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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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기생충 보러 간다

숲 지기 2020. 1. 27. 02:37

세균학이나 기생충학을,

단지 시험을 위해 달달 외우던 때가 있었다.

피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마음대로 싫어할 자유가 있어서

무한대로 싫어했던 과목.........

 

그땐 이런 제목의 영화가 나올 줄은 전혀 몰랐지.

그것도 우리나라 감독이 만들었고,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하니

작심하고 오늘 조금 후에 보러 간다.

독일어 번역 시간대도 있지만 원어인 우리말 상영을 보기 위해 

일부러 한밤중에 하는 프로를 택하였다.

 

어떤 영화일지,

선입견 안 갖기 위해 그 영화의 줄거리 따윈 안 읽어 왔다.

관람을위해 와인 한잔과 겨자에 버무린 땅콩 한 자루를

친구인양 바구니에 넣어간다. 하하  

 

 

 

 

  • 파란편지2020.01.27 08:39 신고

    신나셨네요!
    충분히 그렇겠고요.
    저도 낮에 친구 만나 점심 먹고 영화 봤는데
    열댓 가지 중에서 고른 것이 "신의 은총으로"
    어릴 때, 소아성애자 신부로부터 피해를 입은 남성들이 들고 일어나는,
    다큐멘타리 같은 프랑스 영화였어요.
    반 넘어 보고 스토리나 대사, 영상... 궁금한 게 별로 없게 되어
    로비로 나와 얘기하다 헤어졌습니다.
    "기생충"이 숲지기님께서 빠져드실 영화이기를...

    답글
    • 숲지기2020.01.28 14:37

      그쵸, 하필 그런 주제의 영화를 보셨습니다.
      물론 피할 수 없는 이 사회의 악 같은 일이긴 합니다.
      보다가 그냥 나오셨다는 말씀에 심히 공감합니다.

      뭐라고 한마디로 형언할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대단했고요,
      무엇보다 몇 백명 관객 중에 유일하게 통역문장을 안 읽어도 되는 사람으로 관람하는 게 ㅋㅋㅋ
      상상하시지 싶습니다.

    • 파란편지2020.01.28 15:05 신고

      "통역문장을 안 읽어도.........."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었겠습니까.
      평생을 번역본만 읽으며 살아온 걸 생각하면 기가 막히는 일이거든요.
      어떤 책은 서너 가지의 번역본을 견주어가며 읽었습니다(가령 시지프의 신화).
      그렇게 하면서 원서를 읽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며 살았는데
      그게 정말 원망해야 할 일인지도 생각해볼 일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 숲지기2020.01.28 15:24

      우리말 영화관람은
      엄청난 호사! 였습니다.
      제딴엔 역사적인 날이었고요.

      '번역'이란게 그렇죠....
      오죽하면 번역은 '반역'이라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이세상 모든 번역가들에게 머리를 숙입니다.

      그들은 세상을 더욱 좁힙니다.

    • 파란편지2020.01.28 15:27 신고

      그렇긴 하지요.
      그들(번역가들)조차 없었다면, 지금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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