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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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2022년 오월을 살며

숲 지기 2022. 5. 11. 07:48

 

 

벌떡 일어선 자연의 고함소리에

아침마다 저녁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오월이다.

 

 

 

 

 

 

 

사람들과 언어 섞는 일이 뜸해서인지

식물언어가 더 익숙한 오월이며

 

 

 

 

 

 

 

 

형제 많은 집 아이가 언니옷을 물려 입는 격이랄까.

꼬마토분에서 몸을 키운 아이는 

좀 더 큰 토분으로 옮겨주는데,

단 며칠 만에도 마디 하나씩 자라는 짜릿한 오월이다.

 

 

 

 

 

 

 

4년 쯤 전에 식구가 되었던 수국,

작년엔 꽃 대신 잎만 무성했던 수국,

단단히 삐졌구나 싶어 침실 창가에서 겨울을 나게 했더니

화해의 문장을 꽃잎으로 써보인다.

 

 

 

 

 

 

 

 

과자 빼먹듯 하루하루 아깝게 지나는 

오월의 발코니에서.

 

  • 파란편지2022.05.11 03:56 신고

    '곶감 빼먹듯'이란 말을 자주 듣고 하고 지냈는데 '과자 빼먹듯'을 보니까 재미있습니다.
    짜릿한 오월......
    전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일하는 걸 싫어해서인지
    봄, 여름철은 부담스럽고 가을 겨울이 훨씬 좋더라고요.^^
    젊었던 시절에는 이런 얘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이젠 못하는 얘기가 거의 없게 되었네요.

    답글
    • 숲지기2022.05.13 00:20

      교장선생님 말씀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또 안 가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신 분께서
      게으르다 하시다니요 하하
      진짜 게으른 저 같은 사람은 쥐구멍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곶감을 마치 커턴처럼 주렁주렁 매단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었지만
      그 맛은 별로였던 것 같아요.
      홍시라면 모를까요 ㅎㅎ

    • 파란편지2022.05.14 14:36 신고

      숲지기님!
      전 정말 죽지 못해 살았습니다.
      살기 싫은 걸 억지로 살았습니다.
      하루하루가 거의 그랬습니다.
      '내일은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도 뭘 하고 있는 건 하지 않으면 누구에겐가 원망을 들을 것 같은 느낌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봄 여름보다는 가을 겨울을 백 배는 더 좋아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길지 않습니까?
      그것만은 정말 좋습니다.
      요즘은 1차 산업은 미미한 비중이지만
      저희 어릴 때만 해도 1차 산업 중심이었지 않습니까?
      그래서인지 겨울이 되면 우리 부모만 노는 것이 아니고 세상 사람들 다 놀고,
      저만 게으른 것이 아니고 세상 사람 거의 다 게으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아무 것도 되지 않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오도가도 못하고 아무 일도 되지 않는 날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런 얘기 이렇게 길게 하려고 생각한 건 아닌데 써다보니까 이렇게 되었네요, 그 참...

    • 숲지기2022.05.15 14:40

      여전히 웃음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시고
      현실에서 잘 적용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서 태어난 저는
      어르신들께서 거의 입버릇처럼 '하이고 죽겠다' 라고 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표현은 반어적으로 '죽을 만큼 행복하다'는 말로 바꿔서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이기적인 변용인가 싶지만
      그때 그분들은 착하셨고,
      삶의 뭔가를 단단히 깨달으셨던 분들이셨죠.

      오늘은 스승의 날로, 교장선생님께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몇년 전까지 이곳 스승들께 '한국 스승의 날'이라며 감사의 메일이라도 쓰곤 했는데 코로나 터지고 그 일도 중단했습니다.



  • 이쁜준서2022.05.11 05:48 신고

    저는 젊었던 시절에는 가을이 좋았습니다.
    꽃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봄이 더 좋아 졌습니다.
    봄에 작은 새싹이 따뜻해지는 4월 중순이 지나면서 5월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정말로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요.
    봄은 끝이 아니고, 초봄에서 늦봄으로 초여름으로, 폭염의 여름으로,
    가을까지 꽃을 연이어서 피어 나게 합니다.
    과자 빼 먹듯이 하루하루 아깝게 보내는 오월이라 하셨는데,
    저는 봄이 그러 합니다.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봄과 초여름 중간에 5월이란 계절이 있지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5월에 작약꽃이 초순에 피고 지고, 그 뒤로는 붓꽃류가
    피어 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초록으로 가고 있는데, 그곳은 아직 연두입니다.

    답글
    • 숲지기2022.05.13 00:31

      이쁜준서님의 명자꽃은 제가 본 명자꽃 중에 제일이고요,
      붓꽃 또한 너무 예쁩니다.
      클릭을 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꽃을 보여주실까,
      기대를 하곤 하죠.
      제가 뵙기엔 이쁜준서님 정원엔 꽃들 종류도 많지만 어느 계절이든 잔치처럼 늘 많이 피어 있습니다.

      텃밭에는 잡초들이 무성하던데
      감당을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며칠 후면 한랭기후가 끝나므로 키워온 모종도 내다심어야 하는데요.
      여기도 요 며칠은 25도가 넘었습니다.
      더 바랄 것이 없는 날씨입니다.

  • 노루2022.05.14 17:42 신고

    숲지기님네 발코니
    저마다 자랑스레 꽃 피우고 행복해하는
    저 화초들 사이에 나도 편안한 의자 하나
    차지하고서 푸른 나뭇잎들 사이로 건너편
    연어색 지붕도 가끔 쳐다보며 책을 읽든
    그저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이 되어보든
    하루 중 아무 때라도 그렇게 한두 시간
    보내는 것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드네요. ㅎ

    답글
    • 숲지기2022.05.15 14:46

      의자 하나 더 마련해서
      노루님께 빌려드립니다요 하하

      새들노래와 바람소리를 늘 들을 수 있지만
      나체달팽이가 없는 곳이지요.
      저 나름대로 인스턴트숲? 그렇게 생각합니다.
      숲을 쏘다니기보단 발코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죠.

  • Chris2022.05.15 21:13 신고

    미운짓 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내집 나무의 낙엽이 이웃집 뜰에 많이 떨어지는 것 같길래
    아깝지만 그 나무를 잘랐습니다. 힘들게...
    그 이후 잘린 나무의 밑동에서 새순이 돋고 제법 실한 가지가 뻗어 올랐습니다.

    어미를 죽인것이 미안하고,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감이 생겨서
    담장 높이까지만 자라게 하려고 제법 정성드려 전지도 하며 키웠는데
    고약한 그 이웃집 영감이 어느날 담장 너머 전지가위를 들이대서 자라는 어린 가지를 허락도 없이 싹뚝 잘라버렸어요.
    평소 하는 행동들이 좀 비정상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이런 무식하고 오만방자할줄은...
    불러서 말해도 말이 안통하고, 하는 수 없이 city에다가 report해서 담당자가 와서 공식적으로 경고하는 수준으로 끝났지요.

    오늘 보니 잘렸던 그 가지에서 새순들이 서너개 다시 돋아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랑 꼭 같이 살고 싶은 모양입니다.
    얼른 사다두었던 거름을 듬뿍 주고 물도 뿌려 주었습니다.
    그 고약 영감이 무슨짓을 할 줄 모르니, 감시 카메라를 달까 생각 중입니다.
    나무에다가 경고 사인 붙일까도 생각 중.
    "이 나무는 감시 카메라로 감시 중입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살아야하나...?
    다시 고민 중입니다.
    그 어린 가지들을 비이성적인 악당으로 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답글
    • 숲지기2022.05.15 22:19

      크리스님 심경 너무 잘 이해합니다.
      애지중지하시던 나무가 잘라지는 일은
      참 아프죠 마음이....
      독일에서도 이웃간 경계 울타리 때문에 갈등이 잦습니다.
      나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이웃으로 두고 살기란
      참 괴로우실 겁니다.
      다행히 다시 새싹을 보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수종인가 싶어서 크리스님 글을 두어 번 읽었지만
      끝내 안 쓰셨습니다.
      아주 오래 전, 살던 정원에서 아끼던 은행나무와 감나무가 잘라진 고통을 저도 맛본 적이 있습니다.

    • Chris2022.05.16 04:55 신고

      캐나다 야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수종의 이름은 모릅니다. 그나마 나무의 반쪽은 이전 주인이 있을 적에 이미 죽었고 나머지 세로로 반쪽만 살아있던 일종의 장애 나무였죠. 그래서 다시 살아나는것이 더 애처롭게 생각되었나 봅니다. 오늘 flower hanger를 한개 만들어 잘려진 나무 둥치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냥 죽은 나무가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려고. hanger 매다는 동안 그 고약 영감이 마당으로 나오다가 무엇에 놀랐는지 다시 들어가더군요. 코로나가 사람 볼 줄 모르나 봅니다. 착한 사람들만 많이 걸리고... 화나니 꽃 앞에서도 나의 사악한 본성이 나오는 군요. ㅎㅎ

    • 숲지기2022.05.16 17:41

      말씀 들어보니 뿌리가 튼튼한 나무일 것 같아요.
      살겠죠, 잘 살 겁니다.
      더구나 야산에 흔한 나무라 하셨으니
      그 생명력을 믿으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어른들이 아이의 편이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물의 편입니다.
      크리스님 잘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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