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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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자급자족·요리

국수가 그리운 날, 번개처럼

숲 지기 2021. 11. 17. 00:29

 

 

요즘들어 부쩍 국수가 그립다

해가 떴는지 졌는지 알 수 없이 흐리고 추운 나날들,

지금 못생긴 계절을 지나는 유럽이라서 더 그렇다.

 

라면 같은 것은 아예 없고,

그렇다고 기껏 라면 하나 사러 하이델베르크까지 갈 수도 없고.......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주섬주섬 모아보니 위의 그림이 되었다.

오른쪽에 동그란 밀가루를 빼곤 모두 내 밭에서 자란 것이니

엉겁결에 자급자족 중인 거네? ㅋㅋ

 

왼쪽 위부터 샬로테(작은 보라양파),

마늘 1쪽

무화과 2개

고추 청과 녹

파잎

말린 깻잎

총각무

주먹 크기 밀가루반죽

 

 

 

 

 

 

적당히 된 밀가루 반죽을 도마에 놓고 홍두깨로 밀어 

칼로 죽죽~ 

모양만 칼국수여도 돼, 내가 먹을 건데 뭐! 

 

 

 

 

 

 

살짝 달군 냄비에 (기름없이) 파와 마른 깻잎을 넣고 볶다가

물 한컵을 붓고 끓인다.

국숫물이 끓을 동안 도마에 국수반죽*을 밀어 국수모양으로 길게 썰어서

끓는 국숫물에 투하!

국수가 끓어오르면 찬물 두어수저 넣고 한소끔 더 끓여주면 끝! 

(국수 위에 얹은 것은 참깨소금 무화과 샬로테 호박씨 ... 등)

 

이 방법은 라면보다 빨리, 라면만큼 괜찮은 칼국수를 끓이는 방법이다.

단점이 있다면

저 세숫대야 만한 뚝배기 국수를 남김없이 단숨에 먹는다는 것.

(아, 배불러 ㅠ) 

 

 

사진이 어둡다. 어두운 날 핸드폰으로 찍었더니... 찍사 실력이 모자란다는 말의 다른 표현.

 

 

*국수반죽

밀가루 50g, 물10g 소금 한꼬집

 

  • 이쁜준서2021.11.16 18:56 신고

    저가 자랄 때는 시골에서 밀 농사를 해서 방앗간에서
    밀가루로 만들어 오면 붉으레 했습니다.
    여름이면 칼국수로 가끔은 수제비로 해 먹었고,
    칼국수로는 안동등의 경북지방이 기계로 뽑아 낸 국수발처럼
    아주 곱게 썰어서 건져서 살짝 씻어서 국수 삶은 국물을 붓고,
    파란 나물을 고명으로 놓고 하는 것을 ' 건진국수'라 했지요.
    저희도 시어머님께서 경북 지방의 분이시라,
    가끔 아들들에게 건진 국수를 해 주고 그 물에 우리가 먹을 면발이 굵은 칼국수를 했었습니다.

    하신 칼 국수를 고명이 예쁘고 참 잘 하셨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11.16 20:41

      우리의 관습, 특히 음식문화에 관해선 어쩌면 그토록 상세히 기억을 하시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국수를 끓여서 씻는다 하셨는데,
      그리고 또 '국수 삶은 국물을 붓고...' 라고 하셨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어렵습니다 ㅠ

      유럽은 우울한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낮인지 잘 모르는 나날이고요,
      이런 때는 거의 본능적으로 국수가 그립답니다.

  • 파란편지2021.11.17 00:12 신고

    이는 실제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워서 아무나 쉽게 따라할 수도 없는 레시피일 것 같습니다.
    이거 한번 먹어봤으면 싶어서 침을 삼켰습니다.
    칼국수를 쉽게 먹을 수 있었던 날들이 그립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11.17 00:35

      잘 하는 분들이 보면 웃을 겁니다.

      그러나 저의 상대는 라면이었고요
      라면만큼 빠르게 끓였으니 만족했습니다.
      말린 깻잎, 절구에 빻은 참깨, 볶은 해바라기씨, 셀러드소스에 버무린 무화과 등등이 이 국수의 조미료였습니다.
      이웃에 계시면 자주 해드릴텐데요 교장선생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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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yle esther2021.11.17 17:34 신고

    맛나보여요!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드셨으니 리틀포레스트 국수^^

    정말 멀리에 계시니, 갑자기 아는 그 맛이 생각나면
    얼마나 힘드실까...싶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11.17 23:52

      그 느낌 아실 거예요 에스터님.
      향수병 비슷하게 몹시 그리운 누군가처럼
      국수가 그립죠 하하

      큰 도시에 사시는 에스터님께도
      짙은 숲느낌이 늘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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