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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11월 초하루 시 편지 본문
그레고르 잠자*에게
/이건청
요양병원 906호의 그와
영상 통화를 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그였는데
눈썹이 검은, 앞 머리칼이 왼쪽 이마를 스쳐 내린
그가 맞는데
목소리까지 그대로 그인데
그가 아니었다.
그는 나를 몰랐다.
이. 건. 청 들려주니
한 글자 한 글자 겨우 되짚어 뇌어본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그는 그가 아니었다.
경제학 박사, 메이저 TV 고정 패널,
그 사람이 아니었다.
서울행 KTX를 타는 나를
플랫폼까지 따라와 손잡아주던
손이 따뜻하던 사람,
사람은 그 사람인데
전화기 건너편 영상 속
그의 말이 매듭 밖으로
풀려서 자꾸만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뒹굴고 있다.
KTX 플랫폼에 서서
손을 흔들던 지난겨울의 사람,
여름 장맛비 속 영상 전화 화면엔
치매 전문 요양병원에서 누질러진
그가 망연한 얼굴로 떠 있다.
6개월 사이,
무엇이 사람을 벼랑 밑으로 밀어뜨렸나
낯선 사람이 된 그가 건네는 낯선 말들이
깨지고 찌그러진 채 쌓이는
세상의 어느 날, 어느 날
치매 전문 요양병원에서
당신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영상 통화 화면이 스르르 열리고
그대가 모르는 그대가 뜬다…
* F. 카프카 소설 『변신』의 주인공. 그는 어느 날 잠자리에서 깨어나 커다란 벌레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
.11월이다.
그 간의 몇달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어렴풋한데
한해 마지막을 한달 앞둔 11월이다.
늘 해 오듯, 이달부터 한해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느라 지낸 며칠을 썼다.
그 동안 수북했던 가로수 노란 잎들이 다 떨어져 버렸다.
지닌 것은 기억 뿐인데,
요즘 같은 시절에는 그마저도 위태롭다는 어제 만난 지인
그 앞에서 언어적인 모든 지식을
망각해 버렸다 나는.
-
복잡하고 어수선하고 피곤한 채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지내면
답글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변신'은 어처구니없다 싶어하며 읽어도 두렵긴 했습니다.
더러 제 몸을 확인하며 읽었고, 남들이 지금의 저를 어떻게 생각할까 객관적으로는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기도 하며..........
지금 이 시를 읽으며 다시 생각하니까 제가 그 잠자가 아닌가 싶고
남들이 저를 잠자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하다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다 잠자일까요? -
반년일지 일 년일지 그 후엔 자신이 '아기'가 된
답글
딴 사람으로 변신해 있을 걸 알고 준비하는 그 사람,
그 마음을 --- 시인은 주위에서 본 적이 있었으려나
모르겠네요. -
가정하여 생각을 해 보면서도
답글
' 그건 아냐..그건 절대 안돼.."
강한 부정으로 도리질을 해 보아도
내일 일은 우리 모두가 모르는 일이라..
앓고 계신 당사자가 만약 해외교민이라면 현지어 혹은 자국어 마저 잊어버린다면?
정말 더 암담할것 같습니다.-
숲지기2020.12.07 16:03
그쵸, 아는 선배께서 그런 토로를 하시더라고요.
다른 어떤 병보다도 기억을 잃는 병이 두렵다고요.
여기가 타국이고, 아들/먀느리도 우리말을 모르니 그 선배 얘기가 와닿았습니다.
병이 깊어갈수록 스스로의 자존을 지킨다는 개념조차도 망각할테니,
아아 정말 끔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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