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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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한여름밤의 꿈 /꿈 같은 한여름밤

숲 지기 2016. 7. 3. 09:20

 

 

여름 더위가 한숨 가신 초저녁, 

막 어둠이 내리는 대형 스크린 앞에 돗자리를 깝니다.

이름하여 여름밤 야외극장, 

로마인들이 연회장에서 흔히 취했다는 

눕지도 앉지도 않은 어중간한 자세로  

준비해간 초록 와인잔에 붉디 붉은 것을 따릅니다.

 

본영화 시작까지는 아직 멀었네 뭐,

그러게 말야,

그래서 우리는 광고 화면 따위엔 눈길도 주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 

준비한 과자까지 와자작 먹어치웁니다.

 

오늘따라 과자도 술도 제맛이 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친구의 목소리 톤이 반옥타브쯤 올라갑니다.

주변이 시끄럽기도 했지만,

이 경우, 친구의 상태는 

술이 좀 되었다는 것과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을 말하지요. 

 

이날 어떤 영화를 관람했는지, 도무지 기억에 없네요,

영화가 션찮아서,

아니면 와인맛이 영화보다 좋아서(이 말이 맞겠지요 ㅎ) 아예 포기를 했기 때문이지요.

 

여름 한복판에 자리를 깔고 마셨던 이날 와인의 기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화 시작 전, 광고화면이 나올 때 와인잔을 채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조한 뮈토스입니다. 팔츠 주 농장에서 가져온 것이지요.  

 

 

 

 

 

 

 

 

 

 

 

 

 

 

누가 보면 완전 주정뱅이 ㅎㅎ 들 ㅎㅎ

 

 

 

 

 

 

 

이 분이 볼프강 림 (Wolfgang Rihm)씨지요, 피아노 연주를 잘 하는 작곡가이고요,

가끔씩 모차르트의 연주력과 작곡력에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긴한데, 어디까지나 억지이론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분 말 솜씨 하난 청산유수이십니다.

그니까, 15년도 더 되었네요, 컴템퍼러리 작가와 공동작업하여 음악이 있는 전람회를 열었는데, 

그때 오프닝 강연을 하는데 귀가 황홀해서 뿅~ 가게 합디다. 

플룻창작곡이었던가 싶었던 그때 창작곡은 뭐 그닥..... ㅎㅎ

 

암튼 현대 독일이 자랑하는 말빨있고 끗빨있는 작곡가 맞습니다. 

 

 

 

 

 

 

 

대형화면이지요. 

 

 

 

  • 푸른하늘2016.07.03 03:38 신고

    드라이브인 무비는 본적이 있지만, 돗자리펴고 앉아서
    보는 영화는 지금 처음 봅니다.독일의 다른 영화 문화네요.
    모르는 술이름이 이 세상에 많은 사람이 접니다.
    저기 두 여자분중에 꽃무늬 원피스,까만 원피스 중에
    풀쟁이숲쟁이님은 까만 원피스 맞지요?
    꽃무늬 원피스입은 분 두개골은 서양사람의 이마이고,
    섹시하게 차려 입으신 검은 옷의 여인은 동양사람의 두개골을 가졌습니다.
    뭐 얼굴을 가리십니까 ?대강 알겠고만요.^^
    멋진밤이셨겠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6.07.03 13:29

      드라이브인 극장은 저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저렇게 자리를 펴고 누워서 봅니다.
      물론 주변에 의자도 있고 한데,
      저렇게 누워서 먹고 마시면서 봐야 제맛이지요.

      7월부터 9월까지 제한된 야외극장이고요, 비옷과 간이이불 겨울외투 등등을 구비하고요, 어떤 땐 오들오들 떨면서도 끝까지 본 적도 있습니다.

  • Chris2022.01.26 12:35 신고

    땅바닥에 철퍼덕 앉는 것이 묘한 편안함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 우리 조상들의 방식이니까 아직 유전자 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구요. 그것보다는 일상의 규제로 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 뭐 그런 감정이 먼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행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이 경험한 여행 중에서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고비 사막에서 저녁에 담요 두르고 사막 모래 언덕에 누워 별구경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은 경험입니다. 사실 이곳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비슷한 경험 가능한데, 게으름이 죕니다. 생각은 우아한데, 몸은 종입니다요.

    답글
    • 숲지기2022.01.31 16:43

      저에게도 같은 경험의 같은 감상을 말한 지인이 두명 쯤 있습니다.
      그들 얘길 들을 땐 저도 꼭 그 사막의 밤별을 보러 가리라 그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천성이 집순이인 저의 궁둥이 무게가
      저를 주저앉혔죠.

      의자없이 크리스님께선 바닥에 잘 앉으세요?
      저는 이제 좀 힘듭니다.
      명상을 할 땐 뒷바닥에 받침을 꼭 해주어야 할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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