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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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 !

숲 지기 2024. 10.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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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번역판으로 나온 한강 저서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문학적 근원은 길 잃은 자들과 소외된 자들이며 

그의 작품을 읽은 자들이라면 강하고 깊은 질문을 얻을 것이다. "
 전문 비평가가 독일 어느 신문에 실린 수상자 평이다.

 

 

우리 문학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감동과 의미는 생략한다.

 

이 소식을 접한 직후 몇 시간은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어 길거리 아무나 잡고 우리 문학 강연을 했을 정도이니...

정신을 차려보니 그들은 물리학 국제학회에 온 스페인 청년들이었으며 자동차 관련 수련공 독일청년 몇이었다.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싶었겠지만 워낙 열변으로 붙잡는 바람에 뻥~한 표정으로 듣더니 

격렬히 나를 안으면서까지 축하해 주었다.

겸연쩍게 '문학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 라는 청년에게

아, 그럼 한국은 알겠네, 동양의 문화민족의 작은 나라?

그랬더니 한 청년이 '떡볶기 ?'라고 한다. 

 

이날은 특히 친구 이네스 생일날,

퇴근 후 생일파티에 지인들 앞에서 또 한번 제 정신이 아닌 한국문학 난설을 나는 펼쳤다.

다행히 이땐 이순신도 알고 한글의 귀함도 아는 몇몇이 있었다.

 

나는 작가 한강의 책들을 독일어 번역판으로 접했다.

우리의 우리비극사 문학작품을 번역된 낯설음을 덧댄 것으로 좀 멀게 읽었었다.

기회가 되어 원어인 우리말 언어로 읽을 수 있기를. 

 

 

 

한강씨 노벨문한상 수상하신 것 축하합니다! 

 

..............

 

편지

/한강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습니다

꽃 피고 지는 길

그 길을 떠나

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

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

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

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

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

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 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

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

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

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

가슴 타는 꿈 속에

어둠은 빛이 되고

부셔 눈 못 뜰 빛이 되고

흉몽처럼 눈 멀어 서리치던 새벽

동 트는 창문빛까지 아팠었지요.

………어째서… 마지막 회망은 잘리지 않는 건가 지리멸렬한 믿음 지리멸렬한 희망 계속되는 호흡 무기력한, 무기력한 구토와 삶, 오오 젠장할 삶

악물린 입술

푸른 인광 뿜던 눈에 지금쯤은

달디 단 물들이 고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세상 더 산 사람들처럼 마주 보고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랑이었을까… 잃을 사랑조차 없었던 날들을 지나 여기까지, 눈물도 눈물겨움도 없는 날들 파도와 함께 쓸려가지 못한 목숨, 목숨들 뻘밭에 뒹굴고

당신 없이도 천지에 봄이 왔습니다

눈 그친 이곳에 바람이 붑니다

더운 바람이,

몰아쳐도 이제는 춥지 않은 바람이 분말같은 햇살을 몰고 옵니다

이 길을 기억하십니까

꽃 피고 지는 길

다시 그 길입니다

바로 그 길입니다

- 1992년 연세문화상, 문학상 부문, 윤동주 문학상 수상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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