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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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한포기생명

20년지기 제라늄 프랑크 헤들리와 발코니 채소밭

숲 지기 2021. 7. 31. 01:22

 

따글따글하게 자란 잎 가장자리에 흰색을 두르고

분홍도 새빨강도 아닌, 카드미윰 빨강 홑잎 꽃을 보면

참 짠하다.  

제라늄의 이름이 '프랑크 헤들리'여서 

얼핏 들으면 마치 서부극의 무슨 깡패 부두목 같은데도 말이다.

20여년 전에 한포기 마련했었고,

포기나누기, 가지심기 씨앗싹내기를 하며 

쭈욱 나와 함께 해왔다. 

이름이 험악해서 동반자라 하기엔 좀 그렇고.....

 

 

 

 

 

화분이 자꾸 늘어간다는 것은 

내 집에 다녀간 사람이 드물었다는 것.

위의 묘판에도 어린 제라늄 가지들 여럿이 뿌리를 내리는 중인데

웃자라서 꺾어낸 가지를 버리지 못하고 묘판에 꽂고 또 꽂기 때문이다.

 

 

 

 

일단 뿌리를 내리면 어엿한 화분에 옮기고

지인들에게 나누고,

집안 여기저기, 사는 곳 이곳저곳, 탁자며 창가에로 옮겨 다니다가

때가 되면 숲집 거실 창가에 모여 겨울을 난다.

그 추운 산골 겨울에 물 한 모금 안 먹고도 

꿋꿋이 살아내는 녀석이 프랑크 헤들리인데

성격이 좋은 것인지 진짜 독종인 것인지 하하 

 

 

 

 

 

 

 

올해 유독 마음을 썼던 나의 채소밭.

우천관계로 제때 밭으로 내지 못한 채소들을 그냥 막 꽂은 격이기도 해서

애처로운 녀석들이다.

일단 이름을 호명해 보면,  

로마네스코 작은파 바질 그 아래는 하바네로고추 토마토 부추 파 토마토 흠,, 재가 누구더라? 아, 피미엔토스 볶음고추 토마토 부추 로마네스코... 여기까지가 왼쪽 긴 화분이고

오른쪽은 숨막혀서 생략.

(다닥다닥 심어서 작물에겐 미안하지만, 밭에 모종했던 토마토는

많은 비 때문에 대부분 어떻게 ... 되었다)

 

 

 

 

토마토들.

저 빨간 첫 알이 익기를 기다리느라 

새벽에도 몇번씩(듀군듀군) 나와보곤 했다. 

 

 

 

 

 

 

대추토마토,

매년 씨앗을 받아 되뿌려도 같은 게 열리는 막강한 토종이고,

큰 알은 글쎄, 크림? 아니면 쿠마토?

원래는 식물마다 이름표를 달아주는데 얘는 남는 자리를 채운 격이어서

명찰다는 걸 까먹었다.

익어봐야 알 것 같다.

 

 

 

 

 

왼쪽 화분에 3포기 오른쪽 4포기인 토마토는 큰 키가 1.70쯤 되는 것도 있는데

여전히 고공성장 중이다.

 

 

 

 

 

 

토마토꽃을 누가 못난이라 했어, 나와봐!! 

하긴 내 밭의 것은 호박꽃도 예쁘기만 하다.

 

 

 

 

 

발코니의 다른 쪽,

화분 수집이 취미가 아닌데도 자꾸만 모이네.

누구 주고 싶어도 와서 달래는 사람이 있어야지 ㅠㅠ

 

 

 

 

 

카드미윰 빨강의 꽃을 피운 프랑크 헤들리 Frank Headly,

볼수록 짠해지는 이 느낌은 나만 가지는 것인지.

 

  • 파란편지2021.07.31 15:41 신고

    토마토가 이렇게 화려한 건 첨 봅니다.
    이걸 꽃이라고 하지 못할 까닭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숲지기님이 괜히 숲지기가 아니라는 걸 새삼 인정합니다.

    제라늄 색깔이 참 묘합니다.
    이름은 둘째치고 옛일들이 아련히 떠오르게 합니다.
    1인1화분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 화분을 하나씩 가져오라 하면
    엄마들은 물을 주거나 말거나 웬만해선 죽지 않는 제라늄 같은 걸 보내줍니다.
    그런데도 꽃은 잘도 피어나 오래오래 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그때의 아이들, 엄마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답글
  • 숲지기2021.07.31 20:59

    1인 1 화분,
    너무나 괜찮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요,
    그들의 부모님들 마음도 화분 속에 꽃처럼
    기분이 좋았을 겁니다.
    아 그렇죠,선생님들 입장을 생각 못 하였습니다.
    식물 재배법을 애들이 알 턱이 없는데,
    아이들뿐만이 아닌 그들을 식물도 함께 맡아서 돌 본게 아니셨는지.....
    아마 그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자라서
    지금쯤은 교장 선생님께 매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지요.

    답글
  • style esther2021.08.02 16:07 신고

    제라늄이 그윽한 눈길을 가진 것만 같아요.
    그렇게 보여요.
    20년이라니 진정한 반려식물이네요.

    그리고 토마토꽃이 이리 예뻤나요...
    토마토는 키워봤는데 다른느낌인걸요..

    답글
    • 숲지기2021.10.05 14:32

      오 에스더님, 죄송합니다.
      댓글쓰기를 깜박했습니다.

      제라늄을 키우는 재미를 봅니다.
      제가 키우는 여러 종류 중에 족보(?)가 있는 게
      서너 종류나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지꽂이로 번식을 했더니 화분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겨울을 거실에서 나야 할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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