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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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한포기생명

머루 만한 옛날 포도

숲 지기 2022. 9. 16. 04:40

 

기어가는 본능은 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머루 만한 청포도에게도 말릴 수 없는 본능이 있어

어디든 기어서 오른다.

사진엔 지붕으로 이미 기어올랐다. 

 

옛날포도는 때깔 좋은 요즘 포도보다 달고 더 상큼하다. 

텃밭을 오며가며 따먹었더니 

여중시절 내 이빨 같다.

더러 빠지고 더러 새로 나고 하던.

 

 

 

 

 

잎을 조금만 들춰도 

알알이 박힌 청포도가 드러난다.

나는 식물에게, 식물은 나에게 

서로 아무 간섭없이 여름을 지낸 결과이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상자텃밭을 준비 중이다.

텃밭 오두막 뒷편 하늘이 비 뿌리고싶어 안달이 난 듯 거뭇거뭇하네.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하고 창고에 잠 재워뒀던 상자텃밭,

의외로 무거워서 몇 개 네모 만들고 중단했다.

네모 속에 퇴비와 잘라낸 나뭇가지며 잎들을 넣어 쌓고 

위에 흙을 덮을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흙덮기를 오래 전에 끝내고 

위에 배추모종까지 다 심었어야 했지만 

더운 날, 비오는 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등등을 정직하게 빼고 나니

지각텃밭이다 여전히.

 

 

 

 

이웃 헝가리댁 할매할배부부 

만날 때마다 적어도 20분 정도 썰을 풀고서야 나를 놔(?)주는 

할머님은 모르는 게 없으시다.

독일의 전염병과 에너지 대책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요즘들어 부쩍 영국 왕실에 대해 할 말이 많으시다.

 

 

 

 

 

 

어머나, 가을 꽃이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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