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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감나무 이삿짐 싸기 본문
누가 뭐래도 늦가을,
남은 꽃들과 채소들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한다.
감 따러 가면서 조그만 자루 하나면 되겠지 했는데,
자루를 채우고 몇 개 비닐봉지도 모자란다.
풍년은 풍년인데, 감이 작고 여전히 초록빛......
완숙한 과일이 되기까지는 아직 얼마 간의 햇살이 요긴하다.
릴케는 '가을 날'이라는 시에서
바로 저 덜 익은 곡식들을 위해 남국의 햇살을 기원했었겠지.
이제 겨울이 시작될 터이니
부족한 햇살을 기다릴 여유 또한 없다.
추수한 감들은 스스로 익어야 겠지.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감당이 안 되는 살림들을 좀 줄이기로 하였다.
윗사진의 로즈마리, 무화과, 뽕나무 .... 약 10년 전 쯤 내가 심고 키운 것들이지만
이들과도 올해를 끝으로 이별하기로 하고....
다 옮겨 갈 수 없지만
감나무 만큼은 어떻게든 가져가겠다 하고
윗가지를 치고 밑둥 뿌리를 파서 이사 작업을 하였다.
(사실은 뽕나무도 어떻게 해볼까해서 가지를 몇 개 잘라보곤 했지만
워낙 튼튼해서 그냥 두기로 하고)
날이 어두워선지 촛점이 맞지 않았다.
잘 살아서 내년에도 감을 볼 수 있을지 ..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감나무 이식 작업을 하였다.
이게 마지막 사진.
지인의 도움으로 감나무 뿌리를 고르고 있다.
이 후에 갑자기 어두워짐과 동시에 소나기가 내렸고
옮긴 나무가 더 잘 살 수 있도록
그 밤에 이식을 해주었다.
이사 온 감나무.
새 터에 뿌리 내리고 잘 적응하기를 바랄 뿐....
수획힌 감들.
아직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보고 있다.
나 하나 먹여 살리기 위해서,
다들 참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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