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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2020년 1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겨울 연못
/장석남
얼어 붙은 연못을 걷는다
이쯤에 수련이 있었다
이 아래는 메기가 숨던 까막돌이 있었다
어떤 데는 쩍쩍 짜개지는 소리
사랑이 깊어 가듯
창포가 허리를 다 꺾이었다
여름내 이 돌에 앉아 비춰보던 내
어깨 무릎 팔, 모두 창포와 같이 얼었다
그도 이 앞에서 뭔가를 비춰보는데 흔적없다
열나흘 달이 다니러 와도 냉랭히
모두 말이 없다
연못에 꿍꿍 발 굴러가며
어찌하면 나에게도 이렇게
누군가 들어와 서성이려나
"이쯤은 내가 있던 자리"
"이쯤은 그 별이 오던 자리"
하며
보이는 사랑
/송재학
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듯
어떤 눈물은 내 그리움에 얹히는데
너의 눈물을 어디서 찾을까
정향나무와 이마 맞대면
너 웃는 데까지 피돌기가 뛸까
앞이 안 보이는 청맹과니처럼
너의 길은 내가 다시 걸어야 할 길
내 눈동자에 벌써 정향나무 잎이 돋았네
감을 수 없는 눈을 가진 잎새들이
못박이듯 움직이지 않는 나를 점자처럼 만지고
또다른 잎새들 깨우면서 자꾸만 뒤척인다네
나도 너에게 매달린 잎새였는데
나뭇잎만큼 많은 너는
나뭇잎의 불멸(不滅)을 약속했었지
너가 오는 걸 안 보이는 사랑이 먼저 알고
점점 물소리 높아지네
......
이 글이 열릴 쯤 나는 몇 가지 채식 요리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망년회 파티가 있을 친구네 집으로 향할 것이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 헌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 된다.
새로울 것이 없고(있다면 더 이상할 것이고)
한 이틀 염소처럼 채식(비건주의자들이니)으로 산다고 하여도 문제될 게 없다.
이 글을 클릭하는 분들,
별명만 떠올려도 눈물겨운 정든 분들께
건강하고 마음 편하실 새해를 기원드린다.
-
숲지기님의 2020년이 멋지게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답글
새로운 무엇이 물결을 일으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주제넘은 말이 되겠지요?
두 편의 시가 숲지기님 정서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
style esther2020.01.02 16:49 신고
시로 시작하는 새해, 사진이랑 참 좋군요^^
답글
두 편의 시,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저는 장석남 시인의 시집은 두 권 가지고 있는데요.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않을 무렵'을 좋아해요. -
-
joachim2020.01.03 23:37 신고
die Trauer laesst langsam nach, die Zeit laesst vergessen zu, langsam zumindent. Ich hoffe, du bist gut ins Neue Jahr gestartet.
답글 -
-
숲지기2020.01.04 19:40
은비님께도
2020년 건강하시고
많이 웃으시는 한해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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