 양철 색연필통이 그녀의
    책상위에 항상 있었던 기억이!
    그녀의 이름도 얼굴도 생각이 안나는데 이상하게
    색연필통을 보자마자 딱 생각이 났어요! 독일제 였군요! ㅎㅎ
    멋진 선물입니다!

    2019년은 숲지기님의 좋은글 덕분에
    많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제게 선물해주신 숲지기님께 감사 드리며
    항상건강하시고 하시고 복많이 받으시는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30 11:22

      아, 그런 추억을 가지셨군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야 가질 수 있는 추억이세요.
      저 필기구는 백작이 세우고 대를 이어 번창시켜서
      이름도 그들의 성인 Faber-Castell 이라 씁니다.
      여전히 생산하고 있고요,
      저는 연필, 그림도구, 심지어 지우개까지 그들의 제품을 쓰는 걸요.

      저야말로 사슴님께 두고두고 감사한 걸요.
      주신 씨앗들로 저의 한해가 너무나 풍요로왔고요,
      앞으로도 그 식물들로 부족한 저의 정서가 꽉꽉 채워질 겁니다.
      부디 사슴님도 건강하시고요,
      짓고 계시는 집, 잘 마무리 하십시오.

  • 이쁜준서2019.12.31 10:57 신고

    그냥 보관 하고 있던 것에 의미를 있게 하셨습니다.
    이런 때에 멋지다 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예번 우리 세대가 어린이였던 시절에 양철 필콩이 있었습니다.
    가방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면 기분이 좋아 지실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1.01 18:11

      이쁜준서님께서도 양철필통을 쓰셨군요.
      오빠가 썼었던 것 같은데, 확실치 않습니다.
      가방에서 나는 소리도 기억하시는 군요.
      제 핸드백에서도 앞으론 소리가 날 겁니다.
      물론입니다, 소릴 듣고 걷는 게 상쾌할 것 같습니다.

    • 이쁜준서2020.01.01 21:44 신고

      그 때의 양철필통 중에는 뚜겅을 2개로 갈라서 양쪽으로
      세우면서 열수 있는 것도 있었고, 양철통의 크레파스 통은
      뚜겅에 그림도 있었고 고급이였지요.

      크레파스가 있기 전에 크레용이라는 것이 더 먼저 있었고,
      그 뒤 크레파스가 나왔고, 같이 사용하다가 크레용이 색이 잘
      퍼지지 않으면서 없어졌습니다.
      크레파스가 조금 더 비쌌고, 크레파스을 사 달라고 보채다가 혼나기도 했어요.

    • 숲지기2020.01.02 20:15

      크레용과 크레파스가 다른 것이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그때 그 모양과 여는 방법까지 다기억하시는 군요.
      참 대단한 기억력이십니다.
      저는 5남매 중 4번째여서 거의 늘 물려받은 것으로만 살았습니다.
      학용품이라고 새 것의 상태를 본 기억이 없을 수 밖에요.
      위의 언니 오빠들 쓰던 것들을 사용했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그만큼 부담도 없었으니까요.

  • style esther2020.01.15 15:28 신고

    반갑습니다. 저도 이런 필통, 틴박스들 무척 좋아하거든요^^
    지금 제가 있는 부엌방에만도 홍차와 쿠키, 초콜렛이 들어있던 틴박스들이
    열 개 정도 있습니다.
    주로 헌옷에서 떼어낸 단추, 애들이 쓰다가만 크레용 몇 십 개,
    깍지않고 돌려서 쓰는 색연필(숲지기님 필통 속 플라스틱 막대랑 비슷한 것)들이
    꽉꽉 채워져 있어요. 이제 좀 버리고 정리해야 하는데 보면 또 다시 좋아져서...ㅎ

    답글
    • 숲지기2020.01.16 17:55

      그쵸, 손때 묻고 이야기가 진하게 들어 있는 물건들
      그런 건 못 버리지요.
      아니 버리면 안 되지요.
      소중한 과거의 한 부분이니까요.
      이래서 신발장,옷장, 그릇장이 다 차고 또 넘치지만 말입니다.

      미니멀라이프 하는 분들은 참 강심장들이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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