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아델하이데 할머니께 받은 배 나온 배들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아델하이데 할머니께 받은 배 나온 배들

숲 지기 2016. 10. 14. 21:05

 

 

뒷산 숲을 걷다가 다다른 한 곳에 아델하이데 할머니가 사셨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는 볕 좋은 가을날, 산 속에서 길을 잃은(?) 나를 극진히 대하여

대대로 지켜온 보물 같은 샘(Quelle)를 보여주고 

몇 백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물을 퍼 올리는 수동적인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고 또 일러주셨다. 

(설명을 이렇게 여러 번 해주신 까닭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도무지 알아듣는 얼굴이 아니었던 나 때문ㅋㅋ ) 

물리학 쪽은 워낙 꽝이어 서, 지금 생각해도 모른다. 계곡에서 펑펑 솓는 샘물이 할머니댁 부엌까지 어떻게 당도하는지...

 

할머닌 82세 할아버진 87세, 산골 노부부께 졸라서 슈투트가르트에서 처음 만났던 스물 한살쩍의 이야기를 하실 땐 할머니의 억양이 상기되시더라 ㅎㅎ 

이 마을 출신인 할머니가 북독일 청년이었던 할아버지와 결혼하셨다.

그들에게 우리 마을 역사는 물론 내 집을 언제 누구때부터 지었는지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추측대로 내 집은 숲지기의 집이었다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아델하이드데할머니께서 꿀과 배를주셨다.

꿀은, 글쎄 어찌 표현해야 할까.....

이렇게 맛난 꿀은 난생 처음 먹어본다. 할머니의 할아버지께 전수받은 양봉 방식대로 벌을 키운다시던데.... 

뜬금없이 "양봉, 저도 좀 가르쳐 주세요" 그랬더니,

환영한다는 뜻으로 씨익 웃어보이신다. 

할아버진 북독일의 표준 억양에, 아무래도 도시적인 냉철함이 있는 분. 

할머니가 거드신다,

"저 양반이 저래요, 젊은여인에게 좀 따뜻하게 대해주면 좋으련만..." 

얼떨결에 이 나이에도 젊은여인이 되고만 나, 

할머니 감사해요 ㅎㅎ 

 

 

배들의 생긴 모양을 바라보노라면, 

자유분방하기 짝이 없는 그 생김새에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마치 못난이4형제처럼, 

뭐라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제각각인 얼굴에 

꼭지들을 제각기 입에 물고 있다. 

 

 

 

 

 

 

아델하이데 할머니가 주신 배들  

 

 

 

 

 

 

 

 

오른쪽의 아주 쬐끄만 종탑이 보이는 지붕이 아델하이데할머니네 집. 할머닌 이 집에서 태어나 80년 넘게 이 집에서만 살고 계신다. 

 

 

 

 

 

 

 

 

멀지 않은 저 앞산 어딘가에 폭풍 '로타(Lothar)"의 치열한 흔적이 자리하고,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하였다고 하는데, 가까우니 더 안가게 된다.  

 

 

 

 

 

 

 

다시 한번 배들의 배나온 모습 ㅎㅎ 처음 본 나에게 따뜻한 이웃의 정을 나눠주신 아델하이데 할머니셨다.

 

 

  • 푸른하늘2016.10.15 11:43 신고

    어젯밤 이글을 보고 잠이 들었다가 지금 새벽시간에 처음으로
    댓글을 타이핑하고 있습니다.4시49분입니다.
    오늘기온은 섭씨 19도-8도랍니다.
    내일부터는 풀려서 22-15도,26-15도,26-17도,27-16도라네요.
    그리고 생각건데,지금 풀지기 숲지기님께서 사시는곳은
    이곳보단 춥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배얼굴에 온통 주근깨와 점이 있고,꼭지도 조금 옆에 달려 있네요.
    맛은 어떤지 모르겠네요.저런 모양의 서양배는 한국배와는 전혀 다른 맛이지만
    미국서 제가 먹어본 배는사과도 아니고,배도 아닌 중간 맛이었지요.
    저도 어제 프로듀스졍션에서 서양배를 두종류 사왔지요.
    하나는 그린색에서 노랗게 변하려는 배이고,하나는 처음부터 붉은 색의 배이지요.
    참 남편이 나무화분을 만들어서 거기에 넣을 국화꽃 화분도 하나 사왔지요.

    아델하이데 할머니댁에서 그 할머니께서 80년동안이나 거기서 사셨다니
    얼마나 그 마음이 진국이실까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얼마나 그 집이 살기가 좋았으면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갈 생각도 안하시고
    한집에서 그토록 평생을 살고 계실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꼭 그렇게 이사를 여러번 다니면서 살아야할 이유가 10가지도 넘을
    요즘 사람들하고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살아오신 할머니에 대해서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환경과 더 나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학군좋고 문화시설이 더 많고 좋은 큰도시로 이사를 가야하는 요즘 사람들하고는
    다르게 살아오신 때문이지요.저도 정말 오래살았다 생각도 되고
    재산세(1년에 만사천달라)를 너무 많이 내고 살고 있다는 생각과
    나이들면 가족이 사는 곳에서 서로 모여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사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부엌옆 식당바닥에 있던 카페트를 뜯어 내었지요.

    아마도 언제부터 일지는 모르지만 나무로 바닥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처음 이집을 지어서 이사올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넘어져 다칠까봐서
    카페트를 깔았는데 1988년에 지은집 바닥을 이제야 새로 하게 되네요.
    그동안 카페트만 여러번 새것으로 바꾸고 살았지요.
    저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다니는 것을 좋아 하는데,남편이 이사갈 생각을 안 하더니,
    나이들면 서로 들여다 볼 가족근처로 가야한다고 이제야 마음을 굳혔어요.

    아무래도 아델하이네 할머니 내외분께서는 그집에서 생을 마감하실것 같네요.
    왜 저는 한집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사시는 분도 계시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답글
    • 숲지기2016.10.16 01:58

      새벽에 깨어계셨다니, 저도 그 기분을 아는 터라
      어떤 기분이셨을지 상상이 갑니다.
      지난 번 숲의 집 기온이 급하강하는 바람에 너무 추워서 하산을 했더니,
      도저히 다시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밍기적밍기적 거립니다..

      밖에 나와있는 여름 화초들을 거두는 가을걷이도 해야하고요,
      마당에 쌓인 낙엽은 발이 움푹 들어갈 만큼 깊어졌을 텐데, 그것도
      눈이 오기 전에 쓸어주어야 하고요.
      내려 온 김에 각종 일들을 몰아서 처리를 하다가 몸살이 난 것도 같고요.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럴 때 푹 쉴까 싶은 유혹도 있습니다.

      푸른하늘님께서 남편님으로부터 받으신 화분을 보았지요.
      부러웠답니다.
      그 화분에 담긴 가을꽃도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저 꽃과 화분이 어느날 푸른하늘님의 화폭으로 옮겨오겠구나,하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아델하이데 할머님의 연륜이 담긴 지혜의 말씀은 들으며 자주 감탄했습니다.
      그러게요, 한 집에서 평생을 사는 것도 놀랍고 그 집에 대대로 자손이 살았지만
      시대에 따라 사는 사람들의 성이 변했다더군요.
      아들이 아닌 사위의 성을 따야했기 때문이지요.
      할머니도 가이슬러(Geissler)의 딸로 태어나서 지금은 할아버지를 따라서 슐츠(Schulz) 가족이 되셨답니다.
      아들내외와 손자들, 그 외에도 할머니네 초원에 어떤 낙농가는 젖소들을 여름 내내 풀어둔다더군요.
      저는 들어도 잊어버렸습니다, 아주 넓은 주변 숲과 땅이 할머니네꺼라 하셨거던요.

      그래도 아마 재산세는 푸른하늘님네보다 적게 낼 것 같습니다.
      부자이신 푸른하늘님 ㅎㅎ 푸른하늘님께서 부자이신 게 좋습니다.
      이사를 하실 예정이시라니, 그 기분 알만합니다.
      저도 숲의 집으로 언젠가는 옮길 생각을 하니까요.
      아마 따님 곁으로 가시나 봅니다.
      푸른하늘님의 따님은 복도 많으십니다.

      그리고 사과에 난 게 주근깨인 줄 몰랐습니다 ㅎㅎ
      기발하신 표현이 놀랍습니다.

    • 푸른하늘2016.10.16 04:47 신고

      부자가 못되니까 이사를 결심한거지요.
      은퇴를 해도 재산세는 내야하고....
      버지니아에 가면 저희집 같은 값의 집이면 1/4만 내고 살수 있지요.
      버지니아는 집값이 아주 비쌉니다.세금은 싸지요.
      저희집 팔아서 가면 아주 오두막집 같은 집은 살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숲지기2016.10.17 23:30

      미국은 주마다 법이 틀리다고 듣긴 했습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독일도 각 분데스란트마다 틀린 게 많습니다.
      정든 집을 떠나시지만 가족분들 곁으로 갈 예정이라시니, 그게 훨씬 멋지세요.

  • 햇살정원2016.10.25 05:42 신고

    그림엽서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숲지기2016.10.25 22:02

      햇살정원님, 반갑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뒷산등선에, 어떤 땐 발 디딜 틈도 없이 들꽃이 빼곡히 핍니다. 꽃들은 철마다 때마다 다르게 피는데,
      아까워서 사람들에게 알려서 같이 볼까 하다가 말았답니다.
      물론 올 사람도 없지만요.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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