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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3월 초하루 시편지 본문
부추전
/유종인
삼월 삼일날 부추전을 부친 건
어느 혁명의 소사(小史)에도 없는 일,
그럼에도 당신은
오후 4시와 5시 사이에
이 심심한 거사를 부쳐내서는
희고 큰 한 접시 우주에 담아 내놓는구려
야생의 풋것들을 대신하듯
아마 비늘의 궁전에서 모든 아랫도리가 칼을 받아 나온 것들이
이렇게 호주산 밀가루에 버무려
거뭇거뭇 탄 데도 훈장처럼 갖추고 나온 것이
오늘 하루
글이 없는 나를 은근한 사람으로 부추기는구려
당신과 마주 앉아 침묵이 더 자주
젓가락질로 전(煎)을 찢어내는 사이,
세상은 그만큼이나 갈라졌던 국경을 붙여
조금씩 너른 나라로 나아갈 일은 없는가
나는 부추전을 찢어 먹으며 홀로 생각하는구려
더 시들기 전에 어떻게든 구워낸 부추전,
더 파장(罷場)에 들기 전에
마음은 선뜻 어떤 연애의 초록을 뜨겁게 굽자고
방금 옆자리에서 내 영혼과 뺨에
불의 입술을 맞추고 간 전생이
혹 마주앉은 당신인가 하고
당신의 이마에 눈총을 줘보는구려
- '시인시대 '2020, 여름호
당분간
/조용미
지루하고 괴로운 삶이 지속된다
집요하게 너는 생의 괴로움에 집중하고 있다
생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미혹당했던 적 있었다
주전자의 뜨거운 물이 손등에 바로 쏟아지듯 고통과 환희를 느끼며 펄펄 뛰었다
여긴 생이라는 현장이다
이렇게 생생하므로 다른 곳일 수 없다
무서운 집중 앞에 미망과 무명이 사나운 개의 이빨 앞에 선 어린아이처럼 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
통쾌하다 비명을 지를수록 생은 더욱 싱싱해지고, 생생해지고
지루한 열정이 나를 지치게 한다
이 괴로움은 완벽하게 독자적이고 완벽하게 물질적이다
누구나 완벽하게 평화롭기는 어렵다 그래도
생의 괴로움에만 집중하는 순교자가 되고 싶다 아름답고 끔찍한 삶이 당분간 지속된다
-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
동백, 섬
/심승혁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을까*
그 섬 한번 못 가본 남자
동백 시만 몇 편째다
숨죽여 읽던 소리
동백 동백 쌓여
섬이 된 줄도 모르고
아직 먼 봄이라며
오늘도 먼 봄이라며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을까
추운 노래 붉게 우는 섬 위로
동박새, 희고 둥근 눈웃음을 앉힌다
*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 변용
......................................
...하루에 한번은 숲을 또는 들판을 걷고자 한다.
그날의 노을을 보자 하고
해 뜨고 지는 시간에도 민감해 졌다.
날마다 재연되는 라이브 상영인지라 놓치기라도 하면 두번 다시 볼 수 없는 것이므로
날씨가 맑으면 가능한한 제때에 눈에 넣어두고자 한다.
쓰고 보니 참 작위적이다 싶어 헛웃음이 날 지경인데
사실은 그냥 쏘다닌다.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이맘 때의 버들강아지, 커가는 그 느낌표라도 보고와야 겠어.
초하루 편지 쯤이야 다녀와서 이어 쓰지 뭐.
....
햇살이 다 빠진 2월 말일 늦은 오후
시베리아의 푸른별*을 만났다.
이 작고 낮게 뜬 별꽃은
세상에 봄이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푸른 웅변
(핸드폰에 담은 나의 이기적인 일로 저들 중 몇 포기를 즈려 밟았음)
...시를 써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Blausternchen, Sibirischer Blaustern oder Sibirische Sternhyazinthe (Scilla siberica)
-
'명상''산책' 같은 게 아니라도 그냥 쏘다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귀한 것인가요.
답글
그렇게 할 수 있는 뜰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것인가요.
세상 어디에 신문 방송도 닿지 않아서 코로나도 침투하지 않는 곳이 아직은 많을 것 같습니다.
꽃들은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줄도 모르겠지? 모른 채 봄을 맞이하고 있겠지, 하고 바라봅니다.
심승혁 시인의 마음속에 꽃 피는 동백섬이 들어와 있듯이. -
ㅎㅎ. 섬뜩한 느낌잘알지요!
답글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 너무 싫어요!
특히 사람 닮은 귀신은 너무 싫을듯해요!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이 해만 넘어가면 길에 나가도 차 한대 구경하기 힘들어요!
그런데 무섭다 이런생각은 안해봤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사온후론 밤에 집에 혼자
있었던적이 없었네요! ㅎ-
숲지기2021.06.07 15:33
뵙기 참 좋습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닌 게 더 자연스럽지 싶고요.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두분이 새로 쓰고 계신 동화 같은 생활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조그ㅁ 전에 사슴님 산 위에서 보신 바닷풍경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 멋져요.
너무 오래 혼자 지냈으므로 혼자
가 아닌 적을 도무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죠 저는.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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