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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하루 시 편지

숲 지기 2019. 12. 1. 04:43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담양에서

/손택수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 joachim2019.12.02 19:58 신고

    mein Freund Pit aus Neustadt ist gestern Abend sanft eingeschlafen. Bin in Trauer,wir kennen uns schon aus Offenburg, lebten 10 Jahre in einer Wohngemeinschaft in Heidelberg und Mannheim zusammen.

    답글
    • 숲지기2019.12.03 12:37

      Ich verstehe die Traurigkeit, deinen besten Freund zu verlieren.
      Als bester Freund warst du sein ganzes Leben bei ihm.
      Er ging den Weg, dem niemand auf dieser Welt widerstehen konnte.
      Es wird dort keine Schmerzen geben.

      Ich hoffe aufrichtig, dass in deiner Zukunft nur Gutes passieren wird.

  • 숲지기2019.12.02 22:37

    ......얼마간 시를 제대로 읽지 못하였다.

    '일'이라는 연결고리로 많은 이를 만났고 서랍 속엔 수집한 명함들이 쌓여갔다.

    그들은 '빛'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

    짧은 메모와 날짜를 기입해둔 이름 주인들은

    평생 실험실에만 갇혀 산 자, 평생 노래만 한 자, 평생 정치만 한 자, 평생 글만 쓴 자, 또 평생 영화만 만든 자....등등등 인데

    '우연'이 아니라면 다시 만날 일은 지극히 적을 것이다.

    (맞장구를 치고 꼭 연락하겠다고 손가락을 걸었어도 말이다.)

    사람과의 인연이 수채화 같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폭 수채화의 밑그림을 그릴 때 드러날 듯 말 듯 무심히 내 그은 한번의 붓질이었기를,

    화폭 위에 덧칠을 했을 때는

    이미 묻혀서 이름조차도 까마득한 그런 인연이기를.





    .......꽃이 있던 자리가 하필이면 왼쪽 가슴 심장 언저리라는 시.

    뽑아 낸 것이 '죽은 꽃나무'라고 분명히 밝히니

    목이 마르다고 사이다 한컵 마신 뒤,'꿈이었나'라고 능청을 떨 수도 있었나 보다.

    내 말은 펄펄 '살아 있는 나무'를 뽑았어야 한다고 읽으니 이 시 행간에

    풀물이 흥건하다.



    .......담양이 어딘지,

    언젠가 귀국할 기회가 있으면 담양 어딘가의 얼어붙은 강물을 찾아가

    절 하고 와야지.



    ........시인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비밀댓글]

    답글
  • 파란편지2019.12.03 14:56 신고

    장석남의 그 통증도 공감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손택수의 담양 이야기는 어디에서 자랐든 내 이야기구나 싶을 것 같고,
    꽝꽝 얼어붙은 날 시린 손, 시린 가슴 같은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멋진 시 두 편, 고맙게 보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03 23:11

      시를 요즘은 많이 읽지 못하였습니다.
      12월은 누구에게나 후딱 지나지 싶습니다.

      바쁜 연말에 놓치고 있는 시정을 한번쯤 건드릴 수 있는 시들입니다.
      이 두분들의 시는 맛이 있어서 늘 꼭꼭 씹어 맛보는 편입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 노루2019.12.05 02:45 신고

    "왼쪽 ... 통증"은 장석남 시인의 시가, 시풍이, 이런가 보다
    짐작해보게 하네요. "담양에서"는, 언 내를 함께 건너는데
    한 사람이 저렇게 한 마디 하는 걸 듣는 것 같아요. 그랬으면
    듣기만 하고 대꾸는 안 했을 거고요.

    답글
    • 숲지기2019.12.05 16:37

      노루님의 감상법은 언제나 독특하십니다.
      듣기만 하고 대꾸를 안하는 풍경과 언 내가 겹치면서
      아, 눈물겹습니다.
      오늘은 이래저래 저의 선친이 많이 생각납니다.
      제가 너무나 큰 불효를 저질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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