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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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집마당 눈 치우기

숲 지기 2017. 12. 5. 08:42

 

이제 시작이다. 겨울 동안 눈과 맞상대로 싸움질할 일이......... 

이번 눈은 생각보다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마당까지 차를 들이기엔 이미 늦었었다.

제설차가 도로의 눈을 가장자리로 밀어 치우는데, 이로 인해 내 마당 집입로에 긴 눈 언덕이 생겼다. 

이렇게 생겨난 눈언덕은 겨울이 깊어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내 마당의 은소나무(Silbertannen), 이름이 그렇고 실제로는 청회색이다. 왼쪽 나무는 그냥 평범한 소나무, 우리식으로 하면 철수 영희.... 뭐 이런.....  

 

 

 

 

 

 

원래도 예쁘지만, 가지에 눈을 얹으면 더 기품이 있어 뵌다. 이 나무는 마당층에서부터 거실층, 2층(우리나라식으로는 3층) 침실에서까지 튼실한 가지들을 볼 수 있는데, 나에게는 꽃만큼 아름답다.

 

 

 

 

 

 

 윗가지가 눈을 다 받아서 그 무게로 헉헉대고, 아랫가지들은 빤히 위만 올려다 본다 ㅋ 

 

 

 

 

 

 

여기서부터 눈 치운 이야기.

욕심 내지 않고 밀대로 쓰윽쓰윽 밀었다. 욕심을 내지 않았음에도 어찌나 힘이 들던지 ㅎ 아직까지 뻐근함

 

 

 

 

 

딱 한사람 걸어다닐 공간만 만들었다 ㅎ 사진엔 확연하지 않지만,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는 아주 꿀꿀한 눈날씨.....  (그래서 죙일~~ 장작불에 고구마나 구워 먹었음.)

 

 

 

 

 

윗층, 그러니까 우리나라식의 3층에서 보면 이런 그림. 더도 덜도 아닌 딱 필요한 만큼만 치웠다.

사진의 머리띠나 그물처럼 생긴 건 줄장미를 위한 아아치. 이를 지나 몇 계단 아래로 내려서면 마당층거실방,  보일러실 입구....

여기가 마당 주차장이지만 언덕 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차는 이웃 윗집 빵가게 앞에 주차했다. 

 

 

 

 

 

여기 눈이불 밑은 내 꽃밭. 그런데 눈 위가 심상찮다. 뭐라고 쓰고 간거야 ? 난해하다. 숲식구들의 몸 언어들......

 

 

 

 

 

 

여기도 다녀갔다. 이건 2층에서 본 것이고,

 

 

 

 

 

같은 곳을 3층에서 바라보았다. 갑자기 사설탐정이 된 기분, "아무래도 심증은 있는데 그 뭣이랄까 물증이 ........" ㅋ 

 

 

 

 

 

 

앗 여긴 연못을 있던 자린데, 붉은개구리님(사실은 개구리보다 큰 종류, 이름 까먹었음)이 오셨던 걸까? 주무시지 않고요 ~ ㅎ

 

 

 

 

 

 야튼, 엄청 쏘다녔구만!  운동회라도 했던 모양.

 

 

 

 

 

 

 

 

 

  • 나2017.12.05 08:19 신고

    눈 내리고 덮이니 혼자 감당하시기엔 너무 큰 집이네요.
    마치 숲속의 성 같아요...윗층에서 마당을 내려다보는 기분을 생각해보니요.
    산짐승들이 놀다가는 마당하며...동화속 같네요.
    그나저나 이제 시작...겨울내내 눈과 더불어 살텐데 어깨가 남아나야 하는데
    걱정되네요...돌아서면 쌓이는 눈 쉬엄쉬엄 하세요.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7.12.05 12:19

      맞습니다, 볼품은 없어도 덩치는 좀 있습니다.
      구입할 당시는 아래 위층으로 두 가족이 살고 있었지요.
      그 가운데 한 가족이 집을 비우지 않아서 곤혹을 치렀고요.

      지금은 거의 비워두고, 난방만 아주 조금 합니다.
      동파가 걱정이 되니까요.

      저는 추위를 무쟈게 타는 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 한 것 같아요 무릎도 시리고요 ㅠㅠ
      안나님께서는 튼튼하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비밀댓글]

  • eunbee2017.12.06 00:35 신고

    눈밭을 놀이터로 삼고 즐겁게 뛰놀다 간 손님은 누굴까요.
    숲지기님께서는 저리도 두꺼운 눈사이에 길을 만드시느라
    땀 나셨겠어요. 집의 규모와 공간이 혼자 관리하기에는
    벅차시겠고요. 계절마다 내려앉는 이쁜것들과 대화하시며
    누리시는 숲속 메종의 생활이 참 많이 부러워요.
    은소나무에 얹힌 소담스런 눈이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같은
    풍경도요.^^
    어디선가 은방울소리를 내며 루돌프가 지나갈것 같아요.ㅎㅎ

    답글
    • 숲지기2018.01.02 01:35

      은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눈밭을 뒹굴고 간 흔적을 볼 수 있는 겨울이 저는 참 좋습니다.
      눈이 없을 땐 야밤에 무엇인가가 제 마당에 와서 한바탕 싫컷 뭐라하는데,
      저는 무지하여서 여우인지 늑대인지 살쾡이인지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워우워우~ 라거나, 우웨웨~ ㅎㅎ
      하하 뭐라고 표기할 수도 없는 음성으로 우짖습니다.

      관리도 제대로 못해주지만, 집이 저를 많이 봐줍니다.
      은비님께서는 통역없이도 숲 언어를 이해하시잖아요.
      숲도 은비님을 필요로 하지 싶습니다.




    • eunbee2018.01.02 12:27 신고

      오늘은 무언가가 그리워
      조금 울었습니다.

      숲지기님 답글을보니
      주루룩 눈물이 볼을 타네요.

      멍~하니
      연초를 보냅니다.
      마음 비우자 생각하니 더욱 차오릅니다.
      참으로 이상스런 상황.

      여우나는 숲에서 짐승들과 살고 싶네요.ㅎ [비밀댓글]

    • 숲지기2018.01.02 21:56

      외람되지만,
      더 이상의 첨단을 하지 않으셔도 저는 은비님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사선으로 빗줄기가 그어진 것이 몇 시간 전만 하여도 선명했었는데,
      지금은 까맣기만 합니다.
      이 넓은 대학도서관에 겨우 서너 명 앉아 있습니다.
      정초이고 야밤인데 여기 이러고 있는 제가 더 이상한 거겠지요.

      언제 뵈면 , 우리 찐하게 와인 한번 마셔요 은비님.

    • eunbee2018.01.03 11:40 신고

      크리스마스 무렵엔 독일친구가 한국엘 오려나 기다렸는데
      한국본사에서 사람들이 온다고 접대해야 하는가 보아요.
      그 사람과 언젠가 숲지기님네 동네어귀 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 와인 찐~하게!! ㅎㅎㅎ

    • 숲지기2018.01.03 20:55

      기억납니다. 중부독일의 지인분께서 귀국예정이라시던 은비님 말씀.....
      사정이 있으셨군요.
      한번 훌쩍 다녀온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20년간 딱 한번 우리나라에 다녀왔습니다.
      네, 너무하다고들 합니다..ㅎ
      저도 심했다고 여깁니다.

      와인과 함께, 꼭 그런 날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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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노루2017.12.08 09:37 신고

    은 소나무가 서 있는 눈 쌓인 뜰
    그 그림 속 여백에 숲 식구들이
    시화전을 열었네요.
    불 밝힌 창을 올려다 보며 쓴,
    '숲지기님에게'란 부제가 붙은 시도
    있을 듯하고요. ㅎ

    답글
    • 숲지기2018.01.02 01:44

      와우,
      숲의 눈풍경을 시화전으로 은유하심이 놀랍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요.
      불현듯 여고때 교정에서 열던 시화전이 생각납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깔렸던 가을에
      친구가 예쁘게 써준 저의 글도 고목에 걸었었습니다.

      노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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