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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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서랍/초하루 시편지

12월에 읽는 시

숲 지기 2022. 12. 1. 06:08

 

 

말고

/ 김윤현

 

물이 많아 이젠 됐다 싶을 때 더해지는 물 같은 관심 말고

이만하면 따뜻하다 싶을 때 더해지는 온기 같은 친절도 말고

배고프지 않을 때 건네는 한술 밥 같은 인정도 말고

땀을 다 식혔다 싶을 때 드리워지는 그늘 같은 다가섬도 말고

어둠에서 다 빠져나왔을 때 내미는 손길 같은 도움도 말고

지루한 장마 끝에 더 뿌려지는 빗줄기 같은 사랑도 말고

-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 ´ 한티재  2022

 

 

 

 

 

 

주름 
/ 이대흠

아침 일찍 일어나 빗소리 듣는 것은
햇차 한잔 쪼르릉 따를 때처럼 귀 맑은 것이어서
음악을 끄고 앉아 빗소리 듣노라면
웅덩이에 새겨지는 동그란 파문들이 모이고 모여서
주름을 이루는 것이 보이네

휘어지며 늘어나는 물의 주름을 보며
삶이 고달파 울 일 있다면 그 울음은
끄덕이며 끄덕이며 생기는
저 물낯의 주름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네

도닥도닥 번지는 물의 주름처럼
밀물 썰물 들고 나는 뻘의 주름이나
늙은 어미들의 그 주름살이나

시간을 접어 겹을 만든 것들은,
더 받아들이려 표피를 늘인 것들은,
받아들인 아픔이 층을 이룬 것이어서

- 이대흠, 『귀가 서럽다』(창비, 2010)

 

 

 

 

 

 

 

연봉 협상

/ 유병록 

 

 

영혼을 팔지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기꺼이 영혼을 팔겠습니다

그러니까

제 영혼의 값을 후하게

아니, 적어도 너무 싸게 후려치지는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7월

 

 

 

 

 

 

 

 

........................

 

 

....  생활에 밀착한 시들,  

제 아무리 연말 파티에서 거나하게 한잔 하고 읽는다 하더라도

위의 시들은 현실 속의 주소를 바로 알려준다. 

꽃얘기, 숲의 초록 얘기만 해온 것이 미안하다.

 

.... 천년, 아니 2쳔년 고도 바덴바덴.

고대 로마시대 절대자의 영토확장 일념은 부상 군인을 수 없이 생산했고,

그들 중 선택받은 이들은 이 곳 온천에서 휴양했다.

몸 치료에 탁월한 유황 성분의 온천수가 솟고,

아늑한 흑림 속에 기후도 온화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도시의 가장 오래 된 시장광장에서 아래 온천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찍었다.

이 도시가 마음에 들면 손 한번 치켜 올려 봐요! 

말 잘 들어준 답례로 즐거운 성탄을 나는 빌어 주었다. 

 

.... 사진 속, 하늘과 도시의 꼭대기가 맞닿은,

아쿠아마린 푸른색 부분이 흑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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