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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스승의 편지 본문
십여년 넘게 만나지 못한 스승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파킨슨 병을 혼자 앓다가
요 근래에 지인들에게 소위 커밍아웃 하셨다.
'나는 이미 내 인생의 90퍼센트를 지났고
내 두려움은 6년 전에 진단을 받은 파킨슨병에 기인한다고 생각해.
서서히 진행하는 편이긴 하나, 치료의 효과가 이미 떨어지고 있어.
치매 발발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는 것이지.
내 생의 마지막이 제발 (치매로 인해서)진흙탕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건만.....'
habe ca 90% meines Lebens hinter mir, meine Angst ist die vor meiner Parkinsonerkrankung: bin schon im 6. Jahr seit Diagnosestellung, und langsam wirken die symptomatischen Therapieansaetze nicht mehr richtig. Hohes Risiko einer Demenzentwicklung, hoffentlich bin ich dann nicht so bloede, dem Drama ein Ende zu bereiten.
편지를 읽고서 우울하다.
누구랄 것도 없는 막연한 대상에 대고 함부로 화가 나기도 한다.
워낙 올곧아서, 셔츠와 바짓단에까지 칼 같은 다림질 선을 보이던 분이
이제 나이 들고 병들어 생의 마지막에 치매가 올지도 모른다며
혹여라도 그것으로 인해 추태를 보이면 어떡하냐고....
편지에서는 온통 그 염려 뿐이다.
답메일을 기대할 스승께 무슨 말을 쓸까,
슬프다는 직언 대신 아예 딴청을 부렸다.
'오늘 토마토 씨앗을 뿌렸습니다.
노동은 현재에 하지만
생각은 미래에 벌써 가 있는 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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