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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2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문득,
/허수경
새싹은 어린 새의 부리처럼 보였다
지난 초봄이었다
그리고 겨울은 왔다
억겁 동안 새들과 여행하면서
씨앗은 새똥을 닮아갔다
새똥도 씨앗을 닮아갔다
붉어져 술이 든 겨울 열매를 쪼면서
아직, 이라는 시간 속에 걸린 잎사귀를 보면서
문득,
새들은 제 깃털을 잎사귀 모양으로 바꾸었다
그 일이 억겁의 어디쯤에서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얼음 눈빛으로 하얗게 뜨겁던
겨울 숲을 걷던 어느 날
그 열매의 이름을
문득,
알고 싶었다
새들이 잎사귀를 아리게 쪼다가
잎사귀 모양을 한 깃털을 떨구고 날아간 문득,
숱이 두터운 눈바람 속, 새이던 당신에게
날개의 탄생을 붉게 알려준
그 나무 열매의 이름이 알고 싶었다
― 시인수첩 2014. 봄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백 석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나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단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 아서라 세상사 」라도 들을
류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여성' 1938, 4
-'백석 문학전집1'서정시학, 2013
따디기: 얼었던 흙이 풀리려고 하는 초봄 무렵
누굿하나: 눅눅하니
푹석한: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살틀하든: 살뜰하던
아서라 세상사: 판소리 단가<편사춘>의 서두 가사
도시의 눈 -겨울 版畵.2
/기형도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무우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 빛. 손바닥으로 얼굴을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문학과지성 1989
진눈깨비
/기형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 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모르는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길 위로 사각의 서류 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깨비, 놀랄 것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번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거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휜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진눈깨비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
했다. 그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 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
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때 알았다.
그때 눈이 몹시 내렸다. 눈은 하늘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지상은 눈
을 받아주지 않았다. 대지 위에 닿을 듯하던 눈발은 바람의 세찬 거부에 떠밀려 다시 공중으
로 날아갔다.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쓸쓸한 밤눈들이 언젠가는 지상에 내려앉을 것임을 안다. 바람이 그치
고 쩡쩡 얼었던 사나운 밤이 물러가면 눈은 또 다른 세상 위에 눈물이 되어 스밀 것임을 나
는 믿는다. 그때까지 어떠한 죽음도 눈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기형도의 시작노트
.......'눈'의 발음이 짧을 때와 길 때는 그 뜻도 다르다.
그러니까
'눈을 보면 눈이 부시다.' 거나
'눈 내리는 날은 눈에 눈이 들어 마치 눈물처럼 흐르기도 한다.' 라거나....
급조를 한 두 문장의 '눈'을 함부로 길게 또는 짧게 읽어본다.
........장갑 끼고 모자까지 쓴 날의 세상을
눈이 덮었다.
(입만 가리고) 눈은 가리지 않았어, 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미 고전이 되었지만 기형도의 시 두어 편,
눈 오는 정서엔 이만한 것도 없어서 옮겨 왔다.
.........동네버스 지나갔다
-
"눈바람 속, 새이던 당신에게" ... "문득,"을 읽고 옛사람을 한둘 생각했는데
답글
돌연, 옛시인인가 싶다가 백 년 후에도 그 자리에서 늙지도 않을 듯한 백석이 나타나고
그해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 경부선을 타고 내려가던 대전쯤에서 단 한 권의 책 "기형도 전집"의 어느 페이지에
눈물을 글썽거리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시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오늘은 당장 촌스러워질 것 같았습니다. -
암담한 이 겨울 날
답글
이 새벽에 마음을 후비고 들어오는 시들에 쌓이는 호강을 합니다.
숲지기님^^*
눈발
그대 소중한 웃음 ... 새 떼가 되어 녹아드는게 보여?
대.단.합니다. -
-
숲지기2021.02.02 23:40
변이라고 할까요, 성장시라고 할까요.
인문학 쪽으로 시각으로 보면 한 권 책의 썰은 충분히 펼칠 만한 소재 같고요.
새싹 닮은 부리를 가진 어린 새가
깃털같은 잎사귀를 무수히 키우고
스치는 바람ㅇㅔ 비상을 연습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날아갑니다
문득.
여기서 좀 모호한데요
'새이던 당신에게'가 나와서
열매를 잉태했던 나무와 날아간 새의 관계가 서술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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