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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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20. 1. 1. 00:11

 

 

 

 

 

 

 

 

겨울 연못

/장석남

 

얼어 붙은 연못을 걷는다

이쯤에 수련이 있었다

이 아래는 메기가 숨던 까막돌이 있었다

어떤 데는 쩍쩍 짜개지는 소리

사랑이 깊어 가듯

 

창포가 허리를 다 꺾이었다

여름내 이 돌에 앉아 비춰보던 내

어깨 무릎 팔, 모두 창포와 같이 얼었다

그도 이 앞에서 뭔가를 비춰보는데 흔적없다

열나흘 달이 다니러 와도 냉랭히

모두 말이 없다

 

연못에 꿍꿍 발 굴러가며

어찌하면 나에게도 이렇게

누군가 들어와 서성이려나

"이쯤은 내가 있던 자리"

"이쯤은 그 별이 오던 자리"

하며

 

 

 

 

Ähnliches Foto

 

 

 

 

보이는 사랑

/송재학

 

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듯

어떤 눈물은 내 그리움에 얹히는데

너의 눈물을 어디서 찾을까

정향나무와 이마 맞대면

너 웃는 데까지 피돌기가 뛸까

앞이 안 보이는 청맹과니처럼

너의 길은 내가 다시 걸어야 할 길

내 눈동자에 벌써 정향나무 잎이 돋았네

감을 수 없는 눈을 가진 잎새들이

못박이듯 움직이지 않는 나를 점자처럼 만지고

또다른 잎새들 깨우면서 자꾸만 뒤척인다네

나도 너에게 매달린 잎새였는데

나뭇잎만큼 많은 너는

나뭇잎의 불멸(不滅)을 약속했었지

너가 오는 걸 안 보이는 사랑이 먼저 알고

점점 물소리 높아지네

 

 

 

 

Bildergebnis für winter schwarzwald

 

 

 

......

이 글이 열릴 쯤 나는 몇 가지 채식 요리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망년회 파티가 있을 친구네 집으로  향할 것이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끼리 만나 헌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 된다.

새로울 것이 없고(있다면 더 이상할 것이고)

한 이틀 염소처럼 채식(비건주의자들이니)으로 산다고 하여도 문제될 게 없다.

 

이 글을 클릭하는 분들,

별명만 떠올려도 눈물겨운 정든 분들께

건강하고 마음 편하실 새해를 기원드린다.

 

 

  • 파란편지2020.01.02 14:15 신고

    숲지기님의 2020년이 멋지게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새로운 무엇이 물결을 일으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주제넘은 말이 되겠지요?
    두 편의 시가 숲지기님 정서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1.02 20:38

      오, 맞으십니다.
      제 속의 정서가 이러하니 이런 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느 1월 말이 되면 지금보다 낮길이가 1시간 더 늘어 납니다.
      이런 현상들이 긍정적으로 사는 데 이만큼 중요한 요소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 style esther2020.01.02 16:49 신고

    시로 시작하는 새해, 사진이랑 참 좋군요^^
    두 편의 시,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저는 장석남 시인의 시집은 두 권 가지고 있는데요.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않을 무렵'을 좋아해요.

    답글
    • 숲지기2020.01.02 20:46

      일부러 '근사한 새해'의 시를 고르지 않았습니다.
      새해니까 , 작년까진 이맘때마다 자기최면을 걸고
      새출발을 하려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올핸 먼곳의 언어를 끌어오지 않고,
      제 서랍 속에도 넣어뒀던 기분, 보통의 정서로만 새해첫시를 맞으려 했습니다.

      스타일에스터님께서도 시를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기쁩니다.

  • 노루2020.01.03 06:38 신고

    많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새해이기를요!

    초하룻날 시 다섯 편을 띄우셨네요.
    저 세 편 무언의 시, 참 좋은 시다 싶어요.

    답글
    • 숲지기2020.01.04 19:37

      저도 좋아서 노트에 적어 놓고 자주 들여다 보는 시들입니다.
      발걸음도 얼고
      사람의 말도 얼 듯한 이 겨울에
      시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습니다.

      노루님 보여주셨던 눈길을 떠올립니다.
      다시 한번 더 씁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 joachim2020.01.03 23:37 신고

    die Trauer laesst langsam nach, die Zeit laesst vergessen zu, langsam zumindent. Ich hoffe, du bist gut ins Neue Jahr gestartet.

    답글
    • 숲지기2020.01.04 19:38

      Lass den Stress der letzten Zeit von dir abfallen.
      Zum Jahreswechsel wuensche ich dir ein Jahr mit vielen gluecklichen Momenten.

  • eunbee2020.01.04 00:37 신고

    좋은 시에
    그보다 더 좋은 사진!

    숲지기님의 멋진 2020년을
    훤히 봅니다.^^

    답글
    • 숲지기2020.01.04 19:40

      은비님께도
      2020년 건강하시고
      많이 웃으시는 한해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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