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마당 한켠에 의자를 두고, 본문

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마당 한켠에 의자를 두고,

숲 지기 2017. 9. 29. 02:46

 

 

어떡하다 보니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꽃들이 들쑥날쑥 앞다투어 피는 곳

벌과 나비가 제맘대로 날아서 공간질서가 엉망인 곳

 

이름도 없는 마당 한켠에 의자를 두게 되었고

그 의자에 커핏잔을 들고 앉게 되었고

그러다 문득 생각해 낸 것이

 

아 가만, 커피맛이 다르네? 

 

 

 

 

 

 

 

 

 

 

 

 

 

 

 

 

 

 

 

 

보잘 것 없는 저 한 켠이 커피마시는 전문장소.

 

 

 

 

 

 

몇 걸음 지나서 보는 커피의자 

 

 

 

 

 

 

보챈 적도 없는데 스스로 붉어져 버린 꽈리고추

 

 

 

 

 

 

 

 

 

바벨탑 아래서 왔나, 뭐든 타고 오르고 보는 터키콩

 

 

 

 

 

 

 

 

 

 

 

 

돌벽 앞엔 튼튼한 아시네치아가 발돋움을 하는 곳 

 

  • 나그네2017.09.29 03:21 신고

    꽃밭 속에서 자라는 고추는 매콤함 속에 꽃향기를 머금고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맛이 다른 거피처럼.. ^^

    답글
    • 숲지기2017.09.29 12:47

      네 꽈리고추입니다. 흑림에서는 아마 유일하지 싶은 매우 귀한 ......
      우리나라 '고추의 상징성'이 다행히 독일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꽃밭에 고추가 있어도 그냥 그럴 뿐이지요 ㅎㅎ

      나그네님, 반갑습니다.

  • 노루2017.09.29 06:50 신고

    아, 저 푸르고 환한 비밀의 화원 한 구석에
    의지와 저렇게 작은 탁자가, 그리고 그 위에
    커피 잔이 놓여 있는 게 보여요. 내가 돌담
    틈의 저 화분으로 앉아서 즐기고 있단 느낌도
    들어요. ㅎ

    답글
    • 숲지기2017.09.29 12:50

      노루님 휴가 잘 자녀오셨습니까?
      자기 성찰을 겸한 그런 여행을 하시겠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는데,
      궁금합니다 어떠셨는지.....

      저 장소는 숲그늘때문에 햇볕 드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침에 쬐는 비스듬한 햇살을 특히 저는 좋아합니다.

  • eunbee2017.09.29 23:26 신고

    숲에서...
    꽃과 채소와 커피향을
    너무도 어우러지게 그리고 기쁘게 누리시는
    숲지기 님의 일상을 엿보는 것으로
    그러고픈 제 마음을 달래봅니다.

    답글
    • 숲지기2017.09.30 00:44

      숲에는 시계가 따로 있습니다.
      새들이 마치 동대문시장골목처럼 떠들면 그때가 새벽 너댓시고요,
      양떼 무리들이 메~~ 소리지르며 언덕을 오르면 높은 산머리엔 햇살이 오른 이른아침입니다.
      골짜기에는 밤새 품었던 습기가 모여서 하늘로 솟는데, 골짜기마다 산마다 그리고 날마다 다릅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구름은 빵다섯덩이 골짜기(흉년에 빵 다섯덩이와 땅을 바꿨다고 해서)에서 꿈틀거리며 산을 돌아서 하늘로 오르는 뱀모양을 한 구름입니다.
      이 때가 아침 7, 8시쯤 될까요?
      그 다음은 물봉선들이 햇살에 이슬을 보여주는 시각이 옵니다.



    • eunbee2017.09.30 14:06 신고

      새들의 노래가, 양떼들의 기척이, 안개가, 구름이...
      그리고 꽃잎에 맺히는 이슬의 반짝임이 시각을 알려 주는
      숲마을. 아, 그곳에 살고 싶어 한숨이 나요. 꿈 같은 정경.

    • 숲지기2017.10.01 00:48

      사실은 무지 외롭습니다.
      처음엔 너무 외로웟ㅓ 자고 나면 눈이 퀭해질 정도였습니다.

      라디오를 몇 시간씩 듣지 않는 것도 듣다 보면 더 외로워져서 그렇습니다.
      새소리를 듣는게 더 위안이 되지요.
      새소린 들으려고만 하면 아무 때나 들려요. 시냇물 소리도 그렇지요.

      저는 아직 어떤 새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아, 하나 딱따구리가 나무 겉껍질을 딱딱 규칙적으로 쪼는 것은 알고 있고요.

  • 산꾼 A2017.10.05 01:40 신고

    커피맛이 다를듯하네요
    아늑한 공간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7.10.05 12:58

      짐꾼님 시원한 원경 사진을 참 잘 찍으시더군요.
      저는 무거운 짐 드는 일을 매우 무서워하는 족속인지라, 존경스럽습니다 짐꾼님.

  • 사슴시녀2018.01.04 06:24 신고

    보잘것이 없다뇨?? 언제라도 꽃속에서 작고 예쁜 요정이 툭하고 날라 오를것 같아요.
    조기 앉아서 커피 드시는 숲지기님의 고은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수가 없네요!
    펑퍼짐한 늙은 아줌마가 아니 할머니도 (ㅠㅠ) 살짝 엉덩이를 붙어보고 싶게 하는
    아름다운 공간 이구만요! ( 꼬마의자가 제가 앉으면 부서질껏 같아요.>.<)

    독일에선 저꽃을 아시네치아라고 부르는군요, 여기선 이끄네시아라고 부른답니다.
    재미있네요!ㅎ

    답글
    • 숲지기2018.01.05 13:23

      고맙습니다.
      저는 저 돌벽을 참 좋아해서 집에 머물 땐 저 앞에서 뭐든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곤충들도 그걸 아는지, 참 많은 나비와 벌들이 날아듭니다.
      사슴시녀님 오시면 의자를 하나 더 놓지요. 언제든지요 ㅎ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