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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팔 벌리고 자라는 슈밥씨네 배나무 본문
슈밥씨네 배나무는 양쪽 팔을 벌려 자란다.
소위 말하는 슈파일리어옵스트* 과일나무 재배법이다.
아주 어린 나무를 심을 때부터 봐왔고 심어진 의도도 짐작했지만,
저토록 잘 성장할 줄은 몰랐었다.
슈밥씨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주차장,
땔나무로 빽빽하게 둘레를 채워서 추운 계절이 다가옴을 알리고.
그댁의 고추마당
다른 쪽 텃밭인데,
야채와 꽃나무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서 내 밭과 비슷하다.
닮은 사람들끼리라서 친한가 봐.
이댁 집을 중심으로 마당을 270도쯤 돌았을 때 배나무가 서 있다.
밭만 보면 그 존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벽에 격자무늬로 바짝 붙어 자라는 슈파일리어옵스트 배나무이다.
이 댁은 반려견이나 여타 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저 배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반려식물로서 이댁엔 포도나무도 있다.
기둥을 타고 위의 발코니까지 올랐으니
배나무보다 더 자유롭지 않을까 싶은 포도나무.
종일 흐리더니 드디어 소나기가 내렸다.
발밑에 따글따글한 얘네들은 뭐야?
한꺼번에 옹알이라도 할 것 같아.
까만 두개는 내 신발, 옆에 빨간 줄은 카메라끈.
드디어 비가 그치고 쨍한 늦은 오후가 밝았다.
포도넝쿨 너머의 푸른색은 샤갈블루와 아쿠아마린 그 사이쯤.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다.
슈밥씨네 테라스를 뚫고 자란 넝쿨식물
맥주재료인 홉펜(Hopfen)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물어볼 걸 그랬다.
배나무 귀퉁이에 지는 햇살이 비친다.
가지를 적시에 자르고 묶는, 약간의 노동을 해야겠지만
나무가 집으로 향한 햇볕을 가리지 않고
꽤 괜찮은 살아있는 벽장식이며 또
때가 되면 배를 딸 수 있다.
발코니로 오른 넝쿨포도나무도 다시 한번.
배나무와 포도나무를 이토록 차별하다니
누가 더 아낌을 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햇살이 집꼭대기까지 올랐다.
*슈팔리어옵스트 Spalierobst
나무를 의도대로 무늬를 넣어 자라게 하는 재배법이다.
슈팔리어 즉 격자무늬로 키울 수 있는 옵스트 즉 과일나무는 참 많은데,
주로 사과나무 배나무 등을 택한다.
아래는 슈팔리어 재배법의 나뭇가지 전지안내.
-
슈밥씨네는 구경거리가 많은 듯한 느낌인데
답글
생각해보니까 격자형 배나무 재배가 특이한 거네요.
전 못할 것 같아요.
물론 다른 것도 못하는 주제지만 저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숲지기님도 웬만하면 배나무를 저렇게 키우진 마세요.-
아하, 제가 너무 나간 건가요?^^
그렇지만 전지를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고요.
그건 북돋우는 거니까 당연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잘못된 거죠.
식물이고 동물이고 잔인해보이는 건 하지 말자는 것이고요.
저는 한때 인성교육은 도덕 윤리 시간에 한다는 관점이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다녔습니다.
인성교육은 예를 들어 붕어 해부 시간에 부레를 보며 이렇게 살아간다는 걸 실감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 식물의 뿌리를 관찰하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체감하게 하자는 것
그러므로 인성교육은 과학, 체육, 음악...
모든 시간에 강조해야 할 교육이라는 걸 외치고 다녔습니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지 않는 교육은 헛된 교육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 배나무는 싫은데 분재에 대해서도 사견을 한꺼번에 이야기한 것이고요.
-
숲지기님!
답글
한국 배 과수원에 가면 일정 높이에서 위에 가지 유인하는 것을
쭉 깔아 놓고, 그 높이에서는 가지가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고,
옆으로 자라게 해 두었더라구요.
나무가 저렇게도 자랄 수 있다는 것은 기이한 것인데,
어찌 나무가 벌을 서는 듯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보아서이고, 독일에서는 저렇게 키우기도 하는가 봅니다.
나무로 인해 집안으로 들어 오는 해를 막지 않고, 배나무를 키울 수 있다 싶습니다. -
이층 발코니에서 포도를 따먹을 수 있겠는데.
답글
이곳에 와서 처음 산 집에 무화과 나무가 있었는데
전 주인이 그 나무 가지 하나를 이층 데크로 끌어다 놔서
가을이 되면 아침에 데크로 나가서 쥐면 터질 듯 말랑말랑한 익은 무화과를 따 먹던 기억이 납니다.
참 달고 시원 했지요. 옆에 따라나온 잠 덜 깬 반려견도 입을 쩝쩝거리며 무화과 받아 먹던 모습도 생각나구요.
그놈 떠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네요.-
숲지기2021.11.09 21:14
하하 상상이 갑니다요 크리스님.
몇년 전에 심었던 무화과가 열매가 달리지 않아서
과일이 안 열리는 나무인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올핸 참 많이 열렸습니다.
심은 걸 후회한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하죠.
반려견을 5년 전에 보내셨어도 그리우신가 봅니다.
저도 그래요.
고향에서 아주 어릴 때의 기억진데도 잊히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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