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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9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저물녘에
/위선환
한 때는 나무가 곁에 있어서 손에 짚이고 등에 닿았다.
나무 아래 서면 야위고 뒤켠은 쓸쓸하고 밑둥치 를 베고 아팠으므로
가지에다 팔짱을 얽거나 기대앉아 발을 뻗거나
땅속 그늘에다 가슴살을 묻어야 울 수 있었다.
지금은 줄줄 비가 내리고 나무는 젖어서 빗물이 흐르고
당신은 물투성이로 빗속에 서서 비 맞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지없이 기다린다.
사람과 나무가 비에 젖는 나무와 사람을 바라다보며 마주서서
비를 맞는 그리움에 대하여,
이름을 부르지도 안아들이지도 못하고 오직 젖으며 같이 어두워지는 절절함에 대하여,
언젠가는 당신이 목소리를 떨며 말해줄 것이므로.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
/장석남
하루를 탕진하고
별을 본다
후후불면 숯불처럼 살아나거라
피리를 불랴 ? 살아나거라
한 두엇 천년이나 니났을까? 손톱 한 번 깎고 나니
어느 듯 숨 끝에 까무룩이 도도아 나와 손등에 앉는
하늘의 문자들
북쪽 하늘 별 옮겨 앉듯 들들들 읽어나가는데
하는 수 없이 껴안을 전율도 있어
또 한 번 사랑을 탕진한다
숯처럼 앉아
별을 본다
피리를 불랴?
숨은
하늘
그 깃발, 서럽게 펄럭이는
/박정대
기억의 동편 기슭에서
그녀가 빨래를 널고있네. 하얀 빤스 한 장
기억의 빨랫줄에 걸려 함께 허공에서 펄럭이는 낡은 집 한 채
조심성없는 바람은 창문을 흔들고 가네. 그 옥탑방
사랑을 하기엔 다소 좁았어도 그 위로 펼쳐진 여름이
외상장부처럼 펄럭이던 눈부신 하늘이, 외려 맑아서
우리는 삶에,
아름다운 그녀에게 즐겁게 외상지며 살았었는데
내가 외상졌던 그녀의 입술
해변처럼 부드러웠던 그녀의 허리
걸어 들어갈 수록 자꾸만 길을 잃던 그녀의 검은 숲 속
그녀의 숲 속에서 길을 잃던 밤이면
달빛은 활처럼 내 온몸으로 쏟아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리라 목소리처럼 이름답게 들려 왔건만
내가 외상졌던 그 세월은 어느 시간의 뒷골목에
그녀를 한 잎의 여자로 감춰두고 있는지
옥타비오 빠스를 읽다가 문득 서러워지는 행간의 오후
조심성 없는 바람은 기억의 책갈피를 마구 펼쳐 놓는데
네 아무리 바람 불어간들 이제는 가 닿을 수 없는, 오 옥탑 위의
옥탑 위의 빤스, 서럽게 펄럭이는
우리들 청춘의 아득한 깃발
그리하여 다시 서러운 건
물결처럼 밀려오는 서러움 같은 건
외상처럼 사랑을 구걸하던 청춘도 빛바래어
이제는 사람들 모두 돌아간 기억의 해변에서
이리저리 밀리는 물결 위의 희미한 빛으로만 떠돈다는 것
떠도는 빛으로만 남아 있다는 것
................................................
-옥타비오 빠스를 '옥탑 위의 빤스'라니,
이 시대 로맨티커 박정대 시인이 아니면 또 누가 이런 대치를 할 수 있을까.
몇년 전에 읽었었고, 빨랫줄에 걸린 빤스 이미지로 기억되는 시.
전원에서 태어나 자라고, 또 예까지 와서도 숲마당에 껌처럼 달라붙어 사는 나는
옥탑 류의 정서를 잘은 모른다.
블라우스며 양말 몇짝을 빨아 걸고 숲바람에 펄럭이는
하늘배경 그들을 가끔 감상(?)할 뿐.
-이번 달엔 내 오래된 서랍에서만 몇편 고르고 신작시들은 가져오지 못하였다.
코로나 시대에 예방백신 뿐만이 아닌 시창작에서도 그 수용이 지연되고 있구나 생각한다.
현실은 세기적이고 세계적인 질병과 가난을 예견하지만,
사람들과의 거리두기와 마스크쓰기가 일상화되니
말로 하고 싶은 것들이 글로써 세상으로 돌출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시창작의 세계는 더 깊고 융숭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지구의 어디에선가는 바이러스 시대 새 문화사조가 잉태되어 만삭으로 치닫고 있을 것도 같다.
-너무나 바쁜 나날이다.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고 퇴근을 하면
지극히 필수적인 생리적인 몇가지 외엔 다른 그 어떤 것도 할 여력이 없다.
그야말로 손가락도 까딱하기 힘들 만큼.....
헤세의 동화집을 손가방에 넣어 다닌지가 어언 보름이 넘었지만
앞부분 겨우 몇장 넘겼을 뿐이다.
이렇게도 사람이 살 수 있나 싶고 이렇게 살아도 되겠나 싶고.
그럼에도
"건강합시다 이 글을 읽으실 보든 분들이시여!"
-사진은 독일 흑림가도의 어제 일요일(30.08.20)
-
숲지기님이 선정하는 시는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답글
그런 시들을 고르는 건 숲지기님 취향이겠지만
자신에게도 그렇게 사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싶었습니다.
박정대 시인의 에세이가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끝나는 에세이였습니다.
"담배 한 대 피우러 가야겠어요. 같이 갈래요?"
47년을 피우고 금연을 한 저는, 이 글을 읽고 이젠 도저히 고치지 못할 병에 걸렸다 싶으면 서슴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었습니다.-
숲지기2020.09.02 15:19
끽연가들이 그 연기 모금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문학 모임에서 연세지긋하신 지인이 폐암 선고를 받았다면서 반쪽이 된 몸으로 나타나서는
연신 밖을 들락날락 했습니다
기침도 심하게 하면서 흡연을 참지 못 하시더라고요. 흡연 때문에 암을 얻었다고 본인도 자백하시면서요.
다른 한 번은요,
보기에도 만삭인 젊은 두 여인이 거리에서 맞담배 피는 광경을 보았던 것입니다.
두 경우 모두 '중독'이라는 것이 얼마나 집요한 가를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 버릇 없는 조언이지만,
절대로 절대로 다시 피우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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