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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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 들어서며

숲 지기 2017. 10. 21. 00:10

 

 

브란덴부르크문을 들어선다.

 

 

강아지와 강아지의 주인과

두고 온 집을 그리워 하는 열쇠와 그 열쇠가 든 룩삭, 그 룩삭을 맨 주인과 .

또 수 많은 열쇠들과 그 열쇠를 달래는 사람들과

해가 지는 쪽으로 마치 강 하류의 급물살처럼 쓸려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룩삭엔

강물이 그리운 한 병의 생수가 하루 종일 출렁이고 있기도 했었다.

 

 

 

 

 

 

독일 역사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우표는 물론 유로화 이전부터 마르크 지폐나 동전에 수도 없이 등장했고 또 등장하고 있다.

 

 

 

 

광장은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

크고 감격스런 순간들을 지켜보았던 역사의 상징 치고는

비교적 아담한(?) 광장에 조금 놀랍긴 했다. 

 

 

 

 

 

사진들이 붉은 빛이 도는 것은 순전히 석양탓! ㅎ 

 

 

옛 그리스의 건축양식을 닮은 브란덴부르크 문은 높이는 26m, 가로 길이는 65.5m의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로 진입하는 정문인 프로필라에(Propylaea)를 본딴 것이다. 한때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프로이센 제국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Friedrich Wilhelm II)의 명령으로 1788-1791년에 걸쳐 건축되었던 것이다.

위에 올려진 콰드리가(네마리의 말이 이끄는)전차를 빅토리아 여신이 이끌고 있는 조각은 요한 곹프리드 샤도우(Johann Gottfried Schadow)의 작품이다.

특히 이 전차는 1806년 10월 27일 이곳을 점령한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가지고 갔었는데 1814년 그의 패전과 함께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 광장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히틀러시대와 그 이전 프로이센때부터 독일군대는 이 문 앞, '승리의 콰드리가 전차 조각상' 아래에서 개선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오래된 영상기록을 본 기억도 있다.

2차대전 후 동서독으로 나뉘었던 시대 1961년부터 베를린에 장벽이 세워지고 허가를 받은 사람 만이 이 문을 통과하도록 하다가 10년 뒤인 1971년엔 완전 폐쇄, 동독이 무너진 1989년에서야 다시 문이 열렸다.당시 서독의 수상이었던 헬무트 콜은 이 문을 통해 걸어가 동독의 총리 한스 모드로우와 손을 잡음으로써 독일통일의 빛나는 상징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 문 아래에서 뺏기고 뺏고 폐쇄와 개방이 번복되는 굵직한 역사들이 이어졌다는 것인데,

보기엔 와인빛 석양이 물들어 가는 아름다운 광장으로만 보일 뿐.

특히 젊은이들이 승리의 여신이 이끄는 마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풋풋한 모습으로 봐서 수학여행을 온 중등학생들인 듯.

 

 

 

 

 

 

 

 

여신은 원래 목제로 된 올리브가지를 들고 있었다. 전쟁에 승리한 나폴레옹이 이 전차를 가지고 가서 되찾는 과정에서 철제 십자가로 바뀌었다. 후덕한 인상을 주는 여신 빅토리아는 어찌보면 메르켈여사의 젊은시절 모습을 닮은 듯도 하다.

 

 

 

 

 

 

 

 

 

 

 

 

문 기둥 사이 대리석에 새겨진 벽화들. 벽마다 그리스 신화를 상징적으로 조각해 넣었다.

 

 

 

 

 

 

 

 

 

 

 

 

 

 

 

 

 

 

 

 

 

 

 

 

 

 

 

남쪽벽에 세워진 말스(Mars),로마의 전쟁신인데 우리말로 뭐라 하는지 까먹었음 ㅠ 

 

 

 

 

 

 

 

 북쪽 벽의 미네르바(Minerva), 지혜의 여신이다. 말스와 미네르바는 1794년에 완공되었다. 미네르바는 2차대전때 큰 부상을 입어 부득이하게 진품을 복사해야만 했는데, 오늘날의 저 모습이다.

 

 

 


 

 

 

 

이 문이 맨 중앙에 난 문이다. 문이 세워진 프로이센공화국 당시, 평민들은 다닐 수 없었던.........

이날은 데모꾼들로 인해 경찰들이 좌라락 깔렸었다.

관광객들 반, 경찰인력 반.....

 

 

 

 

 

 

 

 

 

 

 

 

외로운 데모꾼들, 누가 관심 좀 주세요......

 

 

 

 

 

 

천차를 모는 승리의 여신의 날개가 보인다. 지치지 않는 여신의 날개.

날개 뒷쪽, 그러니까 광장문의 뒷쪽이 옛 서독쪽이었다.

 

 

 

 

 

 

 

광장의 자전거택시. 가격을 물어보니 천차만별, 마치 베니스의 곤델 사공들 비슷하가도 보면 됨

 

 

 


 

 

 

 

브란덴부르크문 앞의 석양을 자전거택시 아저씨가 바라보고 있다. 날마다 매 시간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낯선 이들이 오가겠지만, 광장의 구조물들은 풀 한포기까지 변함없는 어제의 그것들이다.

 

 

 메르켈여사를 닮았다고 생각하니, 친근해지기까지 하다 여신 빅토리아.

  • 니2017.10.21 00:06 신고

    전쟁과 분단과 혁명이 밀고 당긴 게 무엇이었는지,
    문 없는 브란덴부르크 문이 질문하는 듯 합니다.

    어쩌면 역사도 생각보다 헐겁고 느슨한 게 아닌가 싶고요.


    그나저나 첫 문단이 참 좋네요.
    정말 인생도처유상수입니다.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7.10.21 01:38

      느슨한 역사, 그 표현이 마음에 듭니다.
      님의 블록에서 <빈 화분>이라는 시를 읽었는데,
      좋아서 몇 번 더 가서 읽었답니다.

      그 외에 다른 게재글도 읽고요,
      어떤 분이신지 궁금합니다. [비밀댓글]

    • 니2017.10.21 03:43 신고

      저는 인천에 거주하는 69년생 아재입니다.

      아주 일찍이 화분 속에 들어가 앉아 있을 성정이 못 된다는 걸 알고선 혼자 사는 길을 택했고 조그만 가게로 밥벌이하며 삽니다.

      사진 찍는 게 취미여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진보다는 가끔 이런저런 감상만 늘어놓고 있네요.


      숲지기 님 블로그에 처음 온 날 꽤 많은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글이 야무지고 정갈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 필력을 가지신 분께서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_________________^

      [비밀댓글]

    • 숲지기2017.10.21 12:29

      "화분 속에 들어가 있을~" 이 표현이 몹시 재미있습니다.
      그 시를 몇 번 읽었으니까요.
      저는 이미 화분살이를 경험했고요,
      감옥이든 울이든,하여튼 화분을 나와서
      균형을 잃으면 안되니까, 힘껏 팔 벌리고 버티고 있지요.

      62년생이니, 제가 한참 언니네요. 동생뻘 되는 피아니스트가 69년생인데
      깐깐한 부산아가씨에 프로연주가이지요.
      그 친구랑 땅 짚고 헤엄치는 얘길 자주 합니다.

      .............(수정)

      각설하고요,
      아직까지는 그러니까,
      누수될 수도 있는 감성, 시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오랫만에 제 얘기를 써 보네요.
      블록에서 이런 얘길 쓰게 될 줄 몰랐습니다. 워낙 피상적으로만 보이는 공간이라..........
      암튼 매우 반갑습니다.
      이렇게 쓰면 비공개 맞지요, 다른 분들은 못 읽는?
      [비밀댓글]

  • 나2017.10.23 09:43 신고

    정말 오래전에 이곳에 다녀왔어요.
    뒤셀도르프에 주말에 갔다가, 베를린이 멀지 않을거라고...무작정 가족들이
    의기투합하여 제가 운전을 하고 달려갔지요.
    운전은 언제나 자신이 있는지라...몇시간쯤 했는데, 오후에 출발한 것이
    베를린에 12시 넘어 간신히 도착 무작정 호텔를 찾아갔던 기억이 있어요.
    다음날 이곳 광장에 갔었지요...그리고 베를린 장벽과 익숙하지 않은
    그곳의 풍경과 느낌...그게 벌써 14년쯤이니...
    광장과 장벽의 묘한 감흥은 도시의 세세한 기억을 잊었어도 지금도 생생히 떠올라요.

    그 광장에 서서 느끼는 숲지기님의 감상은 참 아름답네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느끼는 또 다른 ...그러면서 우리말로 읊조려지는
    운율이 마치 다 시 같아요.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7.10.23 14:00

      와우 뒤셀에서 베를린까지요?
      입이 딱 벌어집니다 안나님 ㅎㅎ
      아무리 아우토반이라지만 거리가 있고 더구나 밤운전을 .....
      하긴 저도 늘 차를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지난 8월에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벵벵 돌다가(못 찾아서) 접촉사고를 낸 후,
      이젠 겁이 납니다. 특히 낯선 도시엔 가급적 안 가고 싶고요.

      베를린은 참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유적지나 거리도 예뻤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빛났습니다.
      그 도시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 했고요.
      저는 그곳에서 남부 숲에서 온 표를 팍팍 내고 다녔습니다 ㅎㅎ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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