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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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서랍/Y, 입실론 이야기

빡세게~

숲 지기 2020. 1. 15. 22:01

 

문법복습을 다시 빡세게 하는 중이다.

 

해외살이 초기부터 염두에 두던 생각은 '말 만큼은 제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몇년 간은 주기적으로 독문법을 업데이트하며 나름 바지런하게 굴었다.

그런데 몇 번의 굴곡을 거치던 어느 해부턴가 

연말마다 훑어보던 문법책을 서랍 속에 깊이 쳐박게 되었다.

 

 

 

 

 

 

전공책들은 어려운 문장을 쓰지 않고, 

사는 데나 수다떠는 덴 더더구나 고급문법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 이게 맹점이다.  

되새기지 않는 지식은 도태*되고, 나이가 들수록 뇌의 저장능력에도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내적이고 고질적인 절망감이다.

(공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경우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숲에서의 자발적인 '은둔'을 택한 것과 집에 TV를 없앤 것도 한몫 했지 싶다.

 

문법 복습은 하루면 끝날 것 같았는데, 3일을 넘기고 있다.

넉넉잡아 1월 내로는 끝낼 생각이다.

 

 

 

 

 

 

 

 

이 경우 독일인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대부분 만족한 답을 들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자음접변' 같은 것을 설명하라 하며 한동안 멈칫하듯이 말이다.

아, 그리고 독일에서도 남부 쪽 사람들은 표준문법과 거리를 둔 경우가 잦다.

 

*

예를 들어 예외적인 특정동사의 과거형이 헤깔린다던가

중간중간 메모하고 사전 뒤적거리고 해서 까닫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또 헤깔리거나 엉뚱한 게 튀어 나온다.

 

 

 

 

  • 파란편지2020.01.17 01:08 신고

    오십몇 년 전 독일어 시간이 떠오릅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라는 것이 독일어 아니면 프랑스어였지 않습니까?
    그 독일어를 좀 익혔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물으면 당연히 모를 것입니다. 단어조차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몇 개 되지도 않으니까요.
    짐작뿐인 말씀이지만 숲지기님께서 멋진 문법을 구사하시는 경지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1.17 13:45

      제2외국어를 독일어를 하셨군요.
      그때 접한 사람들은 독문법 암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싶습니다.

      문법 설명은 날 때부터 몸으로 익힌 내국인보다는
      문법을 통해 언어를 익힌 외국인들이 더 잘 합니다.
      특히 우린 (국문법보다도) 영문법의 기본은 자다가도 술술 욀 정도이니 말입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교장선생님.
      '언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그냥 두어 쪽 훑어만 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간 너무 오래 방치를 했던 나머지, 노트에 쓰고 되풀이하여 익혀야 하네요.

      이런 작업이 필요없는 재능있는 분들도 많겠지요.
      아쉽게도 제 경우는 아닙니다만.....

    • 파란편지2020.01.17 15:49 신고

      독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고 안경을 끼셨습니다.
      결코 큰 소리를 쓰지 않았고, 누가 어떻게 하거나 말거나 그저 바라만보시다가
      다시 수업을 이어가셨습니다.
      그날들이 그리워서 써봤습니다.
      어떤 일이든(정말로 어떤 일이든) 멋지게 하는 사람이 전문가이고
      전문가들은 멋있는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드린 말씀입니다.

    • 숲지기2020.01.17 20:38

      제자분들은 아마도 교장선생님께도 위에 적으신 지적인 이미지를 발견하셨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참 멋집니다.
      우리집에 매년 한번 점검차 오시는 굴뚝청소부 아저씨도
      그 그 분야엔 전문가로서 멋지십니다.

  • style esther2020.01.18 15:19 신고

    뜨끔...따끔합니다.
    살다보니 단순한 말 몇 마디로 그냥 버티며
    지내고 있네요.
    공부 하다말다, 처음의 열정은 이제 다 추억일뿐 ㅠㅠ
    숲지기님께 받은 자극으로 저도 공부 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2월부터 ㅎㅎ

    답글
    • 숲지기2020.01.18 16:14

      저는요, 이렇게 쓰기까지 했으므로 반드시 해야 합니다 하하.
      어제는 바빠서 땡땡이를 쳤답니다.

      요즘 메일이나 글을 쓸 때 외운 문법을 반드시 써넣으려 합니다.
      맞습니다, 연습을 하는 셈 치고요.
      2월부터 시작을 하시는군요. 아시겠지만 2월은 다른달에 비해 며칠 짧습니다.
      그 달에 저는 씨를 뿌리지요.
      은유가 아닌 진짜 씨앗입니다. 고추씨 채소씨앗 등등....

  • 노루2020.01.18 16:59 신고

    놀(저녁? 아침?)이 참 아름답네요.

    조금 공부하면 스페인어 시를
    읽을 수 있겠다 싶어 스페인어 문법책의
    첫 몇 페이지 읽은 적이 있는데 그간
    잊고 있었지만 언제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답글
    • 숲지기2020.01.18 21:41

      노루님께서는 '한다면 하시는 분'이시지요.
      스페인 문학을 원서로 읽으실 노루님이 벌써부터 멋있어 뵈십니다.

      저 그림은 저녁노을입니다.

    • 노루2020.01.21 04:40 신고

      ㅎ ㅎ '한다면 하시는 분'은 숲지기님이실 것 같아요.

      왼쪽 페이지는 스페인어 원문, 오른쪽은 영역인
      네루다의 시집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Oda a las gracias Ode to thanks


      Gracias a la palabra Thanks to the word
      que agradece. that says thanks!
      Gracias a gracias Thanks to thanks,

      같은 시구를 읽으면서 스페인어 원문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숲지기2020.01.22 14:29

      스페인어 참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위의 스페인 시,
      저도 함부로(?) 읽어 보았습니다.
      작게 소리내어 읽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아주 오래 전에 네루다 시집을 가졌었는데요,
      우리말 번역이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시집이었습니다.
      그때 좀 더 속상해 했다면
      지금쯤 원어로 읽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 Chris2022.03.18 21:50 신고

    말과 글의 격조를 높이려면 문법이 꼭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지금 주로 사용하는 한국어 문법 시험치면 몇점 나올지
    자신 없어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 문법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는 정말 훌륭합니다.
    저는 영어 문법 실력 향상시키겠다는 생각은 거의 접었습니다.
    하겠다고 해도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요.
    대신 요즘 블로그하면서 맞춤법, 띄어 쓰기, 바른 단어 공부는 좀 되는 것 같아서
    위안으로 삼습니다.
    늘 심심하다 하지 말고 공부하면 되는데...
    역시 귀차니즘과 게으리즘이 나의 수준을 아래로 잡아 당기고 있습니다요.

    답글
    • 숲지기2022.03.19 19:26

      글을 썼던 기억도 까마득1년에 한데
      크리스님 읽고 댓글까지 주셨습니다.

      외국어도 그렇지만 우리말도 만만치 않습니다.
      1년에 몇 번 우리말 전화통화(가족, 친구들 등등)족를 하게 되는데,
      많이 떠듬거립니다.
      전화를 마치고 며칠 동안은 그 통화를 생각합니다.
      이럴 땐 이런 단어로 말 했어야지, 그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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