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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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빨래들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숲 지기 2016. 9. 10. 00:27

 

 

바람부는 날, 빨래 말리기 좋은 날! 

 

며칠 전 무릎을 한번 딱! 치고선 

10킬로 운전 거리의 가게에 들러 빨랫줄을 장만했다.

 

기차 여행을 하다 보면, 

빨래가 주렁주렁 열린 집에 왠지 눈이 가고

줄에 매달린 빨래들의 종류나 색깔 모양대로 

그집에 사는 식구들을 마음 속으로 상상해보곤 했었다.

작고 앙증맞은 것들이 색색이 걸려있는 빨랫줄을 보면 그집엔 

아이들이 올망졸망하겠구나 아니면,

길쭉길쭉한 청바지들이 보이면 삐죽삐죽 커가는 섬머슴애들이 연상되곤 했었다.

 

언젠가 내 마당에도 저렇게 주렁주렁 빨래가 가득 열리게 하리라! 

 

하여, 

굳이 빨아야 할 것도 없는데(한번씩 돌리는 대형세탁기 탓에),

작심을 한 아침부터 팔 걷고 손빨래를 했다.

단지 마당 가득 날리는 빨래들, 그 풍경을 보기 위해서......

 

다시보니 공교롭게도 빨강 일색이군

잠옷과 부엌수건 그 외에 또 뭐인고? 

여름양말들 몇 켤레, 크고 작은 수영수건 몇 장

집벽 물받이 기둥과 마당 귀퉁이 홀룬더 나무기둥에 줄을 연결했더니 

더도 덜도 아닌 딱 내 키 높이

 

빨래 몇 조각 매달아 놓고 그 휘날리는 풍경을 

숲을 또 하늘을 배경으로, 뒷산 오르막까지 올라서 이리저리 감상(!)한다. 

여자 행복해지는 거

참 쉽다.

 

 

 

 

 

 

 

 

 

 

 

 

 

  • 푸른하늘2016.09.09 23:19 신고

    참쉽다~.숲지기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실 왕자님은 어디에?
    이왕이면 그왕자님 양말도 런닝셔츠도 에~뭐 그런것 날리면
    더 없이 꽉찬 느낌의 행복이 줄따라 바람따라 펄럭거리겠고만요.
    그런데 어쩜 하늘이 저렇게 예쁘지요?
    빨간지붕과 파란 하늘과 흰구름...그리고 빨래들...

    답글
    • 숲지기2016.09.10 22:15

      옛날에 저는 우리나라의 가을에만 저런 드높은 하늘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흑림에 오니 시도 때도 없이, 비만 안 오면 거의 저렇게 푸르더군요.
      굳이 다른 곳과 구분되는 것이 있다면,
      구름들이 너무 무질서하다는 것입니다. 얘네들은 시도때도 없이 들락거리는 거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모양도 뒤죽박죽입니다 ㅎ

  • 알 수 없는 사용자2016.09.11 13:48 신고

    생활하는 곳이 독일인가 봅니다.
    독일 가을하늘도 참 아름답군요.
    마치 서양화에 나오는 배경같습니다.

    <흑림>이라는 뜻이 무엇인가 조금 궁금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6.09.11 21:23

      발음도 그렇고 해서 저도 "흑림"이라는 표현이 처음엔 별로였어요.

      독일 남부에 자리하는 거대한 숲지대 이름이 '검은숲 즉 Schwarzwald 영어로는 Black Forest 라 합니다. 숲이 빽빽한 나머지 들어가면 대낮에도 껌껌하다고 <검은숲>이라 불렀다지요.
      첩첩 산중이라 물 맑고 공기 좋은 것 외에도 그곳에 사는 분들이 참 순합니다.
      저에게는 두번째 고향 쯤 되는 곳이고요.

      '검은숲'이나 '흑림'이나 억양이 그렇죠? ㅎㅎ

  • 이쁜준서2016.09.11 23:29 신고

    '빨래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그 모양이 보고 싶어서 빨래줄을 치셨다구요.
    손주를 데려다 돌 볼 때 아기가 천기저귀를 했습니다.
    삶아서 세탁한 빨래와 아기의 짧은 면바지들을 빨래줄에 가지런히 널어 놓고,
    아기 바지는 바지대로 가지런히 등등..... 그러고 옥상 계단을 내려 오기 전
    뒤 돌아 보면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었습니다.
    하얀빨래가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붕, 빨래줄에서 바람을 타는 모습, 파란하늘의 구름..... 풍경이 운율이 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6.09.12 10:41

      아가들 기저귀를 삶아 빨아서 햇볕에 말리면,,,,,,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쁜준서님의 손주이름이 준서? 맞죠?
      참 예쁜이름입니다.

    • 이쁜준서2016.09.12 14:30 신고

      녜 준서 맞습니다. 준서의 이름을 아신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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