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팔 벌리고 자라는 슈밥씨네 배나무 본문

촌부일기/한포기생명

팔 벌리고 자라는 슈밥씨네 배나무

숲 지기 2021. 11. 7. 21:45

 

슈밥씨네 배나무는 양쪽 팔을 벌려 자란다.

소위 말하는 슈파일리어옵스트* 과일나무 재배법이다.

아주 어린 나무를 심을 때부터 봐왔고 심어진 의도도 짐작했지만,

저토록 잘 성장할 줄은 몰랐었다.

 

 

 

 

 

 

 

 

 

슈밥씨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주차장,

땔나무로 빽빽하게 둘레를 채워서 추운 계절이 다가옴을 알리고.

 

 

 

 

 

 

그댁의 고추마당

 

 

 

 

 

 

 

 

다른 쪽 텃밭인데,

야채와 꽃나무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서 내 밭과 비슷하다.

닮은 사람들끼리라서 친한가 봐.

 

 

 

 

 

 

 

이댁 집을 중심으로 마당을 270도쯤 돌았을 때 배나무가 서 있다.

밭만 보면 그 존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벽에 격자무늬로 바짝 붙어 자라는 슈파일리어옵스트 배나무이다.

 

 

 

 

 

 

 

 

 

 

이 댁은 반려견이나 여타 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저 배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반려식물로서 이댁엔 포도나무도 있다.

기둥을 타고 위의 발코니까지 올랐으니

배나무보다 더 자유롭지 않을까 싶은 포도나무. 

 

 

 

 

 

 

 

종일 흐리더니 드디어 소나기가 내렸다.

발밑에 따글따글한 얘네들은 뭐야? 

한꺼번에 옹알이라도 할 것 같아. 

 

까만 두개는 내 신발, 옆에 빨간 줄은 카메라끈.

 

 

 

 

 

드디어 비가 그치고 쨍한 늦은 오후가 밝았다.

포도넝쿨 너머의 푸른색은 샤갈블루와 아쿠아마린 그 사이쯤.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다.

슈밥씨네 테라스를 뚫고 자란 넝쿨식물

맥주재료인 홉펜(Hopfen)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물어볼 걸 그랬다.

 

 

 

 

 

 

 

배나무 귀퉁이에 지는 햇살이 비친다. 

가지를 적시에 자르고 묶는, 약간의 노동을 해야겠지만  

나무가 집으로 향한 햇볕을 가리지 않고

꽤 괜찮은 살아있는 벽장식이며 또

때가 되면 배를 딸 수 있다. 

 

 

 

 

발코니로 오른 넝쿨포도나무도 다시 한번.

배나무와 포도나무를 이토록 차별하다니

누가 더 아낌을 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햇살이 집꼭대기까지 올랐다.

 

 

 

 

*슈팔리어옵스트 Spalierobst  

나무를 의도대로 무늬를 넣어 자라게 하는 재배법이다.

슈팔리어 즉 격자무늬로 키울 수 있는 옵스트 즉 과일나무는 참 많은데,

주로 사과나무 배나무 등을 택한다.

아래는 슈팔리어 재배법의 나뭇가지 전지안내.

 

  • 파란편지2021.11.08 00:11 신고

    슈밥씨네는 구경거리가 많은 듯한 느낌인데
    생각해보니까 격자형 배나무 재배가 특이한 거네요.
    전 못할 것 같아요.
    물론 다른 것도 못하는 주제지만 저렇게는 못할 것 같아요.
    숲지기님도 웬만하면 배나무를 저렇게 키우진 마세요.

    답글
    • 숲지기2021.11.08 00:30

      교장선생님 단호하십니다.
      나무가 아프리란 걸 아시니까요.
      그런 나무를 바라보는 것 또한 맘 아픈 일일테니까 말입니다.
      이런 비슷한 작업으로 세상의 분재가 만들어지고요.

      독일에선 의외로 저런 나무를 자주 봅니다.
      벽이 없어도 빨랫줄 같은 걸 층층이 만들고 가지를 옆으로 쭉쭉 늘여 키우죠.
      교장선생님 말씀따라서 저는 저렇게 안 키우겠습니다요 하하

    • 파란편지2021.11.08 01:38 신고

      분재는 아름답긴 하지요?
      그렇지만 일부러 작게 만든 거잖아요.
      작은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일부러 작게 만들 것까지는 없잖아요.
      사람도 그렇게 하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요?
      우습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저도 분재를 보면 감상을 하지요. 그렇지만 곧 불쾌한 느낌이 이는 걸 느껴요.
      저는 분재를 좋아하지 않아요.
      어느 시인을 참 좋아하다가 그녀의 블로그에 분재가 소개되는 걸 보고 당장 미워하게 되었고요.

    • 숲지기2021.11.08 10:51

      교장선생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식물은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아픔에 대한 감각신경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때가 되면 적당히 가지를 잘라 줘야 성장을 촉진됩니다.
      그러니까 식물가지의 적절한 전지는 건강합니다.
      철사로 마구 비틀고 모양을 내는 분재는
      글쎄요,
      반려식물 반려동물 다 한 끗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식물이 아파할까 봐 식용을 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굶어 죽을 겁니다요 하하.

    • 파란편지2021.11.08 11:31 신고

      아하, 제가 너무 나간 건가요?^^
      그렇지만 전지를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고요.
      그건 북돋우는 거니까 당연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잘못된 거죠.
      식물이고 동물이고 잔인해보이는 건 하지 말자는 것이고요.
      저는 한때 인성교육은 도덕 윤리 시간에 한다는 관점이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다녔습니다.
      인성교육은 예를 들어 붕어 해부 시간에 부레를 보며 이렇게 살아간다는 걸 실감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 식물의 뿌리를 관찰하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체감하게 하자는 것
      그러므로 인성교육은 과학, 체육, 음악...
      모든 시간에 강조해야 할 교육이라는 걸 외치고 다녔습니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지 않는 교육은 헛된 교육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 배나무는 싫은데 분재에 대해서도 사견을 한꺼번에 이야기한 것이고요.

    • 숲지기2021.11.08 11:56

      교장선생님 말씀 잘 이해합니다.
      보면서 불편하심도 수긍합니다.
      교장선생님의 그러하신 인성 교육을 받은 제자 분들께서는,
      큰 복을 받으신 분들이시죠

      붕어의 불에는 저도 기억합니다.
      땅콩처럼 작고 맑은 것에 빵빵하게 공기가 들어있었습니다.
      두 개 딱 붙어서 한 쌍을 이루었죠 아마.
      어릴 때 그걸 터뜨리고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명의 한 부분을 놀이기구로 알았던 것에
      지금도 후회합니다.
      저의 흑역사죠.

  • 이쁜준서2021.11.08 03:29 신고

    숲지기님!
    한국 배 과수원에 가면 일정 높이에서 위에 가지 유인하는 것을
    쭉 깔아 놓고, 그 높이에서는 가지가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고,
    옆으로 자라게 해 두었더라구요.
    나무가 저렇게도 자랄 수 있다는 것은 기이한 것인데,
    어찌 나무가 벌을 서는 듯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보아서이고, 독일에서는 저렇게 키우기도 하는가 봅니다.

    나무로 인해 집안으로 들어 오는 해를 막지 않고, 배나무를 키울 수 있다 싶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11.08 10:58

      이쁜준서님 말씀처럼
      과수원의 과일 나무는 수익과 생산성에 최적화 되어 있을 겁니다.
      외형보다는 말이죠.
      나무가 벌을 사는 듯 하다 하시는 말씀,
      아주 참신하세요.
      저도 저렇게 벌선 기억이 있습니다요 ㅎ.
      독일에서도 저렇게 키우는 나무는 금방 눈에 뜨입니다.
      어떤 과일수 밀집 지역에서도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예를 들어 포도나무 과수원였던 것 같습니다.
      저렇게 하면 일단 바람이 잘 통하고요,
      관리에도 수월하겠지요
      나무가 납작하게 크니,그 사이사이 길도 넓을 것입니다.

  • Chris2021.11.09 04:10 신고

    이층 발코니에서 포도를 따먹을 수 있겠는데.
    이곳에 와서 처음 산 집에 무화과 나무가 있었는데
    전 주인이 그 나무 가지 하나를 이층 데크로 끌어다 놔서
    가을이 되면 아침에 데크로 나가서 쥐면 터질 듯 말랑말랑한 익은 무화과를 따 먹던 기억이 납니다.
    참 달고 시원 했지요. 옆에 따라나온 잠 덜 깬 반려견도 입을 쩝쩝거리며 무화과 받아 먹던 모습도 생각나구요.
    그놈 떠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네요.

    답글
    • 숲지기2021.11.09 21:14

      하하 상상이 갑니다요 크리스님.
      몇년 전에 심었던 무화과가 열매가 달리지 않아서
      과일이 안 열리는 나무인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올핸 참 많이 열렸습니다.
      심은 걸 후회한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하죠.

      반려견을 5년 전에 보내셨어도 그리우신가 봅니다.
      저도 그래요.
      고향에서 아주 어릴 때의 기억진데도 잊히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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