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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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17. 5. 31. 08:05

 

 

6월 초하루 시편지

 

 

 

비구름이 하늘을 덮는가 싶더니, 한차례 시원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머잖아 뜨거운 계절이 올 것이라고 반짝 예고라도 하듯 말이지요.   

때를 맞춰 6월이 열렸네요, 

낮이 제일 길다는(밤이 제일 짧다는) 6월을 맞이하는 기쁨이 큽니다.

뜨거워지는 계절, 그래서 더욱 절실한 '비'에 관한 시 몇 편 골랐습니다.

 

행복하십시오.

 

 

  

 

 

 

 

 

 

비닐 우산

/정호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 가슴이므로

그대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므로

 

오늘도 바람에 뒤집히는 일보다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행복합니다

 

 

 

 

 

 

 

 

 

 

스페인의 비

/마종기

 

낡은 베레모를 쓰고

오징어 튀김에 싼 술을 마신다

부두가에는 가는 비 저녁내 내리고

개 한마리 저 쪽에, 새 한마리 이 쪽에

귀에 익은 유행가처럼 흔들거린다

어두워서 더 어지럽다

술 취한 빈 골목마다 나이 먹은 성당

옛날의 비가 되어 어깨를 두드린다

한 평생 쌓인 죄가 모두 씻어질 때까지

성당에 기대어 긴 잠이나 잘거나

나이 들면 술 취한 어부나 될거나

잠 속에서 보이는 그 슬픔이나 될거나

 

 

 

 

 

 

 

 

 

 

 

눈물단지
/박형준

비 오는 날
꽃들은 반짝거리지

홀로 자라서 제 그림자를
웅덩이에 비춰 보는 슬픈 꽃

그렇게 비 그치면
밤하늘엔 맑게 씻긴 별이 뜰까


눈먼 자의 꿈


눈먼 자의 슬픈 노숙

너무나 멀리 물러나 있는
신들의 눈물단지

비 오는 날
꽃들은 눈물단지

 

 

 

 

 

 

 

댓글 3

  • 노루2017.05.31 18:01 신고

    어느새 또 새 '초하루 시편지' 받아 보는 날이네요!
    마종기 시인의 저 시 참 좋은데요. 그 위의 그림도요.
    저 그림을 혹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요?

    마종기 시인의 시구 하나에 끄덕이었던 생각이 납니다.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답글
  • 이쁜준서2017.06.06 09:53 신고

    예전 한국 속담에 유월장마는 꾸어서도 한다 했는데, 지난 겨울부터의
    가뭄이 너무도 깁니다. 장대비가 내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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