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북독일로 가는 밤기차 여행- 팬지꽃 피다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북독일로 가는 밤기차 여행- 팬지꽃 피다

숲 지기 2018. 2. 2. 00:11

 

 

 

 

일은 건조하고, 기차여행은 따분하다.

남독일에서 북으로 가는 기차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낮동안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해가 지고 어두워져 기차 안 풍경만 봐야 하는 밤이 되면,

열차 선반 위에 부려놓은 짐가방들은 말이 없다.

무표정하게, 몸을 좌석에 구겨 넣은  그들의 주인들 또한 말이 없다.

 

스케치북을 꺼내서 바로 앞자리 조는 남자를 그린다

노트북을 펼치고 인터넷 거리 여기저기 쏘다녀도 본다

아, 별짓을 다하였음에도 목적지까지는 두어시간이 더 남았다. 

그때 이거다 싶어 짐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며 혼잣말을 한다.

"어디, 뜨게질이나 해볼까?"

 

 

 

 

팬지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첫 시도치곤 꽤나 예쁜데(자화자찬 ㅎㅎ).

 

 

코바늘뜨기를 언제 해보았더라?

색상이 딱 3개뿐이어서 뜰 만한 게 별로 없지만

한코한코 뜨면서 빠져든다.

 

 

 

이 조각들을 이어서 난초를 만들 것이다.

 

 

이 순간에는 뜨게실과 나 둘 뿐이다.

꽃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뜨게질을 한다.

 

 

 

 

 

뜨게실과 코바늘을 여행짐 속에 넣었었다, 요긴하게 써먹을 때가 있겠지 싶어서다.

 

 

썩 괜찮은 명상이었다.

사진은 기차여행 동안 가졌던 나의 뜨게질명상이 낳은 결과물들.

 

 

이 사진은 전문가의 작품.  한땀한땀 코바늘뜨기로 완성한 수려한 인공미를 엿볼 수 있다.

 

 

 

 

 

 

-흑림보다 심심한도시 카셀에서

나2018.02.02 09:14 신고

무슨일로 여행을 가셨느지...밤기차, 한번도 이곳에서 타본적이 없어요.
영화같은 낭만적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시간에 코바늘뜨기...저도 겨울에 해보려고 서울에서 책자를 사왔는데
돋보기 쓰는게 싫어서 못하고 있어요...작지만 앙증맞은 소품 완성된 모습
보고싶네요...전문가 솜씨는 아주 실물 같아서 감탄이에요.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02.02 16:52

    일관계로 자주 이곳에 옵니다.
    작년 여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접촉사고 내고부터는
    낯선 곳에서 운전하는게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택한 기차여행인데,
    적응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짐을 다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과,
    미리 가서 열차 올 때까지 기다리고 연착도 자주 하고,
    또 바꿔 타야 할 때도 많고요.
    나이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차여행 별로예요 ㅠㅠ

    코바늘뜨기
    큰 것은 아예 시작도 안하고, 그때그때 여가용으로 떳다가 풀었다가 합니다.
    의외로 할만합니다.
    안나님꼐서는 전문가처럼 잘 하실 것 같습니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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