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카셀
- 잔설
- 바질리쿰
- 코바늘뜨기
- 텃밭
- Schwarzwald
- 독일흑림
- 흑림의 성탄
- 감농사
- 익모초
- 흑림
- 바질소금
- 꿀풀
- 싸락눈
- 흑림의 봄
- 독일 흑림
- 힐데가드 폰 빙엔
- 프로이덴슈타트
- 마늘풀
- 흑림의 여뀌
- 우중흑림
- 헤세
- 흑림의 겨울
- 뭄멜제
- 독일 주말농장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뽕나무
- 루에슈타인
- 흑림의 샘
- 흑림의 코스모스
- Today
- Total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11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하늘빛이 되는
/위선환
오직 아낌없이 버리기 위하여
나무들은
그리 많은 이파리를 매달았던 것인지
이 한나절의 잎 지는 소리를 듣기 위하여 벌레들은
찬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서
길게 기다리며
얼마나 숱한 울음을 참았던 것인지
사람들은 또 몇 해째나
잎에 묻힌 길 위에다 길을 내며 걸은 것이고
길이 다시 묻히는 가을 끝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 그루 조용한 나무 밑에 닿는 것인지
문득 쳐다본 머리 위 가지는 벌써
하늘에 젖어있다.
어쩔 것인가. 나무가 맨몸으로
서리 내린 공중에서 잎을 벗는 일이나
벌레들이 흙 속에 엎드리며 숨을 묻는 일이나
사람이
외지고 먼 길을 오래 걷고 야위는 일들이 다
하늘에 닿는 일인 것을
닿아서는 깊어지며 푸르러지며 마침내
하늘빛이 되는, 바로
그 일인 것을
감상
/박소란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ㅡ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 2019
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
/동시영
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
시간에 이름을 붙이지 말자
목숨에도 나이를 붙이지 말자
십일월 낙엽보다
더 많이 지는 시간
낙엽붓 들어 순간을 쓰면
텅 빈 있음이 시치미 미소 짓네
ㅡ시집 '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 2017
.........................................
-서늘해서 목도리를 했다
이래서 꼬투리의 들깨가 영글겠나 싶은 저녁이다.
오기로 했던 비도 오지 않고
심지어 기침도 멎어.
-몸살에 걸렸었다, 별 거 아니지만.
*사진 배경- 동네 바로크성의 길바닥
-
"십일월 낙엽보다 / 더 많이 지는 시간"
답글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더러 촉박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형식만 갖추기도 할 것입니다.
사람도 어쩔 수 없으면 그렇게 하는 것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저 식물들은 껍질만 벗기면 실토를 하고 맙니다.
"알맹이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저도 아마 그런 고백을 해야 할 운명인 것 같아서........... -
오늘은 늦은 오후에
답글
Why did you vanish
into empty sky?
Even the fragile snow,
when it falls,
falls in this world.
시인 Jane Hirshfield 가 번역한, 10세기 일본 여성
시인 Izumi Shikibu 의 이 시를 "딸이 세상을 떠난
그 즈음 눈이 내렸다가 다 녹아 사라졌다"는 배경
이야기와 함께 읽고서는,
시인과는 대조적으로,
시공간 4차원 내 하늘로 사라져온
그런 하늘, 그런 사라짐을 떠올리고는, 혼동스럽지
않고 가볍지 않게 달리 간결히 표현해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다 말았는데, 지금 '시 편지'를 여니
위선환 시인은 또 '하늘에 닿는' '일'을 말하고 있네요:
하늘에 닿는 ...
닿아서는 ... 마침내
하늘 빛이 되는
(*) 시 번역에 관한 얘기인데, Shikibu 의 저 시 번역에서
문법상 'the empty sky'라고 해야 하는데 'the'를 뺀 이유는,
하나는 시의 리듬(소리)을 생각해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므로 해서 "Shikibu 의 딸은 화장터의 연기 속에 하늘로
올라갈 뿐만 아니라 'emptiness' 와 '부재 absence'가 된다,
그 효과가 관사를 넣으면 약해진다"고 Hirshfield 는 썼네요.-
숲지기2019.11.07 23:30
이게 아닌데 싶어 귀가 후 수정했는데
노루님 그걸 다 보시고요...............
'책상서랍 > 초하루 시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년 1월 초하루 시편지 (0) | 2020.01.01 |
---|---|
12월 초하루 시 편지 (0) | 2019.12.01 |
10월 초하루 시편지 (0) | 2019.10.01 |
9월 초하루 시편지 (0) | 2019.09.01 |
8월 초하루 시편지 (0) | 2019.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