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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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싸락눈 내리다

숲 지기 2018. 1. 29. 00:11

 

 

싸락싸락 눈이 내린다.

깨진 쌀알 만한 크기의 눈이, 제대로 쌓이지도 뭉칠 수도 없는 눈이 내린다.

하늘에서 물방울이 내려오다가

대지 가까이에 와서 급하게 얼었다는 싸락눈.

겨울이 서서히 뒷걸음 칠 즈음,

봄 기운이 깨금발로 틈틈이 들여다 볼 즈음의 싸락눈.

 

반갑다 그래서.

 

 

 

 

 

 

 

 

 

 

 

 

마당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마치 흰 망사 줄무늬 커턴을 드리운 듯

싸락눈이 내린다.

 


 

 

 

 

 

윗층 창문으로 본 지붕기와 위의 싸락눈

착한 눈이라서

녹는다 금방.

 


 

 

 

 

 

하긴 눈이 있든 없든,

집 기와의 균일한 무늬를 바라볼 때가 잦다.

눈조리개는 풀리고,

머리는 멍~~~~한 상태에서.

(취미, 기와 바라보기 ㅎㅎ)

 

 

 

 

 

 

 

 

 

 

 

 

 

 

 

늦은 오후가 되자, 눈발이 부푼다.

산골 숲마을이 이맘 때는 해 볼 날이 거의 없었으니, 하루 중 아무 때나 눈이 내리고

모양도 지 꼴리는대로 내린다.

 

 

 

 

 

 

 

봄 이야긴 너무 섣불렀나?

고구마나 구울까보다

 


 

 

 

 

 

 

 

 

 

2층에까지 올라온다. 고구마의 구수한 향이.

 

역사도 이렇게 써지지 싶다.

겨울잠에라도 빠져들고 싶은 나른한 휴일 오후 

심심풀이로 던져 넣은 고구마 몇 알이

운명의 장작불을 만난다면,

 

숯덩이처럼 제 몸을 태워

입술과 혀와 위를 감동시키고

그 아래 부속 기관들까지 시너지로 일깨워

효모와

호르몬을 춤 추게 하고

추억까지 불러

들썩이게 하는 것.

(군고구마 먹던 추억)

 

 

 

 

 

 

  • eunbee2018.01.29 10:12 신고

    이리도 아름답고 서정적인 글을 읽으면서도
    마음은 경황이 없으니....ㅠㅠ
    파리에 사는 작은딸(은비엄마)이 한시간 전에
    전해준 소식은 -은비 친할머니께서 방금 운명하셨어-
    였어요. 뇌출혈로. 82세쯤의 연세로 알고 있어요.저는.

    예쁜 글
    다시 와서 천천히 음미할게요.
    그리고 브라운 강아지 이름 지은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 점심무렵에 포스팅했어요.ㅎ
    맘에 드실지...
    이쁜 강아지도 맘에 들어할지... 걱정 ^^

    답글
    • 숲지기2018.01.29 10:48

      아........
      어찌 그런 일이.....
      은비 친할머님의 명복을 빌어 드립니다.

      저도 며칠 전, 젊은 나이에 유방암을 앓다 간 친구의 마지막을 겪었습니다.


  • 기다림2018.01.30 04:31 신고

    싸락눈이 백설가루같아요
    작품 잘 보고 갑니다^^

    답글
    • 숲지기2018.01.31 00:39

      저도 방금 일출을 잘 보았습니다.
      사실 0시 39분입니다만 ㅎㅎ

    • 기다림2018.01.31 01:51 신고

      숲지기님께서는 다른곳에 사시는군요
      안녕히주무세요^^

    • 숲지기2018.01.31 15:38

      네, 맨 위 블로그 제목에도 썼습니다요,
      독일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