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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11월에 읽는 시 본문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
살아가며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
써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 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 '공정한시인의사회', 2024년 9월호
서귀포 소녀
/김륭
비는 계속된다
그대로 두면 또 울 것 같아
이런 말을 하는 소녀가 있다 서귀포에 가면
빗속에서 빗소리를 꺼내듯
마음에 딱 맞는 몸이 없어
걱정일 때
잊히지도 않고 죽은 사랑밖에 보여줄 게 없을 때도
있다, 서귀포에 가면
비닐우산 대신 눈사람을 팔러다니는
소녀가 있다
눈사람 속에서 사람을 꺼내듯 눈사람보다 더 하얀
사람을 꺼내듯 저런, 저런, 다시
살러 와요
아무래도 이번 생은 아닌 것 같아서 돌아서는
당신 마음을 눈사람 엉덩이처럼 박박
긁어대는 소녀가 있다
그대로 두면 물고기가 될지도 몰라요
영원히 살아버릴지도 몰라요
빗속에서 빗소리를 꺼내듯
몸에 딱 맞는 울음이라도 꺼내 흔들기
이런 말을 속삭이는 소녀가 있다 서귀포에 가면
세상 사람들 다 떠내려간 장마에도
눈사람을 팔러다니는
소녀가 있다
-계간 '시와 경계' 2024 여름호
썰물
/정호승
썰물은 도대체 인간이 싫었다
밤마다 꺼지지 않는 등댓불도
만선의 꿈을 안고
수평선 너머로 기어이 나아가는
인간의 고깃배도 싫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멀리 바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만은 어쩌지 못해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
갯벌을 남긴 채
갯벌 곳곳에 길게 파인 발자국을 남긴 채
- 정호승 '당신을 찾아서' 창비 2020
북향 방
/한강
봄부터 북향 방에서 살았다
처음엔 외출할 때마다 놀랐다
이렇게 밝은 날이었구나
겨울까지 익혀왔다
이 방에서 지내는 법을
북향 창 블라인드를 오히려 내리고
책상 위 스탠드만 켠다
차츰 동공이 열리면 눈이 부시다
약간의 광선에도
눈이 내렸는지 알지 못한다
햇빛이 돌아왔는지 끝내
잿빛인 채 저물었는지
어둠에 단어들이 녹지 않게
조금씩 사전을 읽는다
투명한 잉크로 일기를 쓰면 책상에 스며들지 않는다
날씨는 기록하지 않는다
밝은 방에서 사는 일은 어땠던가
기억나지 않고
돌아갈 마음도 없다
북향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빛이 변하지 않는
-계간 '문학과사회' 2024 가을호
.........................
.... 서정이 물씬 풍겨나는 시들,
감사한 마음으로 옮겨왔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땐 별스럽게 이 날을 살아야 한다고 했고
지금은 여느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또 그렇게 .이 날을 산다.
별스럽던 그 나이엔 그게 맞았고
여느 다른 날과 같다고 여기는 지금은 또 이게 맞다.
.... 내년 2025년 다이어리를 장만하였다.
친지들의 생일을 옮겨 적고
휴가를 기입하고
내년 1월이 아닌 이 11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