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씨앗 준비, 다음 생을 위하여 본문

촌부일기/한포기생명

씨앗 준비, 다음 생을 위하여

숲 지기 2017. 10. 12. 20:15

 

 

올해도 씨앗을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작은 씨앗들을 모으고 말릴 때마다 곰여인 생각이 납니다.

오랫동안 마늘과 쑥으로 연명을 한 후에 

빛나는 민족의 기원을 이룰 한 아이의 태생을 보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춥고 어두운 굴 속에서 홀로 외롭게 견뎠을 곰여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굴 속인 듯 어둡고 단단한 씨앗 안에는 부모를 꼭 닮은 자식들의 유전요소 즉 DNA가 들어 있습니다.

잘만 하면 수백년이고 수천년이고 그 성질과 존재가 유지되고요.

참을성이 많았던 한 곰여인으로부터 우리 민족의 장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말이지요.

 

이 이야기에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신화는 신화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옳지 싶고요,

그래서 따지지도 묻지도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씨앗들이 책상을 가득 차지했습니다.

숲에 꼭꼭 싸인 집인지라

볕이 잘 드는 곳이 저 곳과 침실 뿐입니다. 물론 침실은 공개하지 않지요 ㅎ

 

 

 

 

 

.

 

이 사진 이후에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그냥 훌~ 보시길.....


 

 

 

 

 

 

 

링엘꽃인데, 이들은 씨앗이 아닌 피부크림을 만들기 위해 건조하고 있는 꽃잎들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제약회사에서 만들어 팔기도 하지만, 효과면에서는 제가 만든 것이 월등하다는........

힐데가드 폰 빙엔(Hildegard von Bingen, 2012년인가 교황청으로부터 성인으로의 등재를 인정받았지요)이라는 수녀가 있었는데, 중세시대를 통 틀어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여성작곡가임과 동시에 약초를 이용하여 아픈이들을 도왔던 분이지요. 약초들로써 사람의 병을 다스리는 것은 그녀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독일의 전통 치료법이기도 합니다. 

 

 

 

 

 

 

볼이 빵빵하도록 입을 꼭 다문 듯한, 귀엽고 우스꽝스런 얼굴의 고추입니다. '비숍의 모자'라는 이름을 가진 고추인데 아주 매워요. 1주 전에 찍은 사진인데, 지금은 모두 붉게 물이 들었어요.

 

 

 

 

 

 

 

유난히 고추종류가 많군요, 캅사이신때문인데요. 사실은 저기 보이는 종류보다 이미 말려 놓은 것들도 있고 하니, 아마 저 고추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겁니다. 

 

 

 

 

 

 

 

 

 

 

 

 

 

찌니엔도 꽃들의 색깔별로 수집했습니다. 

 

 

 

 

 

 

호르텐지아는 청색꽃이 핀 것을 샀지만,지금은 녹색이 되었어요. 화원에서 산성화처리를 하였을텐데, 저에게 와서는 그냥 물(중성)만 마시니 알칼리성 쪽으로 전환을 한 결과라고 봅니다. 내년엔 어떤 색의 꽃이 필지, 궁금하지요.

 

 

 

 

 

 

샴페인잔에 꽂힌 것들은 산책길에 꺾어왔어요, 보라색 가을꽃.

 

 

 

 

 

창문가를 지키는 식물식구들

 

 

 

 

 

 

 

얘네들 다 마를 때까지 저는 저 책상을 쓰지 못합니다. 그게 뭐 대수인가요, 씨앗들이 잘 마른다는데.......

 

 

 

 

 

 

창문 밖엔 고추들이 저렇게 자랐어요. 기회가 되면 그 이야기도.........

 

  • eunbee2017.10.13 02:58 신고

    꽃씨를 모으는 마음,
    얼마나 아름다운지...

    링에꽃 향유로, 그 이쁜 마음에
    얼굴까지 고우려 하시나요?ㅎ

    와인잔과 잘 어우러진 구절초는
    가을들녘의 대표꽃,
    시 한 수 읊고 싶어요.^^

    꽃씨 사진들이 넘넘 예쁘고, 그 뜻이 좋아서
    보고 또 보고... 있어요.

    답글
    • 숲지기2017.10.13 03:39

      아 구절초가 저 꽃들이군요.
      어쩐지 구절구절 사연이 있을법한 작고 예쁜 꽃입니다.

      저는 베를린 여행을 위해 거의 잠을 설치고 짐을 싸는 중입니다.
      6시에 떠나는 기차를 타야하니까요.
      지금은 3시 40분에 육박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은비님.

    • eunbee2017.10.13 04:56 신고

      기차는 6시에 떠나네.
      베를린행 기차.

      또... 단편 하나 생각 나네요.
      아름답고 조금은 멜랑꼬리한 가을 여행 이야기.

      건강하게, 즐겁게, 다녀 오세요.^^

    • 숲지기2017.10.18 14:29

      네 맞습니다, 덜깬 눈으로 6시 기차를 탔었지요.
      불과 며칠 전인데 몇달 몇년은 된 듯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자 식의 시간 감각이지 싶습니다.

      가로수 잎들이 떨어져서 노랗게 된 베를린 시가지에는 어딜가나 사람이 꽉꽉 찼습니다. 어딜가나 숲만 보였던 흑림과 대조적이지요,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덕분에 여행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은비님..ㅎ

  • eunbee2017.10.13 05:02 신고

    저 보라꽃은
    벌개미취인지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 정확히 몰라요.
    그냥 제가 그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초 라는 이름으로 불러보았지요.
    다 비슷비슷한 가을 들녘 보랏빛 꽃이라서요.ㅎ·

    답글
    • 숲지기2017.10.18 14:32

      가을꽃은 작고 은은한 게 마음에 들어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에 대한 생각도 비슷해집니다.
      겉에 화려하지 않아도 그윽한 향이 나는 그런 분들 곁으로 가게 되고요.
      써주신 꽃이름들이 다 다르지만 아마 국화과에 속하는 들꽃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 2017.10.13 09:00 신고

    꽃씨도 참 예쁘게 말리고 있어요, 숲지기님은~
    저모습 그대로가 다시 한번의 생을 사는 모습같아요.
    그 다음생을 위한 중간생...의미를 주면 뭐든지 사랑스럽고 더 귀해요.
    거기에다가 저는요, 저 이쁜 책상도 너무 맘에 들어요.
    숲지기님의 취향이 보이는듯해요,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모양이네 해요.
    전 유럽 떠돌이 하면서 (네덜란드에 5년 주재원을 했거든요 남편이, 그리고
    스웨덴 11년째), 가구에 대한, 아니 유럽 가구에 대한 마음을 접었어요.
    그래서 책상이 눈에 들어오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여뿐 꽃밭이 텃밭이 보이는곳에 놓여진 우아한 책상, 글이 절로 써지는
    마법이 일어날거 같다는...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7.10.18 14:41

      저는 저 책상 같은 로코코 스타일이 참 별로였었지요. 과장해서 치장하고 하는 게 영~ 그랬습니다.
      다른 이유로 저 가구들로 방을 꾸몄다가 철거해서 창고에 뒀었는데, 가구가 당장에 필요했던 몇년 전, 새로 사느니 창고에서 갖다 놓은 것이지요.
      그 이후 알게 된 것이 '가구가 사람에게 적응하기도 하지만 사람도 가구에게 맞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저냥 만족합니다요 안나님 ㅎ
      [비밀댓글]

  • 산마을2017.10.13 11:49 신고

    어릴 때 시골에서 씨앗을 뿌려서 농사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네요.
    고추 모양이 특이 합니다.
    책상의 디자인이 예쁘게 보입니다.

    베를린에 즐겁게 잘 다녀 오셔서 좋은 소식을 올려 주세요 ^^

    답글
    • 숲지기2017.10.18 14:49

      씨앗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손 끝으로 만지면서 다음 싹이 나서 커갈 것들도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만지니까요.
      산마을님께서는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모양이 특이한 저 고추는 어찌나 매운지 손으로 만지면 한 나절은 손끝이 얼얼하더군요. 저는 조금씩 귀퉁이를 잘라서 요리에 넣습니다.

      베를린은 방학 맞은 중등학생들이 독일전역, 유럽 전역에서 왔는지
      어딜가나 예쁘고 어린 소녀들이 꼬물꼬물 돌아다닙니다.
      몸은 큼직한데, 왠지 엉성하나 귀엽고 어린 숙녀들 있잖아요 .

  • 노루2017.10.15 04:00 신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책상이 외로울까 봐
    씨앗들과 그들을 감싸고 있는 꽃잎들의 파티를
    그 위에 벌려놓고 떠나셨네요. 씨앗들이 재잘재잘
    숲지기님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요. ㅎ

    답글
    • 숲지기2017.10.18 14:52

      노루님도 지금 여행중이시지요?
      집을 떠나 있는 동안 블록을 열어서 씨앗들을 살펴 봅니다.
      그냥 찍었던 사진을 볼 뿐이지만, 보면 마음이 아늑해집니다.
      여행 중에 읽고 계신 책이 궁금합니다.
      노루님께서 독서광이시라는 것을 아니까요.

  • 신박사2017.10.18 14:21 신고

    (♡)깊어가는 가을날 보람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_^ (파이팅) (♡)
    잘보고 갑니다 (짱)
    공감하고 갑니다(~)(~)(~)

    답글
    • 숲지기2017.10.18 14:57

      혹시나 해서 클릭을 했더니 그 신박사님이 맞으시군요.
      식물에 대해 깊고 넓은 지식을 가지신 분인지라 저도 가끔 클릭하여
      잘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신박사님.

  • 2017.10.25 02:45 신고

    작은 것들에 다정다감한 숲지기 님의 마음과 정성도 놀랍지만,

    실은 저 씨앗들이 죽은 것도 아니고 멈춘 것도 아니어서 곧 반응하고 움직일 거란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7.10.25 09:39

      씨앗의 신비로움에 , 위대함에ㅡ대해 생각을 합니다.
      사람의 씨앗인 정자는 저 보다 훨씬 작아도 수 많은 정보를 간직하고요.
      정확히는 반쪽 씨앗이겠지요.
      굳이 반쪽으로 만들어서 그때그때 맞추게 했을까요?
      [비밀댓글]

    • 2017.10.25 10:57 신고

      그러게요.
      아마도 반쪽이 반쪽을 만나 대립하기도 하지만 좀더 나아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본능이 때로 몸의 생기를 북돋기도 하니까요.
      [비밀댓글]

    • 숲지기2017.10.25 20:17

      본능에 대해,
      우선 저부터 조용히 관찰하고 있어요.
      좋은 기회지요.

      [비밀댓글]

  • 사슴시녀2018.01.03 22:42 신고

    저의 늦가을 모습과 같아요, 옹기종기 씨앗받을 꽃들의 모임.
    준비과정 정겹습니다! ^^
    솜털 많이 난 애는 보라지라고 하는데 맞나 몰라요, 물컵이 담아놓으신 보라색 얘는 쑥부쟁이 같구요(한국엔 가을 고속도로 부근에 흐드러져 피어있는데 참 정다운 애들예요)
    볼따구니가 빵빵한 쟤네들은 하봐네로 인가요???
    저희집 수국은 파랑것도 있고 분홍도 있는데 제땅은 좋지 않은 산성 이거든요.
    근데 곁에 같이 있으면서 한애는 분홍 한애는 파랑이라 신기하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1.04 00:47

      꽃들의 이름을 열심히 찾아보고 기억하려 하여도 돌아서면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볼따구 빵빵한 저 친구는 ㅋㅋㅋ 하바네로보다 덜 맵습니다.
      저의 화분엔 지금도 2년생짜리 하바네로가 몇 그루 있는데, 너무 매워서
      먹을 엄두도 못내고,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하하 수국이 같은 나무에서 각각 다른 색상의 꽃이 나왔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잘라주었고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