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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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슈·외부 글

다 아는 이야기/박노해

숲 지기 2018. 12. 4. 08:31

 

다 아는 이야기

/박노해

 

바닷가 마을 백사장을 산책하던

젊은 사업가들이 두런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인데

사람들이 너무 게을러 탈이죠.

고깃배 옆에서 느긋하게 담배를 물고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어부에게

한심하다는 사업가 한명이 물었다.

왜 고기를 안 잡는 거요?

오늘 잡을 만큼은 잡았소.

날씨도 좋은데 더 열심히 잡지 않나요?

열심히 더 잡아서 뭐 하게요?

돈을 벌어야지요. 그래야 모터 달린 배를 사서

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러면 당신은 돈을 모아 큰 배를 두척,세척,열척,

선단을 거느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요.

그런 다음엔 뭘 하죠?

우리처럼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인생을 즐기는 거지요.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농가 /빈센트 반 고흐

 

 

 

- 다 아는 얘기라 했지만 나는 조금 전에 처음 읽었다.

읽으며 무릎을 탁 쳤는데,

시를 쓴 박노해님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엿보고 간 게 아닌가 싶어서 였다.

심히 공감하며,

다 아는 얘기,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주책이라 할 만큼 굳이 누구나 붙잡고 한번 더 들려주고 싶은

다 아는 얘기이다.

 

(겨울비 내린다. 이제 슬슬 동면으로 돌아갈 때.....)

 

 

  • eunbee2018.12.06 16:23 신고

    오래전에 매우 좋게 본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그의 엄마가 포레스트에게 하셨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돈은 일정한 어느만큼이고
    그 이상은 허세다'라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무작정(?) 너무 혹사하지요?
    오늘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한데 말예요.ㅎ

    답글
    • 숲지기2018.12.07 11:05

      높은 산에 오를수록 그와 동반한 골짜기도 깊은데 말입니다.

      사람의 행복도를 찍어볼 수 있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뭔가를 이루려는자, 이미 이룬 자들이 그들이 원한만큼 행복한가,
      생각해 봅니다.

  • 노루2018.12.06 16:44 신고

    고흐의 저 그림 참 좋으네요.

    미국 독립기념일에 워싱턴공원 드넓은 잔디밭
    가득히 피크닉 나온 사람들 광경이 떠오르네요.
    배구하는 사람들, 잔디밭에 누워 있는 사람들,
    돌아다니며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 다들 저마다
    즐기는 보기 좋은 광경 ...

    그런데, 이를테면, 웃고 떠들며 배구하는 사람들을
    좀 떨어져서 보며 "뭐가 저렇게 즐겁고 대단하다고"
    하면서 심술부리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답글
    • 숲지기2018.12.07 11:11

      노루님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고흐는 역시 고흐입니다.

      맞습니다,,
      '심술부리는' 거예요. 가끔씩 춤 추는 이들을 보고(제가 못 추니까) 혀를 끌끌 찼는데 노루님께 들켰습니다 하하.
      이제부턴 그냥 부러워만 할 것입니다.

  • 불변의 흙2018.12.07 13:50 신고

    ♣옛성인이남긴 명언♣

    먹는 나이는 거절할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멈추게 할 수 없다.
    생장(生長)과 소멸(消滅), 성(盛)하고
    쇠(衰)함이 끝나면 다시 시작되어 끝이 없다.
    -"莊子"-

    벌서 주말이네요 매우 추운날씨입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불벼늬흙-

    답글
  • 알 수 없는 사용자2018.12.08 22:38 신고

    즐감..하고 갑니다
    날씨가 무지 추워요...건강유의 하시고...
    즐거운 연휴 되셔요^^

    답글
  • 파란편지2018.12.12 04:04 신고

    멋진 시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이렇게 살자고 하고 싶기도 하고,
    이게 시다! 하고 누구에겐가 알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그냥 몇 마리의 고기만 잡아도 좋고 배를 만들어 많이 잡아도 좋지만
    많이 잡은 사람이 조금씩만 잡아서 그날 그날 따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윽박지르고 부려먹고......
    그런 게 문제지요.
    그런 힘이 원시시대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존재할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12.13 14:52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육적인 측면,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여전히 교육해서 더 잘 살게 하고싶어 하시니.
      답답하시지요 이해합니다.

      먼 거리를 돌아왔지만 저는 많은 고기를 잡는 분들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대어를 낚느라 치루는 값도 어마어마하니까요.
      시간과 맞바꾸는 것은 비일비재하고
      어떤 이는 인생과도 맞바꿉니다.

      교장선생님처럼 교육하시는 분,
      이렇게 시로 써서 알리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저 하나 이렇게 사는 데 족한 이기적인 사람도 있고요.

    • 파란편지2018.12.13 15:10 신고

      어쩔 수 없다면... 그러니까, 멋진 답입니다.
      처음부터 그 답을 찾아 떠나야 했는데 이렇게 지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젠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시인은 아름다움만 보여주고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여 슬픔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 사슴시녀2018.12.12 09:59 신고


    다 알지만...알면서도
    때론 모르는듯, 때론 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들,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자기 마음먹기 달렸는데
    꼭 먼곳을 보지 않아도 내행복이 곁에 있는데
    우리는 그걸 깜박 깜박 한다죠!
    반세기를 넘기고보니
    무료했었던, 별일없이 넘겼던 지난 하루하루들이
    모두 행복인것을...
    진심 느끼며 한포기의 꽃을 심습니다.
    저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인데
    옆에서 보는 제일 가까운 제 짝도 이해를
    못하는듯 합니다! ㅎㅎ
    전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에겐 풀포기에 지나지 않지만
    나에겐 커다란 행복이라고...
    전 즐겁답니다, 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답글
    • 숲지기2018.12.13 15:06

      사슴님의 일상을 알고 있고
      그 비슷하게 저도 살다보니 이해가 됩니다.
      짝꿍님 이야기도 재밌습니다 하하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베란다의 제라늄 등등 화분들을 안으로 다 들이니
      집안 통로며 계단들 부엌 거실, 심지어 침실까지 꽃화분으로 가득합니다.
      일단 추위는 막았다 하더라도
      햇볕도 수시로 만나게 해야 하는데 그게 문젭니다.
      창가는 제한되어 있고, 화분들은 너무 많고요.

      겨울동안도 심심할 겨를이 없지요.
      사슴님 곁에 꽃과 식물이 있는 한 늘 즐거우신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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